가을이 오면

2008년 10월 16일

저는 플라타나스 잎이 물들 때 진정한 가을을 느끼곤 합니다. 
코가 싸-해지도록 바뀐 아침 공기 사이로 어디선가 낙엽태우는 냄새가 느껴지면 더불어 내 맘은 대학교 4학년말로 눈 깝짝할 새 날아가버립니다. 가장 안타깝던 시기가운데 하나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다음, 또 다음 만을 지향하며 살아왔던 제가 이제 다음은 없고 뭔가 이제 이걸로 학창시절은 다시 오지 않는다는 생각에 손가락 사이로 흘러버리는 시간들을 놓칠세라 순간을 아쉬워하며 지냈었습니다.
 
비록 세월이 흐른 지금 그 때 공부했던 내용은 하나하나 생각나지 않더라도, 아침 첫 강의를 기다리며 본관 강의실에서 국기게양대를 마주하고 시린 손을 녹이며 친구들과 나누던 커피 한 잔의 온기와 그 때 함께 맡았던 낙엽태우는 냄새, 함께 나누었던 단풍으로 물든 캠퍼스가 물밀듯 가슴을 채웁니다. 이런 현상은 엄마 젖의 맛은 생각나지 않더라도 그 품 안의 온기나 함께 나눈 눈빛,  부드러움, 향기… 이런게 아련히 느껴지는 것과 같은 것일까요.

며칠 지나고 나면 이제 학교 교정도 노란색, 황갈색, 새빨간색으로 불타오르겠지요. 그리고 바람 불 때 마다 솨- 소리를 내면서 춤추며 떨어지겠지요. 
올 가을엔 그 때 그 친구들과 다시 손 잡고 학교를 걸어보는 시간을 가져야겠습니다.  비록 학교가 많이 변해 그 때 그 정취를 그대로 느낄 수는 없을지라도 시간을 거스르는 그 순간을 한 번 가져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