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아침

2015년 10월 25일

이제는 선선해진 아침. 길을 걷다 주위를 본다. 회양목 울타리 위로 떨어진 마른 잎새, 대롱같은 줄기에 다닥다닥 열매맺은 맥문동, 철퍼덕 땅에 떨어져 운명을 달리한 홍시… 고개를 들어 파란 하늘을 보지 않아도, 울긋불긋 물든 나뭇잎을 보지 않아도 가을이구나 싶게 만든다.

머지 않아 낙엽 태우는 냄새가 공기중에 떠돌게 되면 날카로운 바람에 코트깃을 세우고 따뜻한 커피를 찾아 코끝을 쫑긋거리겠지. 어디선가 향긋하고 구수한 커피향을 찾기 위해. 바사삭 바사삭 발 밑에서 몸을 부숴트리는 황금빛 불타는 플라타나스 잎이 내는 소리를 즐기며 그렇게. 아직은 빨리 걸으면 땀이 나려는 그런 날씨. 느긋하게 주변이 주는 것들을 즐기며 그렇게 걸어볼 때다.

누가 재촉하지 않는 주일 아침이기에. 모처럼 말 하나 건네는 이 없이 온전히 홀로 걷는 시간이기에. 늘 가족과 함께하는 복 받은 인생은 혼자 있는 이 시간이 소중하고 그만큼 또 축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