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마니산 참성단

2013년 10월 21일

지난 토요일, 가까운 곳에서 살짝 벗어나 지난주부터 벼르던 강화도 마니산을 다녀왔다. 며칠동안 날이 싸늘해 아침 일찍 나가면 춥지 않을까 걱정했으나, 8시가 채 안되어 신촌에 도착했는데도 예상 밖에 포근하고 좋은 날씨에 어쩐지 마음이 놓였다. 

 

검색해본 결과로는 마니산 입구까지 가는 3100번 버스는 신촌CGV(아래 사진에서 위로부터 두 번째 ‘신촌역/신영극장’이 바로 신촌CGV다. 이곳은 신영극장에서 아트레온으로, 다시 CGV로 얼마전에 바뀌었다.)에서 거의 한 시간 마다 출발한다고 해서 8시 차를 탈 예정이었다.

  

 

하지만 도착해 보니, 사진에서 보다시피 사정은 전혀 달랐다. 10월 14일부터 양곡터미널 까지밖에 가지 않는다고 한다. 하는 수 없이 3000번 버스 종점인 강화터미널에서 다른 버스편을 이용하기로 했다. 기사님은 송정에서 내려 60-2번으로 갈아타라고 했지만, 검색해 보니 시간도 비슷하게 걸리고 공항버스와 흡사하게 생긴 이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가는 편이 덜 피곤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한강을 건너 서울을 벗어나는 것은 금방 이었지만, 김포로 들어서면서 부터는 마치 카트라이더 게임마냥 좌회전 우회전에 유턴을 거듭하며 어찌나 구석구석 다니는지 졸다 깜짝 놀라 깨기를 거듭해도 여전히 김포였다. 

 

 

 

드디어 바다를 건넌다. 마포대교 보다도 작은 규모의 다리를 건너면 바로 강화도. 마치 강처럼 보이지만 실은 바다다. 강화군이라고 써있는 환영 안내판을 보지 못했다면 바다를 건넜다고 믿기 어려웠을 뻔 했다. 

 

터미널에 도착해서는 41번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다른 버스들도 많지만, 그래도 이 버스가 여기저기 돌지 않고 비교적 빨리 가는 급행이다. 서울 버스카드를 이용할 수 있으므로 3000번 버스에서 내릴 땐 꼭 카드를 찍고 내리도록 한다. 환승할인을 받을 수 있다. 내가 버스에 오르면서 찍자 “환승입니다”란 말이 들렸는데, 무심코 찍지 않고 내린 다른 분들은 할인을 받지 못해 2,150이 그대로 찍혔다고 한다. 타고 내릴 때 강화도에서도 꼭 찍도록 하자.

 

 

 

가을 걷이가 끝난 들판. 군데군데 아직 베지 않은 벼들이 남아 누렇게 출렁이고 있다. 이 들에서 난 쌀은 강화섬 쌀로 포장, 판매된다. 강화도는 이 강화섬쌀과 함께 순무가 유명하다. 터미널에 도착하기 전에 위치한 강화농협 앞마당에는 강화순무로 담은 김치가 빨간 뚜껑달린 투명한 통에 담긴채 쭉 한 줄로 놓여 전시되고 있었다. 마음 같아선 맛도 보고 한 통 집에도 사가지고 가고 싶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터미널에도 농협에서 나와 팔면 매출도 늘고 소비자도 편하고 더 좋았을텐데 아쉽다. 

 

 

 

41번 버스를 타고 도착한 곳은 마니산 입구. 정류장 이름도 ‘마니산’이다.

 

마니산에 오르려면 입장권(성인 1,500원)을 끊어야한다. 단군등산로-참성단-단군등산로 코스는 3시간30분계단길-참성단-단군등산로 코스는 3시간계단길-참성단-계단길 코스는 2시간 30분이 걸린단다. 계단로 코스는 시간은 짧지만 어쩐지 계단이라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보통 산에 계단은 있기 마련인데, 계단로라고 이름 붙었을 땐 얼마나 많은 계단이 있기에 이름마저 계단로인가 싶었다. 매표소 직원분께 물어보니 역시 단군로 왕복 코스가 덜 힘들단다. 굳이  계단로를 걷고 싶다면 올라갈 때 계단로를 이용하고 내려올 땐 단군로로 내려오는 것이 무릎에 충격이 덜하다고 한다. 친절하기도 하시지, 정말 자세하게 가르쳐주셨다. 어차피 놀러온 것, 시간이 좀 걸리면 어떠랴. 쉽다는 단군등산로를 이용하기로 했다. 정말 계단은 질색이다.

 

   

 

잘 정비되어 있는 공원입구. 멀리 왼쪽에 보이는 돌집이 화장실인데, 산에 오르기 전에 꼭 들렸다 올라갈 것. 참성단 갔다 내려오는 동안 산에서 화장실이라고는 보지 못했다. 

 

 

 

가는 길 곳곳에 오른쪽에 보이는 것 처럼 평상과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다. 쉬거나 도시락 먹기에도 좋을 것 같다. 

 

 

 

얼마 오르지 않아 갈래길이 나온다. 예정대로 오른쪽 단군길로 들어섰다. 완만한 경사로가 등산이라기 보다는 산책로 수준이다. 이럼 얼마든지 걷겠네.. 라고 생각했지만, 곧 흙길이 되더니 그저 사람의 왕래로 만들어진 길이 나왔다. 그러고 또 얼마 가지 않아 등장하는 계단!!

 

 

 

웅녀계단이란다. 주변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 이게 깔딱고개야?” 

“무슨 소리야? 그건 아직 멀었어~” 

“이게 삼칠이계단이야?” 

“어유, 무슨 소리야. 그건 한참 남았어.” 

내가 아는 정보로도 372개를 올라가야 한다는 삼칠이계단은 참성단 거의 다 가서 나타나는 마지막 깔딱고개라고 했다. ‘벌써 다 왔다면 말이 안되지’ 하면서도 역시 계단은 싫다. 

 

 

 

계단을 올라 얼마 지나지 않아 ‘참성단까지 1.3km’라는 안내판이 나온다. 헌데 ‘마니산 관광지 등산로 종점’이라니, 앞으로 남은 길은 뭐라는 걸까? 매표소 앞으로 내려오라는 것을 보면 올라갔다 하산하는 사람들을 위한 표지판인 듯 싶은데, 우리가 걸어올라온 길은 등산로가 아니라는 건지. 무슨 뜻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표지판 오른쪽으로 가면 바위로 둘러져 오목하니 새둥지처럼 생긴 틈이 나온다. 여기서 준비해간 도시락을 먹었다. 멀리 산 아래 보이는 것은 뻘밭이고, 그 뒤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바다다. 마니산을 선택한 이유가 바로 여기 있었다. 바다와 산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산이라는 점. 

 

 

 

좀 더 몸을 내밀고 찍어보니 확실히 잘 보인다. 강화도가 거느리고 있는 작은 섬들이 보인다. 저 중 몇몇 곳은 해수욕장이라니, 여름에 한 번 와 볼까?

 

 

 

밥 먹고 새로운 기운을 얻어 오르다 보니 다시 나오는 갈래길. 오른쪽 길로 접어든다. 700미터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산길 700미터는 평지와 그 느낌이 전혀 다르니 마음을 단단히 먹기로 한다.

 

여기서부터는 제법 험한 길이 선보인다. 길이 아닌데 억지로 가는 느낌마저 살짝 든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생초보의 느낌일 뿐, 자주 산을 찾는 사람들에겐 다르겠지. 그리고 나타나는 삼.칠.이.계.단!!

 

 

372란 숫자가 이렇게 큰 숫자였던가! 계단을 놓으면서 숫자를 잘못 센 것은 아닌가. 별별 생각이 다 들정도로 힘들었다. 가다 쉬고 가다 쉬고를 몇 번이나 반복했다. 함께 갔던 A군은 그저 웃을 뿐. 땀도 안난다니 내 체력이 그렇게 저질체력이었나. 평지나 경사 심하지 않은 길은 정말 아무리 걸어도 힘든 줄 모르는데, 이런 길은 너무 힘겹다. 그에 비해 조금만 걸어도 다리아프다고 좀 쉬었다 가자는 A군은 산만 타면 힘든줄 모르고 날아다니니 참 희한한 노릇이다. 계단끝이 보인다. 끝이 보이자 갑자기 힘이 난다. 마지막 계단 구간은 사뿐사뿐 뛰어 올랐다. 그러고 보면 체력이 문제가 아니라 멘탈이 문제인건가. 

 

“한의사가 내 체질은 금음인이라 등산같이 땀흘리는 운동은 맞지 않는대!”

바위를 잡고 벌벌 떨며 내려오는 나를 보고 웃는다.

“산을 못타는게 아니라 내가 다리가 좀 짧아서 그래!”

누가 뭐랬나, 괜히 변명이랍시고 하는 말들이 더 웃기다.

 

그렇게 저렇게 아둥바둥 오르다 보니 드디어 나타나는 돌무더기. 참성단이다. 단군이 여기 제단을 쌓고 하늘에 제사를 지낸 이래, 우리나라 왕들이 여기서 제를 올렸다지. 등산화도 없이 임금님들은 이 미끄러운 길을 어찌 올랐고, 무거운 제물을 이고지고 이곳까지 올라오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지금도 개천절이면 이곳에서 행사가 벌어지고, 전국체전 성화는 이곳에서 채화된다.

 

 

마치 남아메리카 피라밋과 비슷하게 생긴 이 단이 참성단이다. 성경에 다듬지 않은 돌로 단을 쌓으라는 말이 이 돌을 보니 문득 생각난다. 나라마다 민족마다 정성을 들이는 방법과 생각은 비슷했을까? 아니면 두 민족 간에 어떤 공통분모가 있었던 것일까? 

 

 

 

참성단과 오랜 세월을 함께 했을 소나무. 이렇게 조그마한 것이 아니라 제법 큰 석축인데, 우리뿐 아니라 정말 많은 사람들이 바글바글 몰려있어 사람들 머리 위로 올려 찍다보니 참성단 꼭대기 부분밖에 담지 못했다. 내가 움직였으니 이 좋은 날씨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산을 찾았을꼬. 그래도 분위기 만큼은 최고!

 

 

 

제단에서 몸을 돌리면 사방이 이런 모습이다. 슬슬 가을 빛을 띄어가는 산허리며 황금들판, 갯벌, 황해가 한 눈에 들어온다. 높지 않은 산이지만 등산의 갖가지 맛을 조금씩 보여주는 제법 재미있는 산이다. 

 

 

 

내려오는 길에 쉬면서 먹었던 도라에몽 팥빵. 안에 밤도 들어있다. 내가 먹기엔 좀 과하게 달았지만 다른 이들은 맛있단다. 지난번 대남문에 올랐을 때 너무나 허기져 괴로왔던 나머지 이번엔 김밥 넉줄, 오이 두개, 팥빵 네개, 라이트 바 네개, 발포 비타민 두알 등등 좀 심하다싶게 가져갔다. 

 

쉬던 중 옆에 부부가 잡숴보시라고 배를 깎아 내민다. 감사히 받았다. 달다. 일면식도 없는 분들이 베푸는 나눔의 마음이 스며들어 더 달았는지도 모른다. 갈증해소에는 오이도 좋지만 깎는 수고를 빼면 가을 산행엔 배가 최고구나. 깎아서 지퍼백에 담아와도 좋겠다. 고마운 마음에 우리도 챙겨갔던 과자류를 나눠드렸다. 사실 옛날엔 산에 오가며 마주치는 이들과 목례하고 인사나누고 그랬던 기억이 있는데, 요즘은 사람이 너무 많아져서 일일이 인사나누기 힘들어 그런지 아는척도 하지 않고 그저 스쳐지나가게 된다. 자동차로 따지면 급차선변경이나 역주행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어 위험하기도 하다. 그러던 중에 이렇게 마음을 열고 작은 배 한 쪽을 나누는 분들을 만나니 정말 반갑고 고마웠다. 내가 먼저 다가가면 이렇게 소통이 되는 것을, 우리는 그동안 마음의 빗장을 꼭꼭 닫고 인정없다 외롭다 남탓만 한 셈이니 부끄럽다. 

 

    

 

 

내려오면서 다시 보는 길. 역시 멋진 풍경이다. 비가 적어 계곡물은 바짝 말랐지만, 저기 물이 철철 흐르겠지 생각만 해도 좋다. 무거운 것은 질색을 하는 사람이니 절대 카메라 가지고 다니는 법이 없어 늘 핸드폰 카메라로 찍어대지만, 정말 좋은 카메라로 촬영한다면 사진마다 작품이 될 듯하다. 

 

10시20분에 매표소에서 출발해서 12시 50분에 다시 출발점으로 도착했으니, 점심식사와 중간중간 쉬었던 시간 모두 합해서 정말 딱 세시간 반이 걸렸다. 짧은 다리 느린 걸음으로 이정도 걸렸으면 성인 남자 걸음으로는 세시간이 채 걸리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핸드폰 충전을 제대로 해가지고 가지 않아 엔도몬도를 켜고 루트를 측정하지 못해 아쉬웠다. 운동을 저축하는 느낌이 아주 쏠쏠한데 말이지. 

 

참, 전날은 불금. 찬바람 솔솔 불어오니 친구들과 술잔 기울이셨던 분들 많았나보다. 날숨 들숨 숨차게 내뿜으며 산을 오르던 분들에게서 실려오던 알콜 잔향에, 마신 것이라고는 미네랄 워터 뿐인 나도 취할 것만 같았다. 아침 산행이 숙취해소에 도움을 주는건가? 잘은 모르지만 다음날 산행계획이 있다면 전날은 살살 달리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 아까 내렸던 마니산 정류장에서 타면 안된다. 이곳에도 버스가 오긴 하지만 1시간 마다 오므로, 주차장에서 길을 건너 걸어 올라가 ‘화도 터미널‘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60-2번 버스를 타고 개화로 가서 3000번을 타거나, 해안관광을 할 수 있는 2번을 타고 강화 터미널로 가도 되지만 가장 자주 오고 빨리 가는 급행인 3번 버스를 타고 강화터미널에 가서 3000번 버스를 갈아타는 편이 덜 피곤하다. 네이버 지도에서는 대략 2시간 50분에서 세시간이 넘는다고 안내하고 있지만, 주말인데도 불구하고 환승시간 포함해서 2시간20분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다. 

 

네이버 지도 담당자분께 부탁드립니다. 버스 노선이 바뀌면 빨리 반영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