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맛집 2선 - 열매맺는나무

경주 맛집 2선

2013년 8월 6일

여행의 즐거움은 현지 맛집 찾기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것이 음식과 잠자리가 맞지 않으면 여행 내용이 알차더라도 그것은 즐거움을 반감시키고 때로는 여행을 괴로운 것으로 만들고 말기 때문이다. 이번 경주 여행에서도 역시  ‘맛있는 것 찾아 먹기’는 빠질 수 없는 즐거움 중 하나였다. 

 

3대가 이어간다는 경주빵의 원조 황남빵, 현대밀면과 함께 경주밀면의 양대산맥이랄 수 있는 부산가야밀면도 정말 좋았다. 그곳들은 이미 널리 알려진 곳이어서 먹고 나서도 ‘역시 그렇군!’하는 확인과 만족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소개할 두 곳은 정말 우연히 발견한 곳이어서 기대도 없었던 만큼 놀라움도 컸다. 

 

 

1. 불국사 앞 곤달비비빔밥집 ‘별반채’

 

 

원래는 추천받은 다른 집으로 가려 했지만 막상 가 보니 외관도 7,80년대 그대로 였고, 무엇보다 손님들이 없어 휑한 느낌에 별표 많은 리뷰들은 자가추천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심을 갖게 했다. 원래 맛집들은 손때묻은 허름한 집들이 많고 그런 곳들을 즐겨 찾곤 했지만,  어쩐지 감이 좋지 않았다. 그대로 발길을 돌려 찾은 곳이 불국사 주차장 바로 맞은편에 보이는 별반채이라는 곳이었다. 

 

식당유리벽에 커다랗게 붙어있던 비빔밥 사진과 제법 많은 손님이 나를 잡아당겼다. 과일 고르기 어려울 땐 비싼 것을, 식당 찾기 어려울 땐 손님 많은 곳을 고르는 법. 이날 먹은 곤달비 비빔밥은 반찬 하나하나 실망시키지 않았던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 나물 가운데 어두운 갈색으로 보이는 것은 된장이 아니라 쇠고기를 볶은 고명, 그 위 작은 그릇에 담긴 것은 11가지 재료가 들어갔다는 장인데 먹어보니 내가 좋아하는 짬쪼롬한 강된장이었다. 열무김치도 풋내 나지 않고 시원했고 북어 넣고 끓인 무국은 무척 시원했다. 식후에 마음껏 가져다 먹을 수 있는 살얼음 낀 수정과도 별미였다. 

 

 

 

2. 봉황대옆 작은 카페 코피 루왁

 

서울로 가는 열차를 기다리는 동안 영화도 보고 미처 하지 못했던 시내 구경을 위해 경주 시내로 들어갔다. 주말이라 관람객이 많을 듯 해 영화관에서 표를 미리 사 놓은 뒤 시내를 걸었다. 남편이 어릴적 잠시 다녔다는 월성초등학교까지 갔다가 대릉원 봉황대 쪽으로 돌아왔다. 경주시민들은 모두 어찌나 친절하던지 관광안내요원 같았다. 경주는 문화재도 자산이지만 시민들도 큰 고급자원인 듯 했다. 이곳에서도 길을 가던 한 분이 ‘봉황대는 능이 아니다. 당나라와 고려에서 봉황이 알을 품으라고 마련해 놓은 것이다. 이것으로 신라 국운이 많이 쇠했다’고 설명해주신다. 

 

볼 것 많은 경주시내지만 복병은 따가운 햇살. 지난 번에 왔을 때 39.5도의 경주를 경험했던 터라 이정도 더위야 감사했지만 다른 식구들은 더위에 지친 상태. 시원한 카페를 찾아 걷다보니  ‘경주시 지정 착한카페’ 라는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알뜰한 큰 애는 ‘루왁이라니, 비쌀 것 같다’며 들어가지 말자고 했다.(아무래도 날 닮았나 보다.^^) 하지만 시에서 지정한 ‘착한’카페라니 비쌀리가 없다는 생각에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아! 그 시원함이라니!

 

 

시원함에 정신이 번쩍 들었는데 가격도 착하다.   뱅글뱅글 돌다 똑똑 방울져 떨어지는 더치커피가 1리터에 14,000원이란다. 카페라떼는 3,000원, 찹쌀떡 들어있는 팥빙수는 4,000원. 더치커피 선반 앞쪽에 씌여진 설명글을 보니 정작 네델란드 사람들은 더치커피를 잘 모르고 신기해 한다고. 오히려 ‘Japanese style slow drip iced coffee’이라고 부른단다. ‘네델란드 선원들이 즐겨 마셨던…’이라는 유래도 사실은 일본인들의 상술로 탄생한 전설일 가능성이 높다니 재미있다. 

 

 

 

더운 날씨 탓에 더 맛있게 느껴지기도 했겠지만 제대로 된 커피가 분명했다. 팥빙수도 역시 훌륭했다. 핸드폰 카메라로 찍은 사진에서도 탱글한 느낌과 반드레한 윤기가 살아있음을 볼 수 있다. 

 

 

 

이곳은 어르신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경주 시니어 클럽에서 운영하는 곳이라고 한다. 바리스타가 시니어 클럽 회원이신데 아름다운 바리스타부터 젊은 종업원에 이르기 까지 어찌나 싹싹하고 친절하시던지. 누가 경상도 남자를 무뚝뚝하다 했던가. 그렇담 경주에서 본 남자들은 모두 경상도 사람이 아니었나 보다.  맛과 친절에 반한 식구들이 이 집은 블로그에 꼭 소개해 달라고 부탁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맛에 홀리지 않고 정신 바짝 차리고 사진 찍는 건데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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