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량컵

2014년 6월 23일

 

사랑하는 딸, 

기억나니?

몇 년 전 내 생일 전날, 미역국 끓여준다고 소고기, 미역과 함께 사온 계량컵이야.

늘 주먹구구에 눈대중과 감으로 요리하는 엄마의 부엌에는 저울도 계량컵도 계량스푼 하나 없는지라, 생일이면 빠질 수 없는 소고기 미역국 물 양을 맞추지 못할까봐 사왔다던 너.

지금은 나도 이 계량컵 잘 사용하고 있다. 물론 양을 재려는데 쓰는 것은 역시 아니고, 적당한 곳에 알맞은 크기로 붙어 있는 손잡이와 부리 탓에 주로 바가지처럼 이용하곤 한단다. 스팀 다리미에 물을 채운다든지, 제빙기에 물을 붓는다든지, 외출할 때 들고나갈 물병에 물을 옮겨담을 때 아주 안성맞춤이더라. 

 

사랑하는 딸, 

엄마 생일날 아침, 이 계량컵으로 물을 재 미역국 끓이며 사랑을 전하던 귀여운 네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때 담긴 것은 그냥 물이 아니라 엄마를 향한 네 마음이었지. 그래서인 것 같아. 이걸로 뭔가를 옮겨 담을 때 마다 네 모습과 더불어 네 사랑 역시 내게로 옮겨담기는 것 같은 느낌인 것은 말이지. 

 

사랑하는 딸, 

어디서나 사랑 주고 사랑 받는 그런 사람으로 살아가렴.  엄마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비 오는 날 아침, 부엌을 정리하다 문득.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