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비티-Gravity

2013년 11월 9일

 

 

 

오늘, 드디어 친구들이 그토록 권하던 영화, 그래비티를 보고 왔다.

갑자기 아침 밥 먹는 자리에서 ‘우리, 영화나 볼까?’하는 한 마디에 부리나케 서둘러 8시 40분에 하는 조조를 보고 왔다. 이건 순전히 영화 표 한 장을 2만원 가까이 하는 돈을 주고 사기 싫어서 였다.  

 

누가 나오는지, 줄거리는 어떤지,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갔기에 더 재미 있었던 듯.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극장에 간 것은 이번이 처음. 

 

 

G=Gravity

 

우리가 중력을 말할 때 단위는 G. 지구의 중력은 1G. 그G가 바로 gravity의 첫글자 G였지. 이 영화 나오기까지 완전히 잊고 있었다. 뭔가 중력에 관한 영화겠거니… 그것까지만 알고 갔다.

 

내가 늦게 본 편이니 스포가 될 가능성은 그닥 없다고 할 수 있겠으나, 혹 아직 보지 못한 분들을 위해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 하지만, 인간이 우주복을 입지 않고 우주공간에서 과연 온전한 모습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인간의 몸 내부에서 밖으로 미는 압력도 지구의 중력과 똑같이 1G로 설계되어 있는데, 거대한 충격이 우주선을 강타하고 몸이 드러나게 되면 보호장구 없는 몸이 형태를 유지하고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진짜 조지 클루니, 샌드라 블록이 그럴 줄은 몰랐네

 

아니, 왜? 명색이 조지 클루니인데 왜 그렇게 빨리 해치워버려야 했던 거야? 원래 영화라는 것이 등장과 퇴장이 배우 의지가 아니라 작가와 감독 재량이긴 하지만, 당위성이라든가 설득력은 그다지 크지 않고 설정이란 면이 두드러져 보여 아쉬움. 우주복에 폭 싸인채 나오느라 몸은 커녕 얼굴 제대로 나오는 장면조차 한 장면 밖에 되지 않았지만, 짧은 시간이나마 매력은 강하게 보여주고 갔다. 진짜 ‘마성의 눈빛’이라는 건 이런거구나 싶게 만드는 배우. 조금 더 머물렀더라면 조지 클루니의 영화가 되어 버렸겠지.샌드라 블록의 영화가 되기 위해서 그렇게 퇴장해 줘야만 했던 거였어. 

산드라 블록은 몸 전체가 건강미 넘치는 근육질. 허벅지는 아름다운 말을 보는 듯 했다. 스피드나 미스 에이전트에 나왔을 때 보다 오히려 탄탄해 보였다. 우리나라 나이로 50. 그렇게 자신을 관리한다는 것은 운동이 아니라 ‘수련행위’였을 것만 같다. 

 

이 영화. 그다지 큰 재미는 없지만 시간은 정신없이 빨리 갔다. 등장인물 두 명으로 만든 영화로는 생각되지 않았다. 우주선 동료로 나오는 다른 사람은 과연 사람 맞나 싶을 정도로 멀리서 뒷모습만 나온다. 하지만 수많은 군중이 나오는 재난영화 못지 않은 꽉 차게 느껴지는 영화였다. 두 사람이 모두 스타긴 하지만, 이렇게 장악력이 큰 배우였나.

 

 

1970년대 우리나라 입체영화 킹콩

 

안경쓰고 이 영화를 보다보니 자연스럽게 떠오른 것은 까마득한 옛날 우리나라에서 만들었던 입체영화 킹콩. 우리나라에서 킹콩을 만들었다는 것도, 입체영화가 있었다는 것도 모를 사람들이 많겠지만, 분명 있었다. 입체 효과를 과도하게 냈 장면들 – 예비군이 사격자세로 위협하거나 킹콩이 팔을 휘두르고 뭔가 떨어지는 장면-은 지금 생각하면 우스울 수도 있지만, 당시로서는 그걸 보기 위해 극장에 갈 정도로 화제였다. 3D입체 효과는 오히려 이때가 더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요즘 아이들은 과학관이나 박물관 뿐 아니라 집에서도 티비로 많이 접해 아무렇지도 않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