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꿈꾸는 작업실

2014년 1월 8일

그림을 그리든 글을 쓰든 작업실은 마당이 딸린 집으로 하고 싶다. 울타리를 따라 키 큰 해바라기가 환하고 한 쪽에선 호박 넝쿨이 뻗어 나간다. 창을 열면 늘 초록빛이 넘실거리는 그런 곳이면 좋겠다. 해도 잘 들어 늘 보송보송 했으면 좋겠다. 비오는 날이면 낙숫물 떨어지는 소리에 귀 기울 수 있는 그런 곳이면 좋겠다. 뒤뜰엔 앵두나무 대추나무 감나무에 열매 열리고, 상추 부추 깻잎 따 오래간만에 온 친구들 대접할 수 있는 그런 곳이면 정말 좋겠다.

 

도심의 작업실

도심에 마련하는 오피스텔은 사무실은 될지언정 작업실은 되지 않을 성 싶다.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를 일이지만 적어도 내겐 그렇다. 메마른 감성과 영혼에서 무슨 작품이 나올까. 세기의 역작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마른 나뭇가지에서 잎이 나고 꽃이 피지는 않는 거나 마찬가지다.
굳은 땅에는 물은 고일지언정 새싹은 나기 힘들다. 갈아엎어 말랑말랑해진 후에야 씨를 뿌리는 것 처럼 자연을 배경삼아 양분을 섭취해 여유로워진 마음과 정신에서 뭔가 나올 것 같다.
건강보조제를 먹는 것이 보디 빌더나 올림픽 출전 선수가 되려는 것이 아니라 그저 건강을 위해서인 것 처럼 자연을 벗하는 것은 영과 혼을 위한 비타민이다.

 

겨울 도시는 사막 이상이다. 메마르고 건조하다. 생명이라고는 바쁘게 오고 가는 사람들 뿐. 그 사람들도 시멘트나 콘크리트 위에서 살아가니 어찌 보면 동물원의 짐승과 비슷한 처지지 않은가. 겨울이 깊어지면 그나마 달려있던 마른 잎들도 다 떨어지고 정말 가지만 남는다.
어제도 북한산을 바라보니 얼마 전까지 나무에 가려져 숨바꼭질 하듯 보이던 북한산성이 능선을 따라 공룡 뼈처럼 희게 드러난 것이 보였다. 감성이 메마르게 되면 겨울 산처럼 남의 잘잘못이 더 눈에 띄는 걸까. 대지가 녹색으로 물들면 이 땅의 허물은 녹음으로 덮이고 생태계 안으로 흡수되어 분해되고 만다.

 

자연에 가까운 작업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의 순환속에 자연에서 가능한 일이 인공 구조물 속에서는 어렵다. 쓰레기는 쓰레기로 남고 잘 썩지도 않고 흡수되지도 않는다. 따로 놀고 겉돈다. 남에게 자양분도 되지 못하고 영원한 더러움으로 남을 뿐이다.
인간은 나서부터 죽을 때 까지 자연에서 배워야 한다. 그래서 작업실을 갖게 된다면 자연에 한 뼘이라도 더 가까이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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