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4일

 

남편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했다.

“전에는?”

“전에는 했지. 그런데 지금은 아니야.”

쓸데 없는 데에 솔직한 남편. 여자는 남편이 늘 진실되길 원하지만 이런 일엔 차라리 입에 발린 말이라도 해주길 바란다. 남편도 그쪽이 함께 살아가는데 더 편하다는 걸 알텐데, 어째서 굳이 ‘지금은 사랑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던 것일까.

지금 아마 세시쯤 되었을까. 자다 말고 생각해도 분하다. 주먹을 쥐고 작게 부르짖는다. “당신 정말 너무했어!”

옆에 남편은 자고 있었을까, 아님 깨어있었을까, “뭐라고 그러는거야?”

‘나 자고 있었어?’ 꿈을 꾸고 있었나 보다. 그런가 보다.

“응? 아니야. 꿈 꿨나봐.”

픽, 웃음이 난다. ‘아이고. 잠꼬대를 했나보네.’ 남편은 나때문에 잠이 깬건지 아직 잠들지 못하고 있다.

“토스트 해 줄까?”

“그러든지.”

살짝 귀찮은 마음도 없지 않았지만, 내가 잠을 깨워버린 셈이니 살짝 드는 미안한 마음에 일어나 부엌으로 나간다. 아이들이 깰까봐 불도 켜지 않고 어두운 부엌에서 더듬더듬 빵 봉지를 찾고 토스터를 찾아 빵을 넣고 스위치를 누른다. 촉촉하고 야들야들한 식빵. 빵이 너무 부드러운지 아님 좀 커서 그런지 어둠 속에서 휘청이는 빵을 가둥그려 제대로 한다. 응? 그런데 살짝 곰팡이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불빛이라고는 파자마 가슴께 달린 주머니에 넣어둔 스마트폰 빛 밖에 없는데. 이거 불을 켜야 하나 망설여진다. ‘어차피 먹으려면 불을 켜야 하는데 지금 불을 킬까?’

그런데, 우리 집 구조가 이상하다. 이건 전에 살던 집 구조 같은데. 그러고 보니 난 이런 파자마가 없다. 이상한데… 눈을 깜빡인다.

다시 눈을 감았다 떠 보니 그대로 이부자리다.

‘어떻게 된 거야? 토스트 해준다고 그러고 깜빡 잠이 들어 버린거야?’ 이거 일어나서 빵을 구워야 해 아님 말아야 해…. 그러고는 다시 암전.

자다깨다를 몇 번 되풀이 하다 목이 타서 일어난다. 물을 마시고 다시 들어가려는데 남편도 밖으로 나온다.

“혹시, 내가 토스트 구워준다고 그랬어?”

제대로 눈도 뜨지 못하는 남편이 대답한다.

“아니~”

그건 다 꿈이었나. 자면서 꿈을 꾸다 잠꼬대를 하고, 잠이 깬 남편에게 빵을 구워준다고 나와 부스럭 거리고, 빵을 구워야 하는데 하면서 자꾸 잠이 깨고 잠이 들고… 그게 다 꿈이었나.

“나 웃긴 꿈을 꿨다. 자다 일어나서 토스트 해줄까 당신한테 물어 봤는데 ‘그러든가’하는거야. 그래서…” 피시시 웃으며 꿈 이야기를 해준다. 비몽사몽 간에 들어주는 남편. 그 모습이 어쩐지 귀엽다.

자리에 누워 생각한다. 꿈을 꾸면서도 아는 자각몽. 꿈속에 꿈을, 또 그 꿈속에 또 꿈을 겹겹이 꾸는 꿈. 꿈이 그렇다면 인간의 의식도 여러 겹인가. 의식에는 여러 겹의 레이어가 존재하는 것일까. 지금 이렇게 자다 말고 생각하는 것도 다른 의식의 층에서는 그것도 꿈은 아닐까. 이런 저런 생각에 일어나 글을 쓰고도 싶지만, 불을 켜기도 그래 망설이다  백라이트를 생각하곤 일어나 나와 뻑뻑한 눈을 뜨고 자판을 두드린다. 잠자기 모드와 백라이트는 맥북의 가장 큰 장점중 하나다. 아니, 두 가지인가?

그런데 대체 어디까지가 꿈이고 어디부터 사실인가. 남편은 실제로 내게 ‘더 이상은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한 걸까? 그것도 꿈에서였을까? 아님 생시였을까? 실제로 듣고 그런 꿈을 꾼 것일까, 아님 정말 다 꿈에서였을까?

어쩐지 묻기 망설여진다. 확인하기 겁이난다. 그냥 다 꿈이었다고, 이렇게 태연스럽게 어정어정 들어갔다 마누라 없다고 다시 나와 모처럼 줄 글 써보는 나를 방해하려는 이 남자가 그랬을 리 없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그래, 묻어 두자. 그거 확인하면 뭐 하겠는가.

공연히 물어봤다가 ‘응. 맞아. 내가 그랬어. 지금은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아’ 따위의 말이나 들을까 겁난다.

그래. 그냥 꿈이었던 걸로. 그런 걸로.

어느덧 시간은 다섯시 십육분. 동이 터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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