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 칼국수 골목 남해식당

2013년 8월 30일

남대문시장 안경점들이 즐비한 골목을 지나 회현동 쪽으로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오른쪽으로 칼국수 골목이 나온다. 처음엔 한 두 집이 시작했을 법한 곳인데 처음 찾았을 때만 해도 골목 한 쪽만 차지하고 있던 집들이 시간이 흐르다 보니 골목 양 쪽을 다 차지하게 되었고, 어느 틈에 지붕을 달더니 또 골목에 문도 달았다. 그저 건물과 건물 사이 골목에 불과했던 곳이 어느새 아케이드 행색을 갖춘 셈이 되어 버렸다. 

주루룩 늘어선 이 가게들은 문도 없고 카운터도 없고, 부엌도 홀도 따로 없다. 그저 스탠드 바처럼 스테인레스 상판이 진열대 겸 상판이 되고 의자들 역시 등받이 없는 스툴이다. 벽엔 칼국수 5,000원, 냉면 5,500원, 찰밥 6,000원 등등 메뉴판과 조금이라도 넓어 보이려는지 거울이 붙어 있고 밥통이며 국솥, 양념통이 즐비하다. 가게 양쪽 끄트머리에는 프로판 가스가 화력을 뽐내며 시레기 된장국이며 칼국수 솥을 데운다. 

가게 사장이며 종업원 들은 모두 나이든 ‘언니’들이다. 손님들도 어쩌다 오는 남자 손님들을 빼고 나면 모두 ‘언니’다. 실제로도 여자들이지만 호칭이 모두 언니다. 이 언니들은 대체 출근을 언제 하는지 퇴근을 언제 하는지 모르지만 곱게 화장하고 머리까지 손질한 단정한 모습으로 손님을 맞는다. 솜씨뿐 아니라 맵시까지 뽐내는 이 ‘언니’들의 모습에서 프로의식을 발견한다. 그 가게들을 지나 안쪽으로 쑥 들어간 곳에 있는 ‘남해식당’이란 곳이 내 단골 가게다. 언제부터 드나들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잘 오르지 않는 이 집 음식 가격들이 3,000원 이었을 무렵부터 였던것 같다. 

 
이 가게는 인심도 좋다. 칼국수를 하나 시키면 비빔냉면도 맛보라고 덜어 주고, 찰밥을 시키면 단가가 단돈 천원이라도 더 높아 그런지 냉면에 칼국수도 준다. 그저 맛 보시라고. 사실 집에서 먹는 경우라면 맛뵈기 한 그릇 만으로 먹고 말겠지만 이곳에서는 2인분은 될 듯한 음식들을 죄다 먹게된다.  더 먹으라며 뭘 자꾸만 주시던 어린 시절 할머니가 생각나는지, 음식을 먹는지 정을 먹는지 헷갈리며 꾸역꾸역 다 먹는다. 밖에 나가서는 살짝 스쳐기만 해도 기분 나쁘다는 듯 탁 털고 지나갈 사람들도 여기서는 빽빽히 놓인 의자에 엉덩이를 걸치고 어깨를 부딪쳐가며 잘도 먹는다. 이곳 음식엔 마법의 가루가 들어있는지도 모르겠다. 비싸지 않은 음식에 헛헛한 배와 모자란 정을 채우고, 곤두섰던 신경을 누그러지게 하니 뭔가 특별한 것이 들어있는 게 분명하다. 오늘도 나는 오천원 짜리 칼국수 한 그릇에 흐뭇함을 느끼고 길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