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더워서 생각이 났어요

2008년 8월 6일

매미 소리가 시끄럽다. 아침부터 매미소리가 들리는 날은 바람도 없다. 너무 더워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다는 듯 나무도 잠잠하다. 미동도 없다. 아침마다 안개가 끼고 안개가 걷히면서 매미도 시끄럽다.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보이는 모스크 처럼 생긴 환풍구 바람개비도 돌아가는 듯 마는 듯 아주 조금씩 움직인다.  이런 날은 차라리 블라인드를 내리고 창문도 다 닫아버리는게 시원하다. 남쪽으로 난 창들을 모두 닫고 북쪽 창문만 열어놓는다. 그리고 선풍기를 천천히 돌린다. 매미 소리가 뚝 그친듯 조용하다. 베란다에서 열심히 돌아가는 세탁기 소리도 안들린다. 선풍기가 공기를 휘저어 북쪽 창문에서 은근히 들어오는 제법 신선한 공기와 집 안의 묵은 공기를 섞어준다. 에어컨보다 조용한 것이 차라리 선풍기가 낫다.

 

 

어릴적엔 이렇게 덥지 않았는데. 똑 같이 30도가 넘는 똑 같은 서울인데 느껴지는 더위는 천양지차다. 처마가 길고 천장이 높다. 마당에서 돌로 높이 괴어놓은 주춧돌 위에 다시 번쩍 높은 위치에 깔린 대청마루에 누워있으면 마루 틈으로 냉기를 머금은 시원한 바람이 쏴 불어온다. 앞뒤 분합문을 활짝 열어젖혀 맞바람 칠 때면 에어컨이 다 무에냐. 선풍기가 다 무에냐. 비교가 안된다. 마당엔 나무로 가득하기에 공기도 덜 달궈졌던 걸까. 할머니 무릎을 베고 누워 있노라면 잠시라도 더울까봐 한 손으론 천천히 부채질을 해 주시고, 또 다른 한 손으론 이맛전이며 눈썹 언저리를 가만가만 쓰다듬어 주신다. 땀이라도 날세라 간간이 등짝에 손을 넣어 끈끈함도 확인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완벽한 보호 아래 온전한 사랑을 느낀다. 여기가 바로 천국이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한옥은 빠른 속도로 자취를 감추고 그 자리에 아파트들이 들어섰다. 콘크리트로 집을 짓고, 길에는 아스팔트를 깐다. 큰 길 가로수 외에는 나무를 볼 수 없는 곳이 늘어간다. 비가 와도 물은 고일 데를 찾지 못하고 하수도로, 우수관으로 흘러 자취를 감춘다. 땅으로 스며들어 살아있는 것들을 생기있게 할 기회를 빼앗긴 물들은 그저 재빨리 빗물처리장에 모였다가 강으로 흘러가버린다. 태양은 콘크리트 건물을 달구고 아스팔트 바닥을 달군다. 에어컨은 건물 내부는 시원하게 할 지언정 바깥으로는 폭염에 시달리는 행인들에게 뜨끈한 열기를 내뿜는다. 자동차도 뜨끈거린다. 계란을 깨얹으면 순식간에 프라이가 되겠지. 더 이상 나무그늘은 없고, 건물 옆에 서면 후끈하다. 사람들은 걸어다니기 어렵다. 걸어다니기 어려우니 또 차를 타게 되고, 차를 타게되니 운동이 따로 필요하다. 돈 주고 헬스크럽에 가서 다람쥐처럼 쳇바퀴를 돈다.

 

 

미래의 모습은 어떨까. 과학이 더욱 발달할 서울은 어떻게 변모할까. 이제 발달하는 과학기술은 자연과의 만남에 그 최종 목표를 두었으면한다. 자연을 정복하고 다스리되 착취하지 않고 그 생육과 번성에 도움을 주고 주인이 정원을 가꾸듯 애정을 갖고 보살피는 그런 사회, 그런 과학기술을 그린다. 바람이 지나가는 길, 물이 지나가는 길을 연구하고 그것을 방해하지 않고 원활하게 하면서 이용하면 에너지며 자원은 얼마나 절약되고 지구는 얼마나 청정해질까. 과학자들이 생각해낼 아이디어들은 얼마나 기발하고 창의적일까. 지난, 그리고 지지난 세기동안 줄 베르느가 생각해냈던 아이디어들은 거의 다 이루어졌다. 오늘날과 미래에 살고있을 수 많은 사람들의 수 많은 아이디어중 널리 인간을 이롭게할 발상들은 또 얼마나 많을 것인가. 생각만해도 가슴이 뛴다. 미래의 지구가 초록빛으로 가득해진다면 좋겠다. 어딘가 먼 곳에서 찾아올지 모를 외계 생명체가 지구를 보고는 ‘태초 그대로인것 같다.’라고 한 줄 평을 남긴다면 정말 기쁘겠다. 아니, 언제 올지 안올지는 고사하고 존재여부마저 불투명한 외계의 손님을 기다리느니, 바로 위에서 보실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해 주신다면 정말 기쁘겠다. 내 후손들이 물려받을 지구가 그랬으면 좋겠다. 진짜 그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