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선동158번지/놋쇠문고리

2014년 1월 25일

옛날 집은 정말 추웠다. 아랫목은 잘잘 끓어도 윗목은 냉골이었다. 윗풍이 센 집이라 정말 추운 날이면 새로 빨아 꼭 짜 놓은 물걸레가 서걱서걱 얼어붙을 정도였다. 미닫이 문을 닫고 두꺼운 덧문을 또 닫아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우리가 자는 아랫목은 두꺼운 요 밑으로 발을 집어 넣으면 앗 뜨거 할 정도로 뜨거웠고 이불 속은 포근했다. 21세기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그런 집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아침에 일어나면 유리창에 꽃무늬가 그려져 있었다. 밖은 춥고 안은 따뜻하고 유리창 안에 맺힌 습기가 밤새 얼어붙어 밖이 제대로 보이지 않도록 여러가지 무늬를 그렸다. 나중에 학교에서 역사시간에 ‘당초무늬’라는 것을 보고 이때 창문에서 보았던 얼음 무늬가 떠오를 정도로 정교했다. 자연이 창문에 조각해 놓은 얼음은 가장자리는 두껍고 안쪽으로 갈 수록 무늬는 얇아졌다. 내 동생과 나는 심심하면 창틀에 매달려 손톱으로 얇은 얼음들을 긁어냈다. 손톱 사이로 차가운 얼음부스러기들이 들어왔다 도르르 말려 나무 창틀로 떨어져 내렸다. 

그 장난에 지친 어느 날은 얼어붙은 창문에 혀 끝을 대 봤다. 살짝 붙었다 떨어지는 느낌이 새로웠다. 마치 떨어지지 않을 듯 붙었다 얼음이 녹으면서 떨어지는 혀. 

 

그 짜릿함에 맛 들여 새롭게 찾은 도전 과제는 놋쇠 문고리였다. 어느 날 뒷뜰을 지나다 발견한 노란 문 손잡이에도 하얗게 서리가 얼어붙어있었다. 가슴이 다 두근거렸다. 살짝 붙었다 떨어지는 혀 끝. 한동안 지속되었던 그 짜릿함의 유희는 강도와 타이밍 조절에 실패해 피를 보고 나서야 끝을 보게되었다. 너무 차가워 오히려 불이 난 듯 뜨거웠다. 손등에 혀를 찍어보니 도장 찍은 듯 피가 빨갰다. 옆에서 깜짝 놀라는 동생에게 ‘넌 하면 안되겠다’고 했다. 이때만 해도 동생은 내 말을 잘 들었던 것 같다. 난 한동안 혀가 아려 밥 먹을 때 고생을 했고, 동생의 혀는 내 덕에 무사했다.

  • 하하하하~~~ 너무나 재밌게 읽었습니다. 참 귀엽네요. 어릴 때 얼마나 놀이 문화가 없었으면 그런 장난을 쳤을까 싶어 님의 어린 시절로 가서 친구가 되어드리고 싶습니다. ^^

    • 열매맺는나무

      ㅎㅎ 예전엔 뭐 놀이문화라는게 그랬죠. 그래도 그러면서 자랐기에 어울려 노는 맛은 알고 자란 것 같습니다.
      저도 종종 추억세계에 다른 사람과 함께 여행가듯 가보고 싶어집니다. “이거 봐, 이게 내가 전에 얘기했던 거야~~”이러면서 말이죠. ^^

    • ㅎㅎ 예전엔 뭐 놀이문화라는게 그랬죠. 그래도 그러면서 자랐기에 어울려 노는 맛은 알고 자란 것 같습니다.
      저도 종종 추억세계에 다른 사람과 함께 여행가듯 가보고 싶어집니다. “이거 봐, 이게 내가 전에 얘기했던 거야~~”이러면서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