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랜드와 사랑은 비를 타고, 인터스텔라

2017년 1월 31일

1. 라라랜드 첫 장면

 남부 캘리포니아 고속도로 위, 꽉막힌채 줄지어선 자동차 지붕 위로 노래소리가 들린다. 화면은 점점 범위를 좁혀 차 안에서 노래부르고 있는 상큼한 아가씨를 비춘다. 아가씨를 따라 차에서 내려 하나 둘씩 춤추고 노래하는 사람들. 사람들은 점점 큰 무리가 된다. 솔로가 중창이 되고 결국 코러스가 되어 신나는 한 판이 벌어진다. 전형적인 뮤지컬의 한 장면이다. 

그런데 다른 영화와 느낌이 다르다. 나오는 사람 대부분이 흔히 말하는 ‘백인’이 아니다. 히스패닉과 아프리카 출신 미국인이 대다수다. 주인공을 비롯한 몇몇 주요인물은 백인이지만 숫자로 따지면 백인은 소수다. 미국 전체 인구비율과는 별 상관없이 백인 위주였던 영화와는 달랐다. 가위손에서는 유색인종을 본 기억이 없고 캐러비안의 해적은 배경이 카리브해였음에도 불구하고 카리브 흑인이나 물라토를 본 기억이 거의 없다 (1990, 2003년에 본 영화라 기억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다). 사실 카리브해 인근 나라들을 소개한 한-카리브 고위급포럼 자료를 보면 백인의 비율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흔히 말하는 WASP의 흐름은 이제 벗어난 것일까? 아니면 트럼프 당선-취임 이후 한 때에 불과한 현상일까?

 

2. 생각나는 영화

1) 사랑은 비를 타고

신나고 사랑스러운 음악들을 배경으로 춤추고 노래하는 영화. 가난한 예술가 지망생들이 이야기 하는 사랑. 라라랜드를 보면서 처음 딱 떠오르는 영화는 ‘사랑은 비를 타고(Singing in the Rain)‘였다. 그 다음은 ‘파리의 아메리카인(An Amirican in Paris)’. 이야기 진행에서는 사랑은 비를 타고가 연상되었지만 음악이나 장면장면에서는 오히려 파리의 아메리카인이 떠올랐다. 

사랑은 비를 타고에서 두 주인공 역시 가난한 예술가지만 결국엔 메이저 영화사에 소속되고 그것이 성공으로 그려진다. 주인공은 커리어도 로맨스도 양 손에 꼭 쥔채 놓치지 않는다. 영화는 해피엔딩이다. 로맨스의 정석이다. 하지만 라라랜드에서는 그렇지 않다. 해피엔딩이지만 두 사람이 함께는 아니다.  

세월이 흘러서일까? 라라랜드의 두 주인공은 모두 꿈을 이루지만, 큰 조직에 소속되지 않는 1인기업가로 성공한다. 파리를 배경으로 한 진행형 프로젝트 영화를 찍는다는 주체도 사랑은 비를 타고에서 처럼 대형 조직으로 그려지지 않고 모호하게 처리된다. 재즈 클럽을 경영하게된 세바스찬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 1950년대와는 생각이나 시각 자체가 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2) 인터스텔라

눈내리는 밤 고가위, 미아 부부는 차를 돌려 근처에서 밥을 먹기로 하고 한 재즈바로 들어간다. 마치 예전에 이휘재가 ‘그래, 결심했어!’하고 인기를 끌었던 그 코너처럼. 가게 입구엔 자기가 고안했던 로고가 걸려있고 사랑해서 함께 했던 연인의 꿈이 그대로 현실로 펼쳐진 그 무대에서 그 사람이 연주를 하고있다. 그 연주가 계속되는 동안 다른 선택지를 골랐으면 가능했을지도 모르는 장면들이 나온다. 마치 평행우주이론을 뮤지컬에 적용시킨 것 처럼. ‘그래, 결심했어!’하고 다른 선택을 했으면 존재했을 다른 우주. 1950년대 영화라면 없었을, 인터스텔라를 생각나게 하는 장면이 라라랜드에는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