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맞네!

봄, 맞네!
라일락 – 수수꽃다리

봄, 맞네!

길을 걷다 아파트 단지 샛문 앞에서 만난 라일락. 올 들어 처음 만난 것이 반가워 얼른 사진을 찍었다. 어찌나 반가운지! 꽃도 청초한 아름다움이 있지만, 향기로 먼 발치서부터 존재를 알리는 기분 좋은 꽃이다. 수수꽃다리란 우리말 이름은 또 얼마나 예쁜지. 봄, 맞네!

어릴 적 살던 집에 라일락 고목이 있어 봄이면 마당이 꽃그늘로 덮이고 향으로 진동했다. 그럴 때면 선생님께 신문지에 싼 라일락을 선생님께 배달하곤 했다. 아침 이슬 머금은 꽃가지는 신문지까지 촉촉하게 적셨다. 그렇게 가져간 꽃은 감사를 넘어 기쁨으로 자리했다. 선생님은 물론이고 친구들까지 한주간을 향기롭게 보냈다. 그때 느꼈던 가슴벌어지는 뿌듯함과 순수한 으쓱거림. 지금 생각하니 웃음이 난다. 

 

봄, 맞네!

날이 가물다 가물다 했더니 봄비 내릴 때 마다 하루가 다르게 파래지는 나뭇잎. 내리는 비는 분명 아무 색도 없는데, 어째서 잎은 초록이 되고 꽃은 또 그렇게 갖가지 색이 되는지. 

 

봄, 맞네!
새 순이 야들야들

새로 나는 잎, 순, 아기 볼… 세상에 나온지 얼마 되지 않는 것들은 거의 다 보들보들 여리다. 세파에 시달리고 버티는 동안 굳세진다. 거기까지는 좋은데 고집이 세고 목이 곧아지는 것은 슬프다. 

봄, 맞네!
철쭉

철쭉이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늘 마당 꽃나무에 물 주고 가꾸시던 어머님 아버님. 토요일이 아버님, 오늘이 어머님 기일이다. 이렇게 꽃 필 무렵이면 늘 돌아오는 날. 아버님은 우리 부부가 결혼하고 2년도 채 되지 않아 정 들 새도 없이 돌아가셨지만, 어머니 돌아가신지는 3년 밖에 되지 않았다. 아직도 대문 열고 들어가면 “우째 왔어요 그래~~”하며 반겨주실 것만 같다. 뵙고싶다. 

 

봄, 맞네!

뭉클했던 맘과 찡한 코끝을 찬 걸로 다독다독 다독여본다. 오늘같이 볕 따뜻한 날은 역시 차가운 것이 맞다. 열심히 스탬프 찍어 받은 아메리카노라 더 시원하고 맛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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