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눈이 왔다

새벽에 눈이 왔다

자려고 누웠는데 자꾸 누가 불을 켜는 것 처럼 밝은 느낌이 들었다. 눈을 떴다. 먼 데서 번개가 치고 있었다. 창을 열었다. 손을 내밀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는데 차가운 것들이 손에 와 부딛쳤다. 잘디 잔 싸락눈이 뽀얗게 내리고 있었다. 그렇게 새벽에 눈이 왔다. 반갑게도. 아래를 보니 땅에는 하얗게 쌓이고 있었다. 그래도 아침이면 녹겠지. 해갈되도록 듬뿍 왔으면 좋겠다.

눈 오는 날은 포근하다지만, 자다 일어나니 춥다. 부르르 떨며 이불 속으로 쏙 들어갔다. 안온한 이 포근함. 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아침이 되었다. 눈은 그치고, 길은 청소한 듯 녹아 까맣게 반들반들 윤이 난다. 지붕에서 눈이 녹아 뚝뚝 낙수가 떨어진다. 올겨울 처음 보는 풍경이다. 오늘은 아침부터 날이 흐리다. 온 김에 좀 더 왔으면 좋겠다. 이렇게 마지막 눈이 내리다 마지막 겨울비가 되겠지. 올해는 제대로 눈 온 날이 드물었다. 전에 올렸던 눈 내린 교정 사진을 보며 아쉬움을 달랜다. 몇 날 지나다 보면 다시 또 봄비가 되어 봄을 재촉할 것이다. 가지마다 뾰족한 새 잎이 돋는 봄. 봄이 그립다.

새벽에 눈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