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라함이야기 8 – 소돔, 소돔, 소돔

2013년 12월 29일

아브라함이야기 8-소돔, 소돔, 소돔

간절한 아브라함

천사들은 아브라함과 사라에게 약속의 말씀을 전한 뒤 소돔으로 향했다. 소돔의 죄악상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아브라함은 하나님 앞에 서서 말했다. “의인을 악인과 함께 멸하려 하십니까?” 하나님께서는 “소돔 성읍 가운데에서 의인 오십 명을 찾으면 그들을 위해 온 지역을 용서하겠다”고 말씀하셨다. 아브라함이 다시 물었다. “오십에서 다섯 명이 부족하다면 온 성읍을 멸하시겠습니까?” 하나님께서는 멸하지 않겠다고 하셨다. 아브라함은 안타까운 마음에 거듭, 거듭 간절히 구했다. 결국 소돔에서 의로운 사람이 열 명만 있어도 그 성을 멸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게 되었다.

죄악의 도시 소돔

두 천사가 소돔에 도착한 것은 저녁때였다. 아브라함의 조카 롯이 마침 성 문에 있다가 천사들을 보고 반갑게 맞이했다. 들어가지 않고 거리에 있겠다고 하는 천사들에게 간청하여 집으로 영접했고 무교병[ 누룩(이스트,효모)이 들어있지 않은 빵]을 구워 대접했다. 그때 밖에서 소동이 벌어졌다. 소돔 사람들이 늙은이 젊은이 할 것 없이 몰려들어 집을 에워싸고 롯에게 요구했다. “오늘 밤에 너희 집에 온 사람들은 어디 있느냐? 데리고 와라. 우리가 관계를 해야겠다[ 성경원문에는 ‘상관하리라’로 나온다. 성관계를 갖는다는 뜻. 개역개정과 개역한글성경에는 ‘상관하리라’로, 공동번역성경에는 ‘재미를 보다’, KJV성경에는 ‘we may know them’으로, NIV성경에는 ‘we can have sex with them’으로 되어있다.].” 이웃집에 몰려가 그 집 손님을 동성애 상대로 내어 놓으라고 당당히 요구하고 있다. 동성애와 난교가 이정도로 횡행하다니, 아무래도 소돔은 우리가 생각하는 타락이라는 범주를 벗어난 곳이었나 보다.

롯은 당황했다. 그냥 손님도 아니고 상대는 무려 천사지 않은가. 롯은 밖으로 나가 등 뒤로 문을 닫고 무리들에게 사정했다. “이런 못된 짓들은 하지 마시오. 아시다시피 내게는 아직 사내라고는 모르는 딸 둘이 있소. 내 그 아이들을 내어줄 테니 마음대로 하고 그분들께는 아무 짓도 하지 마시오.”하지만 그들이 원하는 것은 여자가 아니었다. 오히려 롯을 폭행하고 문을 부수려 하였다. 천사들이 롯을 집 안으로 끌어 당기고 문을 닫은 뒤 무리들의 눈을 어둡게 했다. 사람들은 어리둥절 하여 문을 찾느라 한참을 헤맸다.

천사들이 롯에게 말했다. “소돔의 악행에 관한 사람들의 부르짖음이 너무나 커 하나님께서 소돔을 멸하려고 우리를 보내셨다. 여기 있는 사람들 외에 네게 속한 자가 또 있느냐. 사위, 자녀 할 것 없이 네게 속한 자들을 다 성 밖으로 피신시켜라.” 롯은 가슴이 철렁했다. ‘내 딸들.’ 곧 결혼하기로 되어 있는 딸들이 생각났다. 그 깊은 밤, 롯은 두 딸과 결혼하기로 한 약혼자들을 찾아가 말했다. “하나님께서 곧 이 성을 멸하실 것이다. 너희들은 서둘러 이 성을 벗어나야 한다.” 하지만 사윗감들은 안타깝게도 그 말을 농담으로만 여기고 듣지 않았다. 낮도 아니고 한밤중에 일부러 사윗감을 찾아 그런 한심한 농담을 할 장인이 있을까. 롯의 예비 사위들은 사태를 바로 파악할 줄 모르는 어리석은 자들이었나 보다.

롯의 탈출과 소돔의 멸망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보니 어느덧 동이 트려 했다. 천사들이 롯을 재촉했다. “여기 있는 아내와 두 딸이라도 데리고 얼른 성을 빠져나가라. 이러다가는 이 성의 죄악 가운데 너희들 마저 함께 멸망하겠다.” 우물쭈물하는 롯을 위해 천사들은 롯의 아내와 두 딸의 손을 잡아 무사히 성 밖까지 데려다 줬다. “도망가라. 도망해서 생명을 보존해라. 돌아보지도 말고 들에 머물지도 말고 산으로 도망하여 멸망함을 면해라.” 천사들의 경고에 롯이 사정했다. “내가 산에까지 도망갈 수 없습니다. 도중에 재앙을 만나 죽을 것만 같습니다. 가까운 저 성읍으로 도망가도록 허락해 주세요.” 천사들은 롯의 소원을 들어주었다. “이 소원도 들어주마. 네가 말하는 성읍을 멸하지 않겠다. 그곳으로 빨리 도망하라. 네가 그곳에 이르기까지는 내가 아무 일도 행할 수 없다.”

롯과 가족이 소알 성으로 들어갈 때 해가 돋았다. 하늘에서 유황과 불이 소돔과 고모라에 비같이 쏟아졌다. 조금 전까지 그들이 살던 곳이 멸망했다. 그 장면을 보기 위해서 였을까, 소알성 안으로 들어가던 롯의 아내가 천사의 경고를 어기고 뒤를 돌아 보았고, 순간 소금기둥으로 변하고 말았다.

[Sodom and Gomorrah, John Martin, oil on canvas, 1852]

아브라함인들 잠을 이룰 수 있었을까. 밤새 뒤척이던 그는 이른 아침이 되자 전날 천사와 만났던 그 자리에 서서 소돔과 고모라 쪽을 바라보았다. 마치 옹기가마에서 솟아나는 연기처럼 치솟는 연기가 보였다. 천사들은 그곳에서 단 열명의 의인도 찾아낼 수 없었던 것이었다. 죄악의 도시 소돔과 고모라는 멸망했다. 아브라함의 간절한 기도 덕에 오직 롯과 그의 가족만이 그 멸망의 순간을 면할 수 있었다.

모압족속, 암몬족속의 조상이 태어나다

롯은 두려웠다. 아브라함과 헤어지면서 정착할 곳으로 선택했던 소돔은 멸망당했고 아내는 소금기둥이 되어 버렸다. 자신의 선택을 이제 믿을 수 없었다. 자기 눈으로 보아 좋은 것들을 선택했는데 그 결과는 참담했다. 자신이 선택한 이 소알 성읍도 과연 안전한 곳일까. 롯은 두 딸과 함께 산으로 올라가 굴에 거주하기로 했다.

어느날, 약혼자를 잃어버린 딸들은 의논했다. 맨정신으로는 안 될테니, 아버지를 취하게 해서 자기들과 동침하게 해 후손을 이어가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첫 날에는 큰 딸이, 둘째 날에는 작은 딸이 아버지와 잠자리를 갖고 나왔지만 만취가 되었던 롯은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 일로 딸들은 아들을 하나씩 낳게 되었는데 큰 딸이 낳은 아들은 모압, 작은 딸의 아들은 벤암미라 하여 각각 모압과 암몬 사람의 조상이 되었다. 이들은 오늘날 팔레스타인에 거주하게 된다.

롯은 이 아이들이 누구의 아이들이라 생각했을까. 아마도 예비사위와 딸 사이에서 태어난 손주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자신과 닮았더라도 외할아버지를 닮은 것이니 자연스럽게 여겼을 것이다. 나는 롯이 끝까지 이 사건에 얽힌 진실을 몰랐기 바란다. 롯이 모른다고 이 끔찍한 진실이 바뀌는 것은 아니겠지만, 나중에라도 롯이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느낄 죽고싶을 만큼의 참담함을 생각하면 차라리 그가 몰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드는 것이다. 겨우 빠져나온 소돔, 멸망해 버린 그곳 사람들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하는 자괴감에 남은 평생을 시달렸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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