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혼자 누리는 즐거움

2015년 12월 21일

늘 바쁜 아침

이 땅에 사는 다른 많은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아침시간은 늘 바쁘다. 출근 전 5분이 그 이후 30분에 맞먹을 때도 있다. 엄마, 아내라는 서포터로서 다른 식구들의 아침을 좀 더 느긋하게 만들려는 탓에, 내 아침은 더 바쁘고 더 일찌감치 시작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런 까닭에 포기할 수 없고 놓칠 수 없는 시간이 바로 아침시간이다.

 

고요

이른 아침은 고요하다. 아직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정숙함. 이런 차분함은 집중과 몰입을 가능하게 해준다. 이 시간은 하루 중 유일하게 온전한 나만의 시간이다. 하지만 갓 깨어난 정신은 멍한 상태다. 이 상태를 재빨리 정비하기 위해 일종의 리추얼 ritual을 갖는다. 일어나 화장실에 다녀오고 세수를 한다. 식사 준비상태를 체크하고 책상에 앉는다. 잠깐 묵상을 한 뒤 성경을 필사한다. 공책을 반으로 접어 왼쪽엔 한글로 쓰고, 오른쪽은 영어 성경을 베낀다. 원래는 읽기만 했는데 그저 눈으로 좇는 느낌이고 생각이 미처 따라가지 못하는 것만 같아 천천히 읽기 위해 필사라는 방법을 택했다.

 

아침 2

잠깐의 묵상과 성경필사를 마치면 찻물을 끓인다. 차나 커피를 들고 다시 책상에 앉아 이번엔 노트북을 연다. 그리고 글을 쓴다. 되든 안되든 글을 쓴다. 어떤 글인가는 상관없다. 무조건 최소 15분 이상은 쓴다. 처음엔 습관을 들이기 위해 별 생각이 없을 땐 그저 순간순간 떠오르는 생각을 의미 없는 상태 그대로 적어내려 갔다.

 

혼자 누리는 즐거움

이른 아침에 글을 쓰는 이유는 나 혼자 있을 시간이 그때밖에 없기 때문이다. 집중할 시간이 그때 밖에 없기 때문에 더 소중하다. 책을 읽고, 메일을 확인하고, 아이들 가르칠 자료를 찾고… 다른 일들은 여럿이 있을 때도 할 수 있지만, 글을 쓰는 것은 혼자 있을 때만 가능하다. 그런 시간이 내겐 바로 이른 아침이다.

또 다른 이유는 아침에 가장 정신이 맑기 때문이다. 9시만 되면 잠이 오기 시작하고 10시 이후엔 세밀한 작업에 실수가 생긴다. 깨어있으려면 짜증이 난다.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고 놓쳐버리면 꼴딱 새게 된다. 학교 다닐 때도 밤에 1시간이 넘도록 낑낑대던 수학 문제를 다음날 아침이면 5분 만에 뚝딱 풀어버린 적이 있다.

묵상 – 성경필사 – 차 마시기로 이어지는 나만의 리추얼은 몸과 정신을 가동 가능 상태로 재빨리 돌려놓는 역할을 한다. 일종의 웜 업, 겨울철의 공회전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계속되다 보면 습관이 되고 습관이 되면 자동으로 움직여진다. 일종의 體化라고나 할까. 내가 의식을 가지고 하는 행동이 아니라 그저 내가 되어버리는 것이라고 하겠다.
이렇게 해서 10년을 지속한다면 나는 그때 어떤 존재가 되어 있을까. 지금보다는 나은 사람, 전과 같지 않게 달라져있을 것이다. 지금 보내는(성경필사-글쓰기 리추얼로 진행되는) 이 아침 시간이, 묵상- 앞으로 다가올 노년의 인생을 어떻게 나아진 방향으로 이끌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