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오개역 황금콩밭 -추억의 찬장과 청국장

2017년 7월 1일

얼마전. 애오개 역 근처에 있는 한 식당에 들러 점심을 먹게 되었다. 오래된 가정집을 개조해 운영하는 집이었는데, 한옥으로 된 안채는 단체 예약 손님용으로, 또 입구에 가까운 쪽은 일반 식사손님용으로 나눠 운영하는 듯 했다. 국산콩을 써서 매일 두부를 새로 만든다는데 인근에서 제법 유명한 집인지 때를 잘못 만나면 자리가 없다고 한다.

의자에 앉는 자리는 없고 전부 바닥에 앉는 좌식 밥상만 있다. 신을 벗어 신장에 넣고 들어갔다. 자리에 앉아 둘러보니, 세상에… 아주 어렸을 때나 봤던 찬장이 놓여있었다. 남의 집 살림인데도 괜히 반가웠다.

애오개역 황금콩밭 찬장

추억의 찬장

어린 시절 우리집은 아주 오래된 한옥이었다. 다섯살 때 쯤이던가, 엄마가 싹 뜯어 고치기 전까지 부엌에 가려면 신을 신고 마당을 통해 들어가야 했다. 부엌 아궁이를 통해 난방을 하기에 안방보다 낮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찬광은 부엌에 딸린 부속실이지만 또 부엌처럼 낮지 않다. 밖에서도 바로 들어갈 수 있다. 불을 쓰는 곳이 아니고 난방이 필요한 곳도 아니다. 그렇기에 바닥은 마루로 되어있고 그 아래는 부엌에서 들어갈 수 있는 지하실이 있어 양파나 파, 감자 등 햇빛이 닿지 않아야 좋은 채소나 잘 쓰지 않는 화덕, 청소 도구 등을 두었다. 부엌을 가운데 두고 찬광과 안방이 양쪽에 있고, 그 아래쪽으로는 지하실과 아궁이가 마주보는 그런 구조였다.

집이 워낙 오래되어 그랬는지, 지하실은 위험하다고 절대 아이들은 들어가지 못하게 하셨다. 그래서 부엌에서 일하는 엄마 근처에 있다보면 자연히 찬광에서 놀게 되었는데, 찬장을 뒤지는 재미란 다락이나 엄마 화장대 뒤지는 것 못지 않은 재미를 느끼게 했다. 위쪽에는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오래된 술잔이나 유리잔, 병 등 작거나 가벼운 것들이 있었고, 아래쪽에는 꿀단지, 왜간장 통, 잘 안쓰는 사기그릇이나 신선로, 유기그릇 등 비교적 무거운 것들이 있었다. 찬장 한쪽 옆에는 쌀뒤주가 있고 벽으로는 크고 작은 소쿠리며 채반 같은 것들이 걸려있었다. 찬장 문을 열고 서랍마다 뒤지고 그릇 뚜껑마다 열었다 닫았다 하며 구경하다 그것도 시들해지면 마룻바닥에 엎드려 널판 틈새로 올라오는 서늘한 지하실 냄새도 맡았다. 아주 나중에 이웃집 토토로에 나온 마쿠로구로스케마루 밑 아리에티를 보고 그때 그 냄새와 서늘한 공기를 연상했다. 미야자키 하야오도 어린 시절 비슷한 경험을 했을른지 모르겠다.

 

맛있는 청국장, 입맛은 변하는 걸까

애오개역 황금콩밭 청국장 두부짜글이

두리번거리면서 이생각 저생각 하다보니 어느새 밥이 나왔다. 앞에 보이는 뚝배기가 내가 시킨 청국장, 뒤에 뵈는 것은 두부짜글이다. 인사동 별궁식당 청국장이 좀 묽고 우거지가 많은 편인데 비해, 이집 청국장은 좀 더 빡빡하고 두부 위주라고 할 수 있다. 아마 인사동은 관광객이 많아 그것까지 염두에 둘테지만, 이 집은 주로 동네 토박이 주민들을 대상으로 해서 나는 차이인가보다. 진하지만 짜지 않아 밥 없이 한참을 먹었다. 결혼하기 전에는 집에서 청국장 냄새만 나도 질색을 했는데 지금은 또 이렇게 잘 먹으니 나이가 들면 입맛도 변하는 걸까.

함께 나오는 밑반찬도 깔끔하다. 일하시는 분들도 모두 어머니뻘로 보이는데(그야말로 ‘이모’다 ㅎㅎ) 모두 인심 좋고 서글서글해 먹는 동안도 마음이 편했다. 차림표를 보니 직접 아침마다 만든다는 두부가 한접시에 만원이다. 다음에 오게 되면 둘이 청국장 하나 두부 하나 주문해서 나눠먹어야 겠다 싶었다. 참, 애오개역 2번출구 골목에 있는 이집 이름은 ‘황금콩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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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7.13 | 지도 크게 보기 ©  NAVER Co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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