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과 경험

2014년 9월 30일

영감 혹은 직관

 

영감은 어떤 아이디어, 예감, 예측 등을 말한다. 직관은 어떤 대상을 논리적, 사유적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적, 전체적으로 인식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 면에서 둘은 서로 통하는 점이 있다. 반복과 학습에 의해서가 아니라 어느 순간 번개치듯 ‘아!’하고 깨닫게 된다. 하지만 아무런 자극이나 기본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기대하는 것은 재료 없이 요리를 기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림도 마찬가지다. 악어나 뱀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직관, 영감에 의한 아이디어가 나온다. 아이디어를 뜻대로 표현하려면 그 전에 여러가지 재료를 탐구하고 그려본 경험이 있어야 한다.  

위 그림은 ‘공룡 외길인생 5년’이라고 일컬을 정도로 얼마 전까지 공룡에 푹 빠져 지냈던 5세 남자 아이의 그림이다. 갈색 크레파스로 머리와 혀, 꼬리를 그리고 그 사이 몸통은 털실을 붙여 나타냈다. 재료 탐색과 직관적 이해, 영감 없이는 나오기 어려운 그림이다. 공룡 하나로 시작한 그림이 이렇게 자유롭게 악어를 묘사할 만큼 발전하게 되었다. 몸의 요철도 요철이지만 입의 입체적인 묘사를 보라! 티라노사우르스 그림을 보며 따라 그리던 그 경험이 축적되어 악어의 입으로 연결되었고, 그런 모사를 하기 전까지는 이 녀석에게 시달려 수없이 그려내야 했던 내 수고도 적지 않았다. 그러니 아이들이 그림 그려달라고 조를 때 너무 귀찮아하지 말자. 

 

 

 

경험

 

 

좋은 글이나 그림이 나오기 위해 직,간접 경험은 꼭 필요하다. 그중에서도 직접 겪어보는 것은 생생하게 살아있는 작품을 나오게 하는데 꼭 필요하다. 사진을 보고 하는 묘사와 직접 가 보고 쓰는 글은 나올 수 있는 표현부터 다르다. 남극에 가보지 않고 사진으로만 본 사람에게서 남극은 하얀색과 파란색 딱 두 가지 색 밖에 없다는 말이 나올 수 없는 것이다. 

아이들 그림도 마찬가지다. 이 그림은 컬러 테트라라는 열대어를 직접 키우고 있는 5세 남자 어린이가 그린 그림이다. 열대어가 먹이를 먹고 있다. 형이 키우는 물고기는 ‘하늘이’고 자기가 키우는 것은 ‘주황이’다. 그림만 봐도 어느 것이 하늘이고 주황이인지 금방 알 수 있다. 게다가 등 부분이 짙고 배 쪽이 흰색인 투 톤이라니! 직접 키워본 경험이 없다면 나오기 어려운 묘사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