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명량을 보고오다

2014년 8월 1일

 

영화 ‘명량’을 보고오다

휴가 맨 처음 일정은 영화 ‘명량’을 감상하는 것이었다.

1:17도 아니고 12:330의 싸움에서 말도 안되는 승리를 거둔 명량해전은 언제 들어도 흥미진진하고 피를 끓게 하는 전설같은 이야기다. 

 

전에 재미있게 봤던 ‘최종병기 활’과 같은 감독(김한민 감독)이 만든 영화고, 그 영화에 후금 황제의 동생 쥬신타로 나왔던 류승룡이 이번엔 해적출신 왜장 구루시마로 나온다고 해서 예고편이 나왔을 때 부터 흥미로웠다. 같은 감독의 두 영화에 걸쳐 여진족과 왜구 두 오랑캐를 어떻게 연기할 것인지 궁금했다.

최민식에 대해서는 오히려 반신반의 했다. 김명민의 이순신이 너무나 강렬했기에 최민식의 이순신은 정말 어울릴까? 하는 의문도 있었다. 보고 나서 페이스북에 감상을 독려하는 글을 올렸을 때에도 몇몇 친구들은 최민식이라서…하며 망설이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기는 했지만, 인터뷰 기사에서 ‘힘들었다. 포기하고도 싶었지만 나만 바라보는 스탭과 동료들을 보면서 이순신 장군도 당시 같은 심정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다잡았다.’라는 요지의 말을 한 것을 보고는 다시 영화를 볼 생각이 들었다.

 

 

울었다

처음 왜적이 우리 국토를 유린하는 지도 이미지가 나오는 순간부터 분하고 치욕스러운 마음에 눈물이 났다. 그 뒤부터는 계속 미안하고 고맙고 감격스럽고 뿌듯하고 송구한 마음이 교차되며 눈물이 났다. 난중일기에는 ‘울었다’, ‘눈물이 났다’ 등의 표현이 많은데 이 영화를 보면서 나도 울었다. 도와주는 이 하나 없이 걸고 넘어지고 방해하는 자들은 어찌 그리 많은지. 생사고락을 함께한 정예부하들마저 외면했던 가운데 죽기를 작정하고 싸우는 장군의 모습, ‘나중에 후손들이 우리가 이렇게 애쓴 걸 알까?’하는 병사들의 모습에선 나도 모르게 소리내어 흐느꼈다. 정말 미안하고 고맙고… 이 두 감정이 영화보는 내내 따로 또 같이 솟구쳤다.

 

 

 

진도 울돌목을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를 보며 자연스레 떠올리게 된 것은 근처에서 침몰한 세월호였다. 이 명량해협을 빠져나간 거센 물살이 흐르는 그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안타깝게 희생된 것을 생각하니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왜 명량일까?

23전 23승의 이순신 장군. 이 여러 해전중 왜 콕 찝어 명량해전을 선택해 영화로 만들었을까?

 

1597년 1월 4일(양력 3월 1일), 가토 기요사마가 부산포를 공격하므로써 정유재란이 시작되었다. 항명이라는 이유로 압송된 이순신 장군 대신 원균이 삼도수군통제사가 되어 거제도 앞바다에서 칠천량 해전(1597.7.15/양력 8.27.)을 치르게 되었으나 어렵게 키운 수군의 전력은 무참히 박살나 160척이던 배는 단 12척에 불과하게 되었다. 이순신 장군은 이런 상황에서 하는 수 없이 재 투입되지 않을 수 없던 것이었다.

 

이제까지 이순신 장군은 져 본 적이 없는 장수였으나, 한산도해전과 부산포해전을 제외하면 모두 우세한 조건하에 이길 수 있는 싸움, 미리 이겨놓은 싸움이었다. ‘승병선승(勝兵先勝) 이후구전(而後求戰) 패병선전(敗兵先戰) 이후구승(而後求勝)’손자병법에 나오고 요즘 많은 경영인들이 즐겨 말하는 이것이 이순신장군의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명량해전은 달랐다. 무려 12:333(실제 전투에 참가한 것은 133척)의 말도 안되는 조건에서 승리를 거둔 믿기 어려운 해전이었던 것이다. 이보다 더 드라마틱할 수 있을까.

 

왜 이순신은 이기고 구루시마는 졌을까?

 

선비출신 이순신, 해적출신 구루시마

 

 

이순신 장군은 무과에 급제한 장수이지만 원래는 문과를 준비하던 선비출신이었다. 게다가 이순신 장군은 처음부터 수군이었던 것도 아니고 28세에 무과에 급제하고 32세에 이르러서야 함경도에서 초급장교로 군 생활을 시작했다. 42세 때에는 여진족 족장 울지내를 생포하기까지 했지만, 상관의 모함으로 공적으로 인정받지는 못했다고 한다. 이때 사로잡힌 족장 울지내의 여진족은 훗날 후금을 세웠으니 ‘최종병기 활’에 나오는 쥬신타의 조상님일지도.

 

반면, 구루시마는 어릴 적부터 울돌목처럼 물살이 세고 험한 구루시마에서 나고 자란 해적 출신이었다. 어릴 때 부터 물에서 놀던 구루시마는 이미 울돌목의 물살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이를 이용해 빠르게 서해안으로 접근해 치고 올라가려고 계획하고 있을 정도였다. 수적으로나 성장이력으로 보아 월등한 우위에 있던 구루시마가 이순신에게 패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죽기로 싸우는 자, 이기려고 싸우는 자

 

 

이순신 장군은 늘 “죽고자 하는 자는 살 것이요, 살고자 하는 자는 죽을 것”(必死卽生 必生卽死)이라고 이야기해 왔다. 죽기를 작정하고 싸우는 사람을 어떻게 이길 수 있겠는가. 구루시마는 이기기 위해 싸웠다. 자기를 선봉장으로 삼아준 히데요시를 위해, 이순신과의 해전에서 전사한 형제의 복수를 위해 이기려고 싸웠다.

 

 

 

생사고락을 함께한 정예부대

 

 

이순신 장군의 남은 부하들은 모두 그간 생사고락을 함께한 전우였고 그 많은 전투를 거치고도 살아남은 불굴의 용사였다. 임진왜란 발발 이후 5년간 호흡을 맞춘 환상의 팀이었다. 비록 죽음이 두려워 마음이 움직이기까지 전투를 망설였긴 했지만, 일단 싸우기 시작하면 손발이 척척 맞을 수 밖에 없는 이들이었다.

구루시마의 부하들은 용맹스럽고 잔인하기로 이름난 자들이었으나 그들의 뿌리는 해적이었다. 해적은 백성을 위해 싸우지 않는다. 그들의 목적은 탈취에 있다.

 

 

 

불굴의 의지, 뛰어난 지도력

 

 

12척 배 밖에 남지 않은 수군을 해체하고 권율 장군 밑으로 들어가 육군으로 싸우라는 선조의 명령에 수군해체 불가함을 아뢰며 이순신 장군은 말한다. ‘소신에게는 아직 열두 척의 배가 있나이다.’ 사도 바울이 지병을 믿음을 지키기 위한 가시로 여기고 사역을 계속했던 것 처럼, 이순신도 늘 불편했던 몸을 극복하고 절대긍정의 믿음으로 나라를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끝없는 주변의 방해공작 속에서도, 심지어는 겨우 복구한 거북선마저 부하의 손에 잃는 상황에서도 그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지도력이 뛰어난 사람은 많다. 하지만 맨 앞에서 모범을 보이는 사람은 흔지 않다. 이순신 장군의 리더쉽이 뛰어난 것은 솔선수범함에 있다. 하기 어렵고 하기 싫은 것을 대장이 먼저 본을 보이면 나머지는 감동할 수 밖에 없다. 부하가 감동하고 영내 백성이 감동한다. 민심은 천심이라고 했다. 백성이 감동하면 하늘이 감동하게 되고 하늘이 감동하면 뜻은 이루어진다.

 

 

 

하늘의 도움

 

 

뜻이 지극하고 믿음이 깊어 솔선수범의 지도력으로 실천하다 보면 태산도 움직일 수 있다. 列子에 나오는 愚公移山의 고사가 그렇고 “누구든지 이 산더러 들리어 바다에 던져지라 하며 그 말하는 것이 이루어진 줄 믿고 마음에 의심하지 아니하면 그대로 되리라.”는 성경(마가복음 11:23) 말씀이 그렇다.

 

생각하기에 따라서 울돌목의 조류도 하늘의 도움일 수 있고, 부하와 백성들의 마음에서 우러난 협력이 하늘의 도움일 수 있다. 매순간의 정확한 판단과 직감이 하늘의 도움일 수도 있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이순신 장군이 아들 회에게 말한다. ‘울돌목의 회오리와 백성중에 어떤 것이 천행이라 생각하느냐?’ 나는 어느 하나만이 천행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늘의 도움은 매 순간 생각지도 못한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영화 명량, 흥행돌풍

영화 ‘명량’이 개봉된 것은 이틀 전인 7월 30일. 그런데 개봉 즉시 22만, 37시간 만에 100만을 기록했다. 매월 마지막주 수요일은 문화의 날로 정부가 관람료를 무료, 할인해 줘서 기록 세우기가 수월한 타이밍이었다는 분석도 있던데, 그걸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나도 이 글 쓰면서 처음 알았다. 다른 사람들은 다 알고 있을까?)

 

내 생각에는 현재 우리 상황이 난리는 나지 않았지만 사건사고 많고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는 점, 이순신 같은 강력하고 솔선수범하는 리더십을 가진 지도자, 일꾼을 기대하고 있다는 점, 시민을 감동시키고 잠재된 능력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모아줄 인물을 목마르게 그리고 있다는 점 그런 점들이 이 영화를 개봉 전부터 기대하고 관람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관련 동영상 및 글

 

 

인터넷 강의

 

 

 

이투스 명강사 설민석 선생의 영화 ‘명량’관련 인터넷 강의를 소개한다. 영화 명량을 보고 왔다고 페이스북에 올렸더니 이 강의를 보고 있다는 친구가 있었다. 일단 보니 10분 내외의 짧은 두 개의 동영상이었는데 적절한 컴퓨터 그래픽과 흥미진진한 진행, 해박한 주변 지식까지 아주 매력적인 강의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광해, 역린 등 국사에 관련된 영화가 나올 때 마다 이런 강의를 진행한 바 있었다.

 

이미 영화를 보고 온 사람도 좋고 보러 갈 사람에게도 좋다. 보고 왔다면 아는 이야기라 더 재미있고, 아직 보지 않았다면 아는만큼 보이는 것이 영화이니 더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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