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유전자

2016년 8월 5일
대략 10년전,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 있다. 바로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Selfish Gene)’다. 
인간을 비롯한 많은 동물들에겐 어떤 행동양식이 있다. 하지만 늘 일관적인 것은 아니어서 우리를 혼란스럽게 할 때가 있다. 
이 책은 그 틈바구니를 파고들어 생명의 연속성이란 것의 기준이 종이나 종족, 집단 혹은 개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유전자’에 있다고 주장한다. 
내가 읽은 것은 물론 이 개정판이 아니라 2006년에 나온 책이다. 어찌나 글씨가 작고 가는지, 오늘 다시 펼쳐보고 깜짝 놀랬다. “아니, 내가 이런 글씨로 된 책을 다 읽었단 말이야?” 10년이 흐른만큼 내 눈도 세월이 흐른걸까. 하지만 다시 읽으니 역시 술술 넘어간다. 쉬운 말로 쉽게 쓰인 글은 마치 과학이 가미된 추리소설을 읽듯 잘도 읽힌다. 원작도 번역도 모두 잘 된 수작인가 보다. 많은 번역서들이 그 어색한 문장으로 진도나가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이유에선지… 실제로 나는 곰브리치 서양미술사를 몇년째 반도 못나가고 있다.)
문득 드는 생각은, 인쇄된 활자는 독자로 하여금 이것이 ‘교과서’내지는 ‘성경’처럼 어떤 확고부동한 사실, 진리로 여기게 하는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책이란 작가의 주장이나 이야기를 담은 것일 뿐이다. 과거 한때 진리로 보였던 것들도 세월이 지나면 뒤집히기도 한다. 진화론, 창조론도 그저 이론(理論 theory)일 뿐이다. 철학책이다 계발서도 마찬가지다. 마땅히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다. 
독서의 가장 큰 이로움, 즐거움 가운데 하나는 ‘재미’다. 더우기 전문분야를 파고드는 학자가 아닌 우리같은 일반인으로서는 더욱 그러하다. 재미는 무엇에서나 찾을 수 있고 어떤 책에서나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불량식품스럽지 않으면서 고급진 재미를 선사하는 책은 드물다. 연일 35도를 넘는 더위에 이런 책에서 재미를 찾는 것도 피서의 한 방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