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길 산책

2009년 4월 24일

어제 삼성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았습니다. 
일반 검진은 수월한데, 왜 암검진은 이렇게 괴로운 것인지,,, 
밖으로 나오니 병원으로 들어갈 때와는 달리 따스한 햇살에 기분이 좋아져 횡단보도를 건너 골목으로 들어갔습니다. 예전에 갔던 무궁화 뷔페는 사라지고 국수집과 갤러리가 새로 들어섰더군요. 평일 오전이라 그런지 조용하기만한 프란치스코 센터를 지나 정동 예배당쪽으로 향했습니다. 정동 교회는 이광수의 소설 ‘흙’과 이문세의 노래 ‘광화문 연가’에도 나오는 곳입니다.오래간만에 팔짱을 끼고 걷는 것도 좋더군요. 옆에 누군가와 시간을 함께 한다는 것은 말 없이도 포근해지는 무언가를 선사해주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서울의 고요한 아침을 즐기던 것도 잠시, 시험기간이라 일찍 학교를 마친 여학생들이 거리로 나오기 시작하자 금새 활기찬 소음에 휩싸이게 되었습니다. 이쪽엔 그러고보니 여학교들이 많습니다. 이화, 창덕이 있고, 남녀공학인 예원도 남학생은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전 딸만 둘을 둔지라 여학생들이 주변에 가득해도 자연스럽지만, 아들형제만 둔 집들은 희한한 느낌이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시험 시간표도 학교들이 다 비슷한지 ‘와, 오늘 윤리시험 장난아니야.’하는 소리들도 들립니다. 어제부터 걱정하던 딸의 소리를 듣던지라 귀가 쫑끗해집니다. 달랑 국민윤리 교과서 하나로 공부하던 저희 때와는 달리 윤리와 사상, 전통윤리, 두 권에다 서양 철학사에 가까운 부교재까지 세권이나 되어 쩔쩔매더군요.   


걷다 만난 시립미술관입니다.
예전엔 대법원자리였죠?  저 멀리 보이는 붉은 것은 철쭉입니다.


아까 멀리 보이던 철쭉입니다. 미처 지지 않은 벚꽃과 한창인 철쭉은 그 자태가 레이스와 비단의 향연을 보는 듯 합니다.


푸른 물이 뚝뚝 듣는듯 하는 새 잎들도 좋습니다. 
아직 연한 잎들이 마치 셀로판지처럼 햇빛을 투과합니다. 겹친 곳은 겹친 곳 대로 짙은 색을 자랑하니 검은 나뭇가지와 대비되어 젊은 생명의 정수가 느껴집니다. 

넓은 길이 쭉죽 뻗은 강남쪽도 좋지만, 역시 서울의 참 맛은 오래된 건물도 많고 구불구불 좁은 길도 나 있는 고즈넉한 이쪽에서 느껴지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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