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릉숲길을 걸으며 늦가을 정취를 맛보다

2017년 11월 11일

정릉숲길을 걸으며 늦가을 정취를 맛보다

어제 오후, 오는 줄도 모르게 살짝 왔다 가버린 비. 혹시 마지막 가을비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단풍소식에 막바지 가을을 누려보자고 나선 곳이 바로 정릉. 가까운 곳이면서 그동안 잘 칮지 않았던 곳은 어딜까 검색해보았다. 정릉숲길을 걸으며 늦가을 정취를 맛보기 위해 아침을 먹고 느긋하게 집을 나섰다.

 

성신여대입구역에서 출발

정릉숲길을 걸으며 늦가을 정취를 맛보다

성신여대입구역에서 6번 출구로 나와 22번 마을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렸다. 정류장에서 그대로 조금만 올라가면 정릉 매표소가 나온다. 일반은 1,000원, 성북구민은 1/2 할인된 500원에 입장할 수 있다. 어릴적 나고자란 동네지만 과거는 소용없다.

 

유모차와 휠체어

매표소 뒤편에는 무료로 빌릴 수 있는 유모차와 휠체어가 준비되어 있다. 아이들 키울 때에는 유모차가 보이더니, 이제는 휠체어가 눈에 띤다. 그나마 모시고 와서 태워드릴 수 있는 분도 이제 양쪽 집안 다 따져봐야 아버지 한 분 밖에 남지 않았다.

어르신, 그것도 남자 어른을 모시고 다니는 것은 어린 아이 데리고 다니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일단 몸무게 부터 차이가 나니 여자 혼자서는 휠체어가 있다 해도 감당이 안된다. 병원이나 공항 처럼 바닥이 평평한 실내는 별 문제 없지만, 요철이 있고 경사진 실외는 엄두가 나지 않는다. 전기 자전거처럼 모터를 껐다 켰다 할 수 있으면 어떨까 생각하다가 그래도 이나마 마련되어 있는 것도 많이 발전했으니 다행이지 싶기도 하다.

 

정릉숲길을 걸으며 늦가을 정취를 맛보다

안으로 들어서니 오랫만에 만나는 비질 자국이 반갑다. 너른 마당에 싸리비로 싹싹 쓸은 자취는 보는 사람에게 정갈함을 선사한다. 손님을 맞기 위해 단정하게 옷차림을 가다듬은 주인을 만나는 느낌이랄까.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단정해진다.

능을 가운데 두고 정릉숲길을 시계 반대방향으로 걷기로 했다. 능과 숲길 사이를 흘러 지나가는 개울. 어제 잠깐 비가 왔다고 그래도 물이 고여있다. 요즘은 날이 늘 가문 느낌이다. 우리나라는 원체 장마철에 비가 몰아 오기는 하지만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요 몇해는 비가 와도 국지성호우일 때가 많고 지역마다 골고루 내리는 날은 드문 것 같다. 늘 맑은 물이 흐르던 청수장 계곡은 지금 어떨지 문득 궁금하다.

 

단풍

정릉숲길을 걸으며 늦가을 정취를 맛보다

새벽녘 최저기온이 영하로 떨어졌다더니, 아침 해가 뜨고 나도 쌀쌀하다. 경사진 길을 성큼성큼 오를 때면 후끈해졌다가 힘들지 않은 길이 나오면 다시 썰렁해진다. 그래도 어제처럼 흐리지 않고 날이 맑아 덜 춥다.

 

정릉숲길을 걸으며 늦가을 정취를 맛보다

정릉숲길을 걸으며 늦가을 정취를 맛보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밝은 햇살 아래 단풍은 어쩜 이리 고운지. 새파란 하늘을 빼면 온통 노랗고 누른 세상에 핏빛처럼 불타는 새빨간 단풍잎들. 푸르르기만 하던 계절에는 느낄 수 없던 색의 향연이 여기 있다.

정릉숲길은 평탄한 길도 있고 경사진 길도 있다. 하지만 험하지 않고 완만한 편인데다 길이도 적당해 놀면서 걸어도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아 초보자도 숲을 걷는 즐거움을 쉽게 누릴 수 있다.

 

오래간만에 찾은 동네는 많이도 변했다. 성신여대입구역이라고 하니 옛날 돈암동 로타리라는 생각이 들지, 그렇지 않으면 어디가 어딘지 하나도 모르겠다. 내가 다니던 곳들은 어디로 숨었고, 넓었던 길은 왜 이렇게 좁아졌는지. 초등학교 4학년 때 까지 근처에서 살았던 터라 사생대회며 백일장 때는 물론이고 아침일찍 일어나는 날엔 약수터까지 자주 찾던 곳이었는데, 마을버스를 탔으니 찾아갔지 걸어서는 정릉까지 찾아갈 수도 없을뻔 했다.

내가 태어나고 자랐던 집은 이제 없다. 하기야 서울이 고향인 사람중 어릴 적 살던 집이 그대로 남아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본향에 이르기 전까지 우린 모두 나그네 로구나 하는 것을 또 이렇게 느낀다.

 

 

[정릉 관람정보(정릉 매표소에 비치된 서울 정릉 유인물자료)]

정릉숲길을 걸으며 늦가을 정취를 맛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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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유정

    요새 단풍 너무 이뻐요 ㅠㅠ

    • 정말 지난 주말에 가길 잘 했어요. 오늘도 바람 많이 불었는데, 내일부터는 수능 한파라니…
      감기조심 하세요~~^^

  • Ann

    단풍 구경하기 딱이네요- 건축학개론 생각나요 ㅎㅎ

    • 아~~ 그러네요. 건축학 개론 배경이 정릉 일대였죠! 완전히 잊고 있었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