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여행 둘째날 – 우도, 섭지코지

2017년 2월 1일

제주도 여행 둘째날 – 우도, 섭지코지

1. 12첩 반상으로 즐긴 아침식사

보통 나는 다섯시 반에서 여섯시면 일어난다. 여섯시 반이면 아침 먹고 일곱시에서 일곱시 반 사이에 집을 나서야 하는 아이들 때문이다. 하지만 여행 둘째날 아침은 느긋하게 일어나 숙소인 뱅디가름 게스트하우스에서 자랑하는 12첩반상 아침을 먹었다. 다른 사람이 차려주는, 그것도 맛있는 아침밥을 앉아서 받아먹는 호사는 늘 누릴 수 있는것이 아니기에 아침이 더욱 행복했다.

제주도 여행 둘째날 - 우도, 섭지코지

뱅디가름 게스트하우스 12첩 반상 조식

이곳은 에어비엔비에서 예약했는데, 아침식사제공과 별을 보며 잘 수 있다는 대목에 혹해 선택한 곳이다. 여덟시 정각에 시간맞춰 1층으로 내려가니 이 댁에서 키우는 앵무새 까꿍이가 기이한 소리로 우리를 환영했다. 연두색 몸에 빨간 부리를 가진 이 녀석은 친화력이 얼마나 좋은지 손을 내밀자 냉큼 올라앉더니 슬금슬금 팔을 타고 올라와 어깨에 앉는다. 실버선장이 부럽지 않은 순간이었다.

제주도 여행 둘째날 - 우도, 섭지코지

뱅디가름 게스트하우스 앵무새 까꿍이

 

2. 우도

우도를 자동차로 둘러보는 사람들도 많지만 별로 추천할 방법은 아니다.

첫째, 우도에서는 자동차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대부분 제주에서 빌린 렌터카를 가져가는데, 우도에서 사고가 나면 렌트할 때 든 보험은 무용지물이 된다니 모두 내 책임이 되는거다.

둘째, 여객선 요금과 입장료를 티켓 하나로 끊고 배를 타는데, 그 가격이 비싸다.

세째, 정해진 코스만 도는 것이긴 하지만 우도 버스 투어가 시간, 코스, 가격 면에서 합리적이다. 한마디로 가성비가 좋다.

버스투어를 해보니 1인당 10,500원에 우도일주를 할 수 있었다. (왕복 배삯 @4,000원, 우도 이용료 @1,000원, 터미널 이용료 @500원, 버스투어 @5,000) 그동안 제주도를 여행해도 배를 타고 또 들어갈 생각은 한번도 해보지 않았는데, 우도 노래를 부른 아이들 덕분에 우도 여행을 하게 되었다.

 

1) 검멀레 해변

제주도 여행 둘째날 - 우도, 섭지코지

제주 검멀레 해변

우도 버스투어 첫번째 정류장은 검멀레 해변이다. 흔히 모래로 된 해변을 백사장白沙場 이라고 하지만 이곳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해변을 이루는 모래가 검기 때문이다.

 

제주도 여행 둘째날 - 우도, 섭지코지

제주 검멀레 해변 용암

사진에서 보듯이 모래와 자갈이 섞인 바위사이로 거무죽죽한 것이 보인다. 시뻘건 용암이 죽처럼 흐르다 굳은 것이다. 이렇게 굳어버린 용암이 오랜 세월을 지나 부서져 모래가 된 것이겠지. 검멀레는 검은 모래라는 뜻이다.

검멀레 해변은 아름답다. 처음에는 하얀 백사장에 익숙한 눈에 이질적으로 다가오지만, 새파란 하늘과 흰 구름, 녹색 들판과 어울려 한 폭의 그림이 된다. 절벽 또한 절경인데, 철썩이며 쉼 없이 부딪치는 파도는 절벽의 약한 구석을 찾아 끊임없이 공략해 파들어간다. 그래서 생긴 동굴이 검멀레 동굴이다.

그런데 그 아름다운 해변이 온통 쓰레기통이 되어버렸다. 관광객은 넘쳐나고 그 관광객을 맞이하는 매점은 문전성시다. 길과 해변은 그런 가게에서 나온 쓰레기로 덮여있다. 땅콩 아이스크림 껍질과 빈 컵, 아이스크림 숟가락이 주종을 이룬다. 쓰레기통은 부족하고 쓰레기를 들고 다니기 싫으니 그냥 아무데나 버린다. 깨진 유리창 broken window 법칙이 여기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쓰레기가 버려진채 있으니 가책없이 버린다. 깨끗한 곳 보다 더러운 곳을 어지르는 것이 더 쉽다.

필요한 곳에 쓰레기통을 가져다 놓고, 선착장에서는 쓰레기를 되가져올 수 있도록 봉투를 나눠준다든지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2) 비양도

제주에서 배를 타고 우도로 들어가고, 여기서 또 다리를 건너면 비양도라는 섬이 나온다. 별책부록에 딸린 또 하나의 부록이랄까. 제주도 동쪽 끝에 있는 섬이라 가장 먼저 해뜨는 것을 볼 수 있는 섬이라고 한다.

비양도의 풍경은 심히 목가적이다. 말들이 억새 사이로 드문드문 풀을 뜯고있는 들판은 360도 사방으로 뚫려있다. 복닥거리던 서울 시내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해방감이 느껴진다. 툭 트인 들판에서는 하늘, 바다, 태양과 바람을 원 없이 만끽할 수 있다. 이런 곳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도량도 넓으려나.

아이들 사진을 찍어보자. 저절로 하늘 향해 두 팔 벌려 만세하는 사진이 나온다. 하지만 발 밑은 조심. 말똥지뢰가 도처에 흩어져있다.

 

3) 하수고동 해수욕장

물빛이 너무나 좋았던 하수고동 해수욕장. 이곳에는 땅콩 아이스크림으로 유명한 ‘우도몬딱’이 있다. 진짜 우도에서 나는 땅콩으로 만들었다는 땅콩아이스크림은 정말 처음 먹어보는 고소함이었다.

제주도 여행 둘째날 - 우도, 섭지코지

하수고동에 도착했을 때는 정오, 딱 점심시간이었다. 머리 위로 쏟아지는 볕이 어찌나 뜨겁던지 ‘아, 진짜 옷을 잘못 챙겨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에 텀벙 뛰어들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전날부터 들리는 해수욕장마다 모두 무릎까지 바지를 걷어올리고 놀았는데, 제주는 같은 섬인데도 해안마다 모래가 다르고 물빛이 달랐다.

 

4)서빈백사

하수고동에서부터 배가 고팠지만 서빈백사에서 홍조단괴 만큼이나 유명한 전복짬뽕을 먹으려고 우도몬딱의 퓨전 메뉴와 네번째 운석박물관 코스를 건너 뛰고 다섯번째 도착지로 달렸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가게를 뒤지다시피 찾아 전복짬뽕을 먹었다.

제주도 여행 둘째날 - 우도, 섭지코지

우도 서빈백사 전복짬뽕

그렇게 먹어본 전복짬뽕은… 배가 고팠는데도… 그냥 그랬다. 그냥 일반 짬뽕 위에 홍합을 넉넉히 담고 맨 위에 전복을 하나 얹어놓은 것이 다였다. 게다가 전복은 차가웠다. 전복이나 홍합은 미리 익혀 다른 통에 담아놓았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짬뽕 위에 얹어주는 거겠지. 얹기 전에 홍합국물에 토렴이라도 한 번 했으면 더 좋았을텐데. 화면으로 본 그럴듯한 비주얼의 짬뽕에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제주도 여행 둘째날 - 우도, 섭지코지

홍조단괴 백사장 모래입자 모습

홍조단괴란 김, 우뭇가사리 같은 홍조류가 해안에 퇴적되면서 이룬 모래사장을 말한다. 이 우도 서빈백사는 천연기념물 438호로 밖으로 가지고 나가면 벌금을 물게 된다. 그런데 해안도로 건설로 이 홍조단괴가 점점 죽고있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들린다. 위에 있는 사진이 사빈백사 홍조단괴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김녕 백사장에 있는 곱고 납작한 모래와는 전혀 다르게 동글동글하다. 그래서인지 발에 달라붙지 않는다.

 

3. 섭지코지

우도에서 제주로 돌아온 다음 향한 곳은 섭지코지. 안도 다다오 작품이라는 지니어스로사이를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제주도 여행 둘째날 - 우도, 섭지코지

바람의 정원, 물의 정원을 지나면 이렇게 가로로 뚫린 벽이 나타난다. 아까 내내 누비고 다녔던 우도가 한 눈에 보인다. 막혀있었으면 놓치고 말았을 풍광. 아이디어 하나로 살려 실내로 끓여들였다. 설에 의하면 안도 다다오의 눈높이에 맞춰 만든 창이라 신장 160센티 정도 되는 사람이 봤을 때 가장 잘 보인다고 한다.

제주도 여행 둘째날 - 우도, 섭지코지

언덕에선 몇 마리 조랑말들이 자유롭게 풀을 뜯고 있었다. 저녁식사였을까. 아침부터 내내 걷고 배 타고 차 타고 돌아다녔더니 지치고 허기졌다. 숙소에서 편히 쉬면서 배달 피자를 먹는 맛도 좋았다. 여행지에서 배달 피자라니. 그런 경험도 처음이었지만 방바닥에 다리 뻗고 앉아 느긋하게 텔레비전을 보면서 피자를 먹는 것도 썩 괜찮았다. ㅎㅎ

다음 일정은 남해안-서해안을 돌아 제주공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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