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여행 첫날 – 김녕 성세기해변, 미로공원, 만장굴

2017년 1월 31일

 제주 첫날
지난해 9월, 오랜만에 온 가족이 제주여행을 했다. 아이들이 자라고나니 일정 맞추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다녀와서는 이런저런 일로 정리해서 올리지도 못했다. 뒤늦게 제주여행을 정리하려니 남아있는 기록이나 자료가 없다. 일정도 메뉴도 열심히 짜서 여행사 직원 같다는 소리까지 들었는데 안타깝다. 기록은 역시 그때그때. 시간날 때 마다 조금씩 몰스킨에 써 놓았던 것을 기초로 이제야 정리해본다.

 

제주도 여행 첫날

제주공항에 무사히 안착했다. 이상저온 현상으로 내내 바람불고 비가 내렸다는데 우리가 도착하자 구름 사이로 해가 비쳤다. 생각보다 더워 혹시나 하고 챙겨갔던 옷들은 여행 내내 무용지물이 되었다. 그래도 모처럼의 여행인데 주룩주룩 비가 내리지 않아 얼마나 다행인지. 정말 감사했다. 

 

제주도착

새벽같이 출근했던 터라 아침밥은 커피와 샌드위치, 토스트로 해결했다. 간단히 먹은 것은 제주에 도착하자마자 고기국수를 먹기로 했기 때문. 

공항입구에서 렌터카 회사에서 보내준 픽업차량을 타고 렌터카 회사로 가서 차를 받았다. 공항이 너무 혼잡해서라는데 정말 잘한 결정이다. 넓지 않은 로비와 입구에서 차와 사람이 한꺼번에 복작댔을 생각을 하니 아찔했다. 

우리가 빌린 차는 경차지만 차체가 높아 넓직한 레이. 아이들이 바라던대로 민트색이라 좋아했다. 전에 엘비라이프에서 상조를 한 구좌 들어놓았었는데 그곳을 통해 할인혜택을 받아 정말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었다. 

차를 받고 맨 처음 향한 곳은 고기국수집. 원래 가고자 했던 곳은 만석에 대기자까지 있어서 바로 옆에 있는 국수마당이라는 다른 집으로 갔다. 고기국수라는 것이 어떤 맛일까 궁금했었는데 다른 집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이집 고기국수는 돈고츠라멘과 아주 흡사한 맛이었다. 돼지뼈 육수에 국수를 말아 돼지 편육을 올린 것 자체가 비슷하니 맛도 비슷하겠지. 일본의 영향으로 고기국수가 태어난 것일까 아니면 제주 고기국수의 영향으로 돈코츠라멘이 등장한 것일까? 
연필로 그린 제주 고기국수

진한 국물의 고기국수로 든든히 요기하고 다시 차를 달려 탑동에 있는 마트로 라는 할인마트에 들렀다. 여행 방향과 일치할 뿐 아니라 창고형 매장이라고 해서 물건 값이 많이 쌀것 같아 선택한 곳이었다. 큰 길에서부터 곳곳에 보이던 주차장 안내판이 정작 주차장 입구에는 없어 뺑뺑 돌다 들어갔다. 물건은 코스트코와 비슷했고 가격은 섬이라 좀 비쌌다. 포장 역시 대용량포장이라 며칠 있다 돌아갈 우리에게는 맞지 않았지만 생수는 많이 필요하겠기에 넉넉히 박스 단위로 샀다. 한쪽 코너에는 다행히 소용량 상품을 모아 따로 팔아 음료, 맥주, 주전부리 등을 챙겨 출발했다. 

 

김녕 성세기 해변

첫날 일정은 숙소가는 길을 따라 먹고 보고 마시는 것. 그 첫번째 도착지는 김녕 성세기 해변이었다. 제주에 도착해 처음 만나는 바다다. 서해의 거친 모래나 찐득한 뻘과는 비교도 안되는 부드럽고 가는 모래가 발바닥에 다닥다닥 달라붙어 떨어질 줄을 모른다. 하늘엔 구름이 가득한데도 선글라스를 벗을 수 없을 정도로 눈이 부신 것은 이 백사장이 햇빛을 반사해서 그렇겠지?
 

세루리안 블루로 빛나는 바다는 자꾸만 우리를 유혹했다. 수영복도 없는데.  물도 아직 따뜻한데 미처 거둬가지 못한 파라솔들이 접힌채 줄지어 서있었다. 어디서 휩쓸려왔는지 뭍에서 말라가는 해초 한 조각이 쓸쓸하다. 

 

김녕 미로공원

다음 행선지는 김녕 성세기해변에서 내륙쪽으로 조금 들어간 곳에 있는 김녕 미로공원. 이 공원은 제주대학교에서 퇴직한 미국인 F.H.Dustin교수가 손수 흙을 나르고 나무를 심어 만들었다고 한다. 디자인 구상에만 3년이 걸렸고 1987년부터 랠란디나무를 키워 미로를 만들었다고 한다. 매년 수익의 80%를 지역사회로 환원시키고 있다니 대단하다. 

이 랠란디 나무의 정식 이름은 랠란디 사이프러스 나무로 1년에 1미터 이상씩 쑥쑥 자라는데, 현재 2,232그루가 심겨져있다고 한다. 잎이 가늘고 부드러워 스쳐도 상처날 염려가 없기에 좁은 미로를 꾸미기에 적합하다.  랠란디 나무로 된 미로를 보면 바닥이 붉은색인데, 이것은 제주도 천연 화산석 ‘송이(=scoria)‘다. 


이 공원에는 입구에서부터 시작해 여기저기 고양이가 많다. 잠이 많은 고양이의 특성상 거의 널브러진 상태로 흩어지거나 모여있다. 안내책자에는 50마리 정도 된다고 나와있는데, 짐작으로는 더 많아보였다. 

 

만장굴

 성세기해변-미로공원-만장굴은 모두 김녕에 있다. 차를 운전해도 걸어도 모두 몇 분 안에 도착한다. 날이 어찌나 습하고 더웠는지(난 이날 반소매 니트를 입었는데 못견딜정도로 더웠다) 시원한 동굴에 들어간다고 생각하니 반가웠다. 동굴 안으로 들어갈수록 서늘한 냉기가 느껴진다. 마치 커다란 냉장실 안으로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전에 왔을 때 보다 바닥이 더 미끄럽고 더 울퉁불퉁하게 느껴져 살짝 겁이난다. 한달 전 넘어지는 바람에 아직도 무릎이 불편한데다 그때 생긴 트라우마가 아직 남아서인가보다. 끝까지 가지 않고 돌아나왔다.  

 

첫날 저녁

아침 일찍부터 움직여 피곤한데다 운전으로는 초행길이라 어두워지기 전에 숙소에 도착하는게 좋겠다 싶어 나머지 일정은 모두 생략했다. 가스 충전소에 들러 차에 밥을 4만원어치 가득 먹였다. 숙소에 짐을 풀고 저녁 먹을 식당을 골랐다. 차량을 제공한다는 새벽숯불가든이라는 음식점으로 정했다.

저녁 메뉴는 엄청나게 두꺼운 오겹살. 이날 저녁 사진은 고기가 나오기 전에 찍은 이 사진 딱 한 장뿐이다. 그만큼 맛있었나? 제주도 한라산 소주는 무슨 맛일까 궁금했는데 술맛을 모르는 내 입에는 다 똑같은 알콜맛일뿐 별 다른 맛이 없다. 냄새도 꼭 소독용 에탄올 같잖은가 말이다. 덥지만 에어컨 바람이 아닌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바람이 좋았다. 사마귀 한 마리가 친구하자고 덤벼든다. 방충망도 열려있었나보다.  

다음날은 우도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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