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쇼, 예술, 기술 그리고 놀이

2014년 7월 4일

제프리 쇼, 예술, 기술 그리고 놀이

 

Waterwalk

제프리 ‘쇼’라 길래, 솔직히 데이빗 레터맨 쇼 같은 토크 쇼 프로그램 이름인 줄 알았다. 미안. Jeffrey Show가 아니라 Jeffrey Shaw일 줄이야 누가 알았겠나. 한글로 쓰여 있었는데 말이지. 그런데 알고 보니 이분이 Show와도 전혀 무관하지는 않은 것이, 바로 물 위에 비닐로 된 튜브(혹은 터널?)를 띄우고 물 위를 걷게 했던 바로 그 ‘Waterwalk’로 유명한 설치미술가였다!

구글에서 ‘Jeffrey Shaw Waterwalk’로 검색하면 다음과 같은 사진이 뜬다. 때론 피라밋 이나 공 모양의 캡슐을, 또 때론 도넛 모양의 튜브를 물 위에 띄워 놓고 사람들로 하여금 ‘물 위를 걷는 체험’을 하게 한다.

Legible City

또 그는 ‘Legible City(읽을 수 있는 도시)’라는 작업도 했다. 관람객은 정면에 설치된 스크린을 보면서 그 앞에 놓인 자전거를 타고 눈 앞에 펼쳐지는 도시를 여행한다. 배경이 되는 도시는 때론 암스텔담으로 또 때론 아인트호벤으로 바뀐다. 작품이 설치되는 도시로 바뀌는 것 같다. 거리의 건물들은 커다란 글씨로 표현되는데, 요즘 기술수준이라면 사진으로 대체될 수도 있지 않을까. 과학자가 아니라 잘 모르겠지만, 자전거 페달을 돌리면서 눈 앞에 펼쳐지는 도시의 풍경을 때론 빠르게 또 때론 느리게 내가 원하는 속도로 살펴볼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지겠는가 말이다.

 

Take on Me

1980년대 노르웨이 밴드 A-HA의 ‘Take on Me’라는 노래가 생각난다. 만화책으로 뛰어들어 거리를 누비며 모험을 하던 실사와 만화, 현실과 가상세계의 조합은 요즘 말하는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이나 혼합현실(mixed reality)을 뮤직 비디오를 통해 미리 이야기하고 있는 것만 같다.

 

메리 포핀스

그러고 보면 그보다 20년이나 앞서 비슷한 시도를 했던 영화도 있다. 바로 ‘메리 포핀스’다. 서풍의 요정 메리 포핀스와 친구 버트가 아이들과 함께 분필 그림 속으로 뛰어들어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은 언제 보아도 가슴을 설레게 한다.

 

제프리 쇼의 설치작품과 과학기술, 접점은 ‘놀이’

제프리 쇼의 설치 작품은 과학기술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현대 과학기술이 아니었으면 그는 어떤 작품을 세상에 보여 주었을까? 그런데, 그의 이런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관람객 조차도 작품의 일부가 되어 버리는 것 같다. 작품을 능동적으로 체험함으로써 작품을 보다 온전하게 한다. 어떤 강요도 없이 흥미를 느끼고 재미있게 스스로 하게끔 하기에 그의 작품에 참여하는 것은 관객에게 일종의 놀이로 느껴진다. 신나게 즐기고 놀다 보면 어느새 관객은 작품의 일부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가 닌텐도-위에 열광하고 최근에는 아이패드로 작품을 만드는 것을 보면, 과학 기술을 예술에 응용한 그는 대중과의 접점을 놀이에서 찾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닌텐도 위나 아이패드, 그리고 제프리 쇼의 작품 사이에 나타나는 공통점은 모두 가상세계와 현실세계를 직접 몸을 통해 경험하고 즐긴다는 데에 있다. 두 세계의 경계는 분명 존재하나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로 얇다. 워터워크에서의 비닐, 아이패드에서의 액정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달까. 여하튼 대중은 전문가가 아니며 따라서 예술이나 과학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다 하더라도 감동과 재미를 주지 않는다면 흥미를 갖지 않는다. 동가홍상(同價紅裳)이고 부뚜막의 소금도 넣어야 짜다고 했다. 같은 기술이라면 주목받는 쪽이 쓰일 가능성이 더 클 것이다.

 

예술과 기술은 서로의 뮤즈

제프리 쇼나 A-HA의 뮤직 비디오, 메리 포핀스 같은 영화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예술과 과학기술은 서로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이끌어주고 받쳐주는 역할을 해 왔다. 어쩌면 예술은 오래 전 부터 과학기술의 발달에 영감을 주며 이끄는 역할을 해 왔다고도 할 수 있을지 모른다. 다이달로스1 와 이카로스2처럼 하늘을 날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비행기나 글라이더, 휴대용 로켓 등을 개발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줄 베르느가 생각했던 많은 것들은 오늘날 거의 이루어졌다. 미국의 핵잠수함(1952년) 이름이 1869년 쓰인 그의 소설 해저2만리에 나오는 잠수함 이름인’노틸러스호3‘ 에서 따온 것이라는 것은 거의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누가 아는가, 지금 이 순간에 허무맹랑하다 하는 것들이 수년 내에 현실이 되어 우리 앞에 떡하니 나타나게 될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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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notes

  1. 크레타 왕국의 미노스 왕은 괴수 왕자 미노타우르스를 감추기 위해 미궁을 지었다. 이때 미궁 라비린토스의 설계와 건설을 맡았던 사람이 바로 다이달로스였다. 미궁이 테세우스에 함락되자 미노스 왕이 다이달로스와 이카로스를 이 미궁 꼭대기에 가뒀다. 탈출을 위해 이 명장(다이달로스에는 명장이란 뜻이 있다고 한다)은 주위에 있던 밀랍과 깃털로 날개를 만들어 탈출했다.
  2. 미궁을 건설한 다이달로스의 아들. 아버지가 만든 날개로 하늘을 날다 태양에 너무 가까워지는 바람에 밀랍이 녹아 땅으로 떨어져 죽었다.
  3. 사실 해저2만리의 노틸러스호의 연료는 핵이 아니라 바닷물에서 뽑은 나트륨으로 만든 전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