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야 산다

2015년 4월 16일

어릴 적, 동생과 나는 ‘죽은 척’하는 놀이를 즐겨 하곤 했다. 

하나가 죽은척 하고 있으면 나머지가 어떻게 해서든 죽은게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려 애쓰고, 죽은 척 하는 아이는 무슨 짓을 당하던지 꾹 참고 죽은 척 해야 하는 놀이다. 웃거나 화내거나 하여튼 반응하면 죽은게 아닌 셈이 되니 지는 거다.   

내가 “나 죽었다.”하고는 방바닥에 쓰러져 고개마저 떨구면, 아이들은 킬킬거리며 와서 다리를 툭툭 친다. 콩콩 때리다 안되면 다음엔 옆구리며 발바닥을 간지럽히기 시작한다. 나는 기를 쓰고 간지러운 것을 참는다. 한참 시간이 지나면 공-수를 교대한다. 동생도 잘 참는다. 그러다 결판이 나지 않을 것 같게 되면 나는 일어나면서 한마디 한다. “지난 번에 00이가 남겨둔 과자가 어디 있더라~. 난 그거나 먹어야지~~” 그러면 아픈 것도 간지럼도 잘 참던 녀석이 벌떡 일어난다. “안 돼!!” 

 

그렇다. 죽은 사람은 반응이 없다. 오직 산 사람만 자극에 반응한다. 

사실 기독교인이란 죽은 사람이다. 바꿔 말하면 죽어야 사는 사람이다. 그것이 기독교의 역설이다. 십자가에 달린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나의 옛 사람은 죽고 새 사람이 살아나야 한다. 그런데 자꾸 죽었던 옛 사람이 되살아 난다. 기분 나쁜 말에 울컥 화를 내고, 칭찬하는 말에는 우쭐한다. 다 죽었어야 할 옛 사람들이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말했나 보다. “나는 날마다 죽노라”

 

형제들아 … 나는 날마다 죽노라

-고린도전서 1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