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기 발달사

2013년 11월 27일

 

혹시 이게 뭔지 알겠니? 

그래. 타자기 맞다. 마치 프린터에 키보드를 바로 물려놓은 것 같은 모습이지? 

 

 

타자기 발달사

 

기능도 그렇단다.  글쇄(키)를 누르면 마치 피아노 건반에 연결된 해머가 줄을 때려 음을 내듯 활자가 종이 위에 있는 빨갛고 까만 리본을 때리고 종이에 도장 찍듯 글씨가 찍히게 되어 있다. 전기도 필요 없이 오로지 타이핑 하는 사람의 손과 팔의 힘에 의존해 움직이는 도구이기에 두 시간 정도 치고 나면 손등에 힘줄까지 돋곤 했단다. 소리도 엄청 시끄러웠다. 수동식이니 당연히 리턴 키도 없었지. 줄바꾸기는 어떻게 했냐고? 위쪽 종이끼우개 왼쪽에 달린 손잡이 보이니? 타자를 치면 조금씩 왼쪽으로 종이가 말린 롤이 움직이는데 나중에는 끝까지 가서 더 이상 갈 데가 없어진다. 그때 그 손잡이를 꺾으면서 왼쪽으로 밀면 줄이 바뀌는 식이었다. 잘못 치면 지우고 고치던지, 아니면 처음부터 다시 쳐야 했지. 저장이란 개념은 아예 없었다. 

 

기능은 단순했지만 표도 만들어야 했고 쓰임은 요즘 문서작성과 별 다를 것도 없었기에 옛날엔 ‘타자수’라는 직업이 따로 있을 정도였고 상공부에서 발급하는 급수별 타자 자격증이라는 것도 따야 취업에 유리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타자학원이 있었고 나도 한글, 영문 타자 자격증을 따기 위해 학원에 가서 하루 두 시간 이상 타자치는 연습을 했고 자격증도 땄다. 

 

직장에 들어가니 전동 타자기라는 것이 있더구나. 무식스럽게 때려야 했던 수동식과는 달리 손 끝만 갖다 대도 주르륵 글자를 쳐주니 처음에는 참 적응하기 어려웠다. 요즘처럼 빈 용지에 프린팅 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인쇄된 양식에 맞춰 타이핑 하는 일이 많았는데, 결재 받기까지 수 없이 고쳐야 하는 것은 새로 치는 것 보다 어려웠다. 그때만 하더라도 타이핑을 하찮은 일로 보았기 때문에(지금 생각에는 익숙치 못해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막내들이 도맡아 하는 분위기라 많은 일들이 신입이었던 내 차지가 되곤 했었다. 

 

 

 

 

그때쯤 접하게 된 워드프로세서는 정말 신비스런 꿈의 기계였다. 액정 화면에 타이핑한 글이 나타났다가 수정까지 마친 뒤에 한 번에 프린팅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상당히 고가였고 뒤미처 컴퓨터가 보급되었기 때문에 널리 퍼지기도 전에 퇴출된 명 짧은 기기였다.

 

 

 

 

좀 있으니 PC가 지급되기 시작했다. 부서별로 한두 대씩 지급되다 나중에는 팀당 하나씩 지급되었다. 하드는 없고 시동디스크와 데이터기록용 디스크 두 개(드라이브a, 드라이브b)를 넣는 입구가 따로 달린 XT 컴퓨터였고 나중에 플로피 디스켓을 넣는 입구가 하나 달린 AT 컴퓨터가 들어왔다. 하드 디스크를 c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 있다. 

컴퓨터로 일을 하면 종이 없는 오피스를 이룰 수 있다더니 그런 일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전자결재가 아니었던 까닭에 일일이 프린팅해야 했고, 수정작업이 있을 때 마다 새로 뽑아 오히려 파지만 더 많이 만들어 졌었다나. 

 

 

 

 

당부할 말은…

 

그동안 타자기 하나만 보더라도,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사용하는 기기도 변화했고 문화도 변했다. 타자수라는 직종도 이젠 사라진 직업이 되었고 타자기 만드는 공장이나 회사도 없어졌다. 대신 컴퓨터나 관련 프로그램 개발자, 디자이너 등의 직업군이 새로 등장했으며 관련 산업도 새로 나타나 흥망을 거듭하고 있다. 한 때 유망했던 직종들이 나타났다가 또 새로운 변화의 물결에 그대로 스러지기도 한다. 그 변화의 속도는 점점 빨라져 새로 나타난 직종일수록 생명이 더 짧은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기본을 익혀라

 

이제 더 이상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어떤 공부를 해라, 어떤 직업이 유망하다 말해줄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하지만 변화를 겪은 사람으로 해줄 수 있는 말이 있다. 그것은 첫째, ‘기본을 익히라’는 말이다. 졸업하기 전에 기본을 익혀라. 인간으로서 내면의 기본은 물론이고 늘 이야기하다시피 하는 밥해먹고 청소 빨래하는 것도 기본에 속한다. 더 나아가 앞으로 생존하기 위해서도 기본이 필요하다. 곁가지는 말라 스러지기 쉽다. 하지만 기본이 되는 줄기와 큰 가지는 쉽게 마르지도 죽지도 않는다. 기본을 익히면 발전하는 방향과 속도에 따라 새로 익히고 적응해 나가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나는 타자기-워드프로세서-컴퓨터의 변화를 직접 겪으면서 기본을 경험했지만, 너희들은 거꾸로 이 발전된 환경에서 무엇이 기본인가를 되짚어 추측하고 확인하고 앞날을 예측하여 준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옛 사람들이 ‘옛 것을 익혀 새로운 것을 안다’고 했는지도 모른다.  

 

 

변화의 파도에 몸을 실어라

 

둘째, ‘변화의 파도에 몸을 실어라’는 것이다. 새로운 것이 나타나면 물러서지 말고 배워 익혀라.  도태되지 않으려면 적극적으로 물살을 타야 나아가기 쉽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 곳곳에는 원시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는 종족들이 있다. 주변을 보더라도 어떤 어른들은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글을 쓰고 주식을 매매하고 비행기 티켓팅을 하는데, 또 다른 어른들은 기차표를 예매하지 못해 역에서 입석표를 사서 장거리를 서서 가는 분들도 있다. 이것은 사회적 다양성을 무시한 한 회사의 나쁜 예라고도 하 수 있지만, 한 편으로는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것 역시 사실이다. 

 

 

올바른 푯대를 바라보아라

 

셋째는 ‘올바른 푯대를 바라봐라’는 것이다. 어찌 보면 기본을 익히라는 말에 포함될 수도 있지만 노파심에서 말한다. 열심히 익히고 배워 변화를 타고 빠르게 헤엄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늘상 말했듯 ‘어디로 가느냐’이다. 빠른 속도로 열심히 가 봐야 골인 지점과 다른 방향이라면 말짱 헛일이다. 돌아오기만 힘들다. 올바른 푯대를 정하고 늘 내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나 점검해라.  

 

 

 

올바른 푯대를 정하고 기본을 익혀 변화의 파도에 몸을 싣고 나아가라, 그리고 자주 방향을 확인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