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인간 – 편의점으로 상징된 생태계

편의점 인간 – 편의점으로 상징된 생태계

모처럼 집어든 리디 페이퍼에서 다운 받아둔채 잊고 있던 책을 발견했다. 편의점 인간. 종이책으로는 204쪽, 내가 읽은 전자책으로도 232쪽 밖에 되지 않는 비교적 짧은 책이다.

읽어보니 스타벅스나 구글을 다룬 다른 책 처럼 경영과 관련된 책으로 잘못알고 함께 내려받은 것 같았다. 내 취향과는 거리가 있는 책이었다. 흥미로운 점도 있었지만 기괴하고 가끔 불쾌하기도 했다.

주인공 후루쿠라가 어떤 역할을 연기함으로써 사회의 일원이 되려고 애쓰는 모습에서는 혹시 내게도 이런 면이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도 해봤다. 하지만 이기적이고 나태한 백수 시라하의 후안무치한 태도와 기질을 볼 때면 진정 불쾌했다.

그럼에도 끝까지 읽어내려갔던 것은 현대 사회의 이상한 점들을 잘 버무려 담아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정규직과 아르바이트

작가 본인이 18년간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해온 30대 여성이다. 비정규직을 넘어선 아르바이트생이다. 그렇기에 주인공 후루쿠라가 보는 눈은 작가의 눈과 별 다르지 않을 수 있다.

이 소설에서 편의점에서 일하는 사람(특히 나이 들어 오랫동안 일한)은 사회 부적응자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들에게 정규직원은 별세계 사람들이다. 같은 공간에서 일하지만 종자가 다른 사람들이다. 그 와중에 진정한 부적응자가 등장한다. 시라하다. 말끝마다 조몬시대를 들먹이는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기생하면서 숙주에게 은혜를 베풀듯 한다.

매뉴얼, 편의점의 목소리

틀에 박힌듯 정해진 매뉴얼대로 하루를 시작하고 마친다. 돌발상황에 대한 매뉴얼도 미리 마련되어 있다. 매뉴얼대로 하면 틀림이 없다. 매뉴얼에서 벗어나면 혼란이 온다. 마치 찰리 채플린의 영화 모던 타임즈 같다.

매뉴얼이 익숙해지고 편의점에서 먹고 마신 물과 음식이 내 몸의 일부가 되면 편의점의 목소리가 들린다. 몸이 자동으로 움직인다. 본점의 가르침이 체화되고 편의점과 내가 합일이 되어 진정 ‘편의점 인간’이 된다.

부품이 되어야 안심되는 사람들

남들과 달라서는 안심이 안된다. 무리와 다른 사람은 이상한 사람이다. 그래서 주인공은 편의점 점원이 되고 나서 세계의 일부, 톱니바퀴가 되어 기뻐한다.

세월이 흐르고 안정이 되자 더 큰 세상의 일부가 되고자 애쓴다. 실제로 결혼은 하지 않더라도 남자를 집에다 데려다 놓기도 한다. 후루쿠라의 동생이나 친구는 물론 시라하의 됨됨이를 아는 편의점 동료들까지 ‘동거’하게된 주인공을 축하하며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인다. 나 뿐 아니라 남도 같은 부품이 되어야 안심한다.

시라하는 아르바이트생에 얹혀산다고 욕먹지 않기 위해 후루쿠라를 더 큰 세계의 부품으로 만들고자 발벗고 나선다. 자기는 부품이 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알고있는 것처럼(아니 그럴 생각이 아예 없을 수도 있겠다).


배울 점을 찾기 보다는 오늘날 이런 모습이 있구나, 이렇게 보는 사람이 있구나 생각하며 읽으면 좋은 책이다. 일본 편의점과 우리나라 편의점의 비슷한 점과 다른점을 느깨게 되는 것도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