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양 메카니즘과 어린 양 예수

2014년 3월 21일

희생양 메카니즘과 어린 양 예수

1. 사람들은 희생양을 필요로 한다.

사람들은 자기와 자신이 속한 집단을 위해 희생양을 필요로 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옛날 모압왕도 이스라엘과 유다의 연합군과 싸울 때 전세가 불리해지자 아들을 바알에게 제물로 바쳤던 인신공양의 기록1 이 있고, 로마시대에는 검투사를 뒀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경주국립박물관 지하에서 발견된 우물에서 기우제를 지내며 바쳤던 어린아이의 유골이 발견된 적도 있다. 2 오늘날도 희생양은 남아있다. 하지만, 종교적 의미가 아닌 심리적 희생양으로 존재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렇게 희생양이 필요한 것은 사람들의 모든 잘못을 뒤집어 쓰고 속죄하는 어떤 존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제물이 되어 신에게 바쳐지기도 했고 화풀이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런 희생양 메커니즘은 아직도 돌아가고 있다.

2. 희생양의 특징

희생양의 대표적 상징은 역시 ‘어린 양 예수’다.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 특징을 잡아낼 수 있다. 하나는 ‘약하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잘못이 없다’는 점이다. 어제나 오늘이나 희생양이 되는 존재는 약하고 힘 없는 존재 였고, 그들은 실상 대중이 몰아가는 죄, 잘못과는 별 상관없는 존재들이었다.

맨 처음 죽임 당한 희생양은 아담과 하와를 위해 죽고 가죽은 옷이 되어 버린 짐승이었다. 그 뒤에도 아사셀의 염소3 는 온 이스라엘 백성의 죄를 짊어지고 광야로 보내졌다.

제물로 바쳐지는 짐승 뿐 아니라 귀신들린 자, 병든자,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도 그들의 심리적, 감정적 희생물이 되어야 했다. 건드리기 만만한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3. 희생양이 필요한 이유

희생양은 한 집단의 잘못, 죄성을 뒤집어 쓴채 바람직하지 못한 현실 타개책 이나 폭력성의 분출구로 이용되기도 한다. 고대에는 주로 종교적 필요로 희생이 있었고, 제물은 동물이 주종을 이루었으나 인신공양을 행하는 문화도 있었다. 중세 서양에서는 마음에 들지 않거나 튀는 여자를 마녀로 몰아 화형시키기도 했는데, 그 대상은 주로 혼자 사는 여자였다. 오늘날에 이르러 주변을 보면 직장, 학교등 사회 단위마다 이른 바 ‘왕따’를 만들어 심리적 혹은 육체적 폭력성을 분출시키는데 필요한 희생양을 삼기도 한다. 어찌 보면 사회나 단체를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기도 한데, 인간의 ‘죄’ 란 어떤 특정한 ‘나쁜 짓’이라기 보다 살아가는 방식 자체가 죄를 포함하고 있다고도 생각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이런 희생양 메커니즘의 굴레속에 인간의 죄성이 존재한다고도 볼 수 있다.

4. 어린 양 예수-희생양 메커니즘을 끊다

대중이란 믿을 수 없는 무서운 존재다. 유월절 예루살렘 성으로 들어가는 예수를 향해 “호산나, 다윗의 자손이여!”하고 외치며 열렬히 환영하던 사람들. 그들이 며칠 후에는 “바라바를 살리고 예수를 못박아라. 그 피를 우리와 우리 자손들에게 돌리라”고 소리쳤다. 빌라도는 시민폭동을 우려해 예수를 십자가 형에 처했다. 4 박해의 주체는 군중이지만, 군중인 까닭에 박해자는 아무도 아닌 것 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또 자신이 무슨 짓을 하는지도 알지 못하는 ‘순진한 박해자’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예수님은 “저 사람들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그들은 자기가 하는 일을 모르고 있습니다”5 라고 했다. 예수 그리스도는 군중을 해체하고 우리 각자를 단독으로 하나님 앞에 서게 한다. 희생자를 만들지 않고 존귀하게 대접하는 하나님의 방식이다. 이것은 예수님이 직접 어린 양이 되어 자신을 희생함으로 가능한 일이다. 앞서 말한 희생양 메커니즘이란 우리의 삶의 방식 속에서, 인간은 박해자인 동시에 언제든 희생자가 될 수 있다. 예수님은 나와 너의 죄, 세상죄, 어제와 오늘, 앞으로의 모든 죄를 다 짊어지고 자신을 희생물로 삼았다. 이 세상에서 박해와 희생의 사슬을 끊고 더 이상의 희생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다.


  1. 열왕기하 3장에 보면 이스라엘-유다 연합군과 싸우던 모압왕은 전세가 불리해지자 뒤를 이을 장자를 데려와 성 위에서 번제(불살라 바치는 제사)로 바쳤다는 기록이 있다.

  2. 박물관 지하 연결통로 공사중 폐쇄된 우물이 발견되었는데, 우물 속에서 7~8세 어린아이 것으로 보이는 유골이 나왔다. 여러가지 증거로 미루어, 이 우물은 식수용이 아닌 제의용 우물로, 어린 아이는 사고사가 아닌 인신공양의 흔적으로 추정하고 있다. 서울신문 관련기사

  3. 아사셀Azazel의 염소. 속죄의 염소scape-goat, 도망치는 염소escape-goat.

  4. 마태복음 27:23~25 에 다음과 같이 묘사되어 있다. “23. 빌라도가 ‘도대체 그 사람이 잘못이 무엇이냐?’하고 물었으나, 사람들은 더 악을 써가며 ‘십자가에 못박으시오!’하고 외쳤다. 24. 빌라도는 그 이상 더 말해 보아야 아무런 소용도 없다는 것을 알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폭동이 일어나려는 기세가 보였으므로 물을 가져다가 군중 앞에서 손을 씻으며 ‘너희가 맡아서 처리하여라. 나는 이 사람의 피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다’하고 말하였다. 25. 군중은 ‘그 사람의 피에 대한 책임은 우리와 우리 자손들이 지겠습니다’하고 소리쳤다. ”

  5. 누가복음 23:34

댓글 없음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