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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둘레길 2 - 소나무숲길-순례길-흰구름길

 

북한산 둘레길. 정겹다. 북한산을 빙 두르는 이 길 이름을 들으면 반사적으로 제주 올레길이 생각나고 저 멀리 바다 건너 산티아고 순례길이 생각난다. 그도 그럴 것이, 나중에 알고 보니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온 뒤 그것에서 힌트를 얻어 올레길을 만들고, 또 올레길에서 영감을 받아 둘레길을 만들었단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길 시리즈, 정신적 자손인 셈일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이번 북한산 둘레길의 짧은 여행은 덕성여대 입구 맞은편 솔밭근린공원에서 뻗어나간 소나무숲길부터 시작된다. 

 

지하철 4호선 수유역 3번 출구로 나와 153번 버스를 타고 덕성여대 앞에서 내리면 우뚝 솟은 기둥이 이곳이 덕성여자대학교 입구임을 알린다.

 

  

 

횡단보도를 건너자 마자 보이는 북한산 둘레길 표지판. 하지만 바로 앞에 보이는 솔밭공원을 빼 놓으면 섭섭하겠지. 동네 공원에서 일단 웜 업 하기로 한다.

 

 

이 둘레길을 오르다 보면 딱따구리가 살고 있다는 안내판을 종종 만나게 되는데, 그래서 일까 공원 입구에도 딱따구리 처럼 보이는 조형물이 있다. 


이름에 걸맞게 이 공원 전체가 솔밭이다. 아직 봄이건만 소나무가 만드는 그늘은 참으로 짙다. 그 바늘같은 잎에서 어떻게 이렇게 진한 그늘이 나오는지. 가느다란 잎이라도 빽빽하게 모이면 그 힘이 강력해지는 것일까.

'三角山松井亭'이라고 쓰인 현판이 보인다. 물가도 아니고 지대가 높아 전망이 좋은 것도 아니건만 넓은 마당에 덩그렇게 자리한 정자 하나. 마치 마당에 깔린 돌로 된 널들이 못에 담긴 물처럼, 송정정이 경회루 같은 정자로 보인다. 송정이라니, 예전엔 이곳이 우물자리기라도 했던 것일까? 안내판이 있었다면 좋았을 것을, 내가 미처 보지 못했는지 알 길이 없다. 


백운대, 만경봉, 인수봉. 이 세 봉우리가 모여 세 개의 뿔 처럼 보인다고 해서 예로부터 북한산을 삼각산이라고도 불렀다. 이 돌탑은 삼각산을 형상화하여 만든 조형물이라고 한다. 탑이라는 것은 뭔가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만드는 것이 일반적인 것 같다. 마음을 다스리고자, 국태민안을 빌고자... 여러가지 이유로 조상들은 탑을 만들어 왔을 것이다. 이 탑은 무엇을 기원하며 쌓아 올렸을까?


공원 안에 있는 어린이 놀이터. 솔밭 가운데 있어도 전혀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도록 신경써서 꾸민 흔적이 느껴지는 예쁜 놀이터다. 놀이기구에 써 있는 'WELCOME'이란 말이 나를 환영하는 것만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여기서 노는 아이들은 행복하겠다. ^^


화장실 뒤쪽. 아니 어째서 이 공원은 놀이터 뿐 아니라 화장실까지 근사해 보이는 걸까? 

마주 보이는 통로 저편은 차가 다니는 큰 길이다. 건물에 빈 공간을 하나 두었을 뿐인데, 이것이 통로로, 또 하나의 문처럼 이용되고 나처럼 그저 들여다 보는 사람에게는 창문 같은 역할을 하니 생각이란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일까.  

솔밭 공원을 나와 오른쪽으로 꺾자 마자 나오게 되는 탄성! 

멀리 보이는 북한산 봉우리(삼각산 세 봉우리 가운데 어떤 봉우리일까?)를 배경으로 울타리 따라 쭉 흐드러지게 피어난 장미. 그 미모를 아이폰 카메라로는 다 담을 수 없음이 그저 안타깝다.

 

잊을만 하면 나타나는 둘레길 안내 표지판. 

길을 걷다 '여기가 과연 맞나? 내가 맞게 가고 있나?'싶으면 까꿍~ 하듯 나타나 주는 표지판이 반갑고 또 고맙다. 


솔밭길을 걷다 보면 독립운동에 힘쓴 선열들의 묘역과 4.19 의거 기념 묘역으로 가는 길이 나온다. 이 길은 이름하여 '순례길'. 그야말로 순례길이다. 순례길을 걷는 동안 만큼은 감사한 마음, 경건한 마음을 갖고 잠잠히 걸어야 될 듯 하다. 그 피가 없었다면 우리가 지금 누구 치하에서 살고 있을까. 아직도 일본치하에서 일본말을 쓰고 살고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 누가 뭐래도 그분들은 우리의 자존심이고 저력의 바탕이다. 

4.19 국립묘원은 큰 길로도 갈 수 있지만, 이렇게 둘레길을 통해 가면 자동차 소리나 매연에 시달리지 않고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갈 수 있다. 이럴 때는 서울에 태어나 살고 있는 뿌듯함을 부쩍 느끼게 된다. 

  

온 천지를 달콤 산뜻한 향으로 사로잡던 뽀얀 아카시아 꽃이 이렇게 다 떨어져 양탄자 처럼 발치에 놓여있다. 그야말로 꽃길이다. 살짝 마른 꽃잎이 얼마나 폭신하던지. 




둘레길에서 내려다 본 4.19탑과 묘역, 공원 전경이다. 파노라마로 찍으면 좋았겠지만 군데군데 가려지는 나무 사이로 나눠 찍었다. 내려가는 샛길을 찾을 수 없어(지금 생각하니 공원 관리차원에서 샛문은 만들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공원에 입장 하지는 못하고 그냥 지나치기로 했다. 


북한산 어디나 그렇듯, 이쪽에도 절과 암자가 많다. 이곳은 보광사. 


독립운동가 중 한 분이신 신숙 선생의 묘소에 도착했다. 이정표가 알아보기 쉽게 잘 표시되어 있어 좋았다. 


묘소 앞에선 감사한 마음으로 경건하게 묵념을.


둘레길 주변 곳곳엔 이렇게 텃밭이 많이 있다. 어르신들은 정말 부지런하다. 노는 땅을 그냥 두지 않고 잠시 잠깐의 시간도 허투로 보내는 법이 없다. 그렇게 살아 왔기에 오늘날 우리나라가 이만큼 살고 있나보다. 그에 비하면 우리들은 참... 비교하기가 죄송스럽다.


이제 순례길을 벗어나 흰구름길로 접어든다. 


백련교에서 보는 계곡. 우이계곡은 참 유명하다. 그 이름값을 하느라 그럴까. 요즘 같은 가뭄에 산을 다니다 봐도 물이 마른 곳이 대부분인데, 이 계곡은 조금이나마 물이 졸졸  흐르고 있었다. 그 소리가 너무나 반가워 동영상으로 담았다.

백련교에서 from j rhee on Vimeo.

 




나뭇가지와 짚으로 만들어 추수때 부터 다음 장마철 까지만 썼다는 임시 다리 섶다리 모습. 일 년도 못버틴다지만, 이 다리는 몇 년이고 오래 갈 것 처럼 튼튼해 보였다. 


계곡이 좋으니 이곳저곳 다리도 많다. 오래 묵어 보이는 돌로 된 다리 아래에는 이름 모를 작은 물고기들이 춤추는 것 마냥 살랑살랑 몸을 흔들며 춤을 추고 있었다. 이 아이들의 이름은 무엇일까?

 

북한산 둘레길 섶다리 from j rhee on Vimeo.

 


흰구름길이 끝나가는 지점에 도착하니 '흙먼지 털고 가세요!'하고 부르는 아이들이 있다. 바로 북한산 국립공원에서 설치한 에어 스프레이. 방아쇠 당기듯 손잡이를 당기면 공기가 세차게 분사된다. 얼마전 뉴스에 일명 살인진드기로 불리는 작은소참진드기로 사망한 사례가 나왔던 참이라 안성맞춤이라 여기며 바지 여기저기를 공기샤워시켰다. 요즘 같은 때 먼지 뿐 아니라 진드기 털어내는 용으로도 쓰일 수 있겠다 싶다. 

>> '야생 살인진드 질병예방 이렇게 하라'글 보기

 

거의 점심 때가 다 되었지만, 아카데미 하우스는 그냥 지나치고 쌈밥을 먹으러 영희네 쌈밥집으로 고고~~ 하다가... 너무나 시장하다는 동행을 배려하여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입간판에 끌려 육대장이라는 육개장 전문 식당으로 들어갔다. 나름 평도 좋고 깔끔해 마음에 들었다.



빨간 육개장과 하얀 육개장설렁탕. 요즘 위를 보호하고자 커피나 자극적인 것들을 멀리하고 있는지라, 나는 뽀얀 육개장 설렁탕으로. 하지만 먹어보니 내 입맛에는 빨간 오리지널 육개장이 더 맞았고, 사실 맵지도 않았다. 혹시 다음에 이 집에 오게 되면(검색해 보니 분점이 상당히 많았다) 나도 빨간 육개장을 먹어야겠다. 하여간 빨강이 더 맛있었다는 이야기. 

 

 

 

 

 

이번 둘레길 산책은 둘레길 1-2-3 구간 5.86킬로미터를 걸었다. 지난번 5구간 명상길 산책에 이어 두 번째 걷는 둘레길이었다. 솔샘길만 마저 걸었으면 명상길 까지 코스가 이어졌을 텐데 아쉽다. 다음 번엔 또 어떤 구간에 도전해 볼까. 

 

 
2014/05/24 15:35 2014/05/24 15: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