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선유도공원

2013년 11월 4일

가을볕도 좋고 내일부터는 쌀쌀해진다는 말에 오늘도 산보하기로 결정. 선유도 공원으로 향했다. 원래 이곳은 1978년부터 2000년까지 서울 서남부 지역에 수돗물을 공급하던 정수장 시설이 있던 곳으로, 기존 시설을 활용해 생태공원으로 다시 태어났다. 선유도공원으로 가는 버스는 603, 760, 5714, 7612번이 있고, 지하철을 이용할 때에는 9호선 선유도역에서 내려 2번출구로 나와 700미터정도 걸으면 된다. 

 

>>선유도한강공원 교통정보/그림지도 http://m.hangang.seoul.go.kr/main/sub/park04_04.html

 

 

 

선유도공원 입구. 

아침 일찍 서두른 덕에 9시 경에 도착할 수 있었다. 

 

 

 

선유도 공원안으로는 자전거나 인라인 스케이트, 킥보드를 타고 들어갈 수 없다. 또 흡연도 금지되고 있다. 느긋하게 걸어다니면서 편안하게 산책을 즐길 수 있는 곳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구 오른쪽으로 보면 유리로 된 온실이 보인다. 따뜻한 곳에서 자라는 식물과 함께 여러가지 수생식물을 관찰할 수 있도록 된 곳이다. 

 

한창 겨울나기를 위한 작업이 진행중인 것으로 보였다.

 

 

 

 

 

양지바른 곳에서 졸고 있는 고양이 한 쌍. 

 

 

 

 

11월로 들어서자 나무들이 본격적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이런 황갈색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가을색이다.

 

 

 

갖가지 빛깔로 물들어 땅에 흩뿌려진 버드나무 낙엽들.

 

 

 

예전에는 약품으로 물을 정화하던 시설이었으나, 지금은 수생식물을 통해 정화하고 있다. 이렇게 정수된 물은 놀이공간과 조경공간에 이용된다고 한다. 물 속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부레옥잠, 마름, 생이가래, 미나리, 붓꽃, 꽃창포, 부들, 갈대, 달뿌리풀이 빽빽히 심겨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정수장 시설을 없애버리지 않고 활용한 덕에 다른 평범한 공원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함이 도처에 보인다. 

 

 

 

여기저기 몸을 둥글게 부풀린채 가을 볕을 쬐며 졸고 있는 비둘기들. 

 

 

 

아마 여름에는 개구쟁이들의 신나는 물놀이장이 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곳. 

 

 

 

공룡 등껍질 같기도 하고 갑옷으로, 때론 능선으로 보이기도 한다. 곡선이 예술이다. 

 

 

 

표지판을 따라가면 카페, 수상관광택시 선착장, 환경교실, 원형극장 등이 나온다. 선착장은 잠겨있었다. 조금 더 걸어가면 2층 건물이 나온다. 2층에는 카페, 1층엔 24시간 편의점이 있었다. 편의점은 한강쪽으로 난 유리벽에 식사나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좌석이 마련되어 있어 한강을 바라보며 조용하게 담소를 나누기에 좋았다.

 

 

 

이곳은 왼쪽으로는 성산대교, 오른쪽으로는 양화대교를 바라볼 수 있는 정자 선유정이다. 

조선시대까지(일제시대 전까지) 선유도는 섬이 아니라 ‘신선이 노니는 봉우리’란 뜻의 ‘선유봉(해발40미터)’였고, 수려한 경관으로 뱃놀이를 즐기던 곳이었다고 한다. 겸재 정선의 ‘양화환도‘,’금성평사‘, ‘소악후월‘등 그림은 이곳의 아름다운 모습을 담은 것이라고 한다. 

 

일제시대에 이르러 채석으로 사용되면서 주민들은 쫓겨나고, 여기서 나온 돌과 흙은 한강변에 둑을 쌓고 여의도 비행장으로 이어지는 도로에 사용되었다고 한다.

 

해방 후에도 인천가는 도로나 강변도로를 건설하기 위해 돌과 모래가 계속 채취되어 쓰였다. 이후 1970년대, 영등포에 공단에 밀집하면서 폭발적으로 늘어난 서울 서남부 주민들에게 식수를 공급하기 위해 생긴 ‘물 공장’이라고 할 수 있다. 

 

 

 

 

 

 

 

물가에 있어서일까, 더욱 아름답게 물든 단풍잎들. 

 

 

 

전망대. 전망대라는 이름 값을 한다. 그다지 높은 곳도 아닌데 전망이 시원하게 툭 터졌다.

어제는 하늘공원에서 이쪽을 바라봤는데, 오늘은 반대로 여기서 하늘공원 쪽을 바라보게 되었다. 

 

 

 

전망대 난간을 들여다 보니, 이런 낙서가 가득하다. 

사랑을 맹세하고, 사랑이 영원하길 기대하는 낙서들. 이런 낙서를 해 놓은 것 보면 아직 어린 친구들일텐데. 그래서 더 용감한지도 모르겠다. 어리지 않다면 이렇게 세상에 자기들의 사랑을 외칠 수 있을까. 

 

 

 

쇠가 녹이슬어 붉게 물든 이 거대한 구조물은 놀랍게도 빗물을 방류할 때 쓰이던 방류밸브. 정말 거대하다. 물의 힘이란 이렇게 커다랗고 묵직하지 않으면 조금도 제어할 수 없을 만큼 강한 것이구나. 방울방울 모인 빗방울들도 한데 모이면 거대해진다. 

 

 

 

 

걸어도 걸어도 가을빛은 가실줄 몰랐다. 노랗고, 붉고, 누른 빛이 가득하다. 햇살이 비치면 비치는 대로, 그늘지면 그늘진대로 추색이 완연하다. 

 

 

 

 

 

‘좋은 곳, 고쳐쓰기’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선유도이야기’.

 

 

 

 

옛날 송수펌프 시설을 고쳐 만든 곳이라 분위기가 아주 독특하다. 난간 아래에 그 시설 일부를 볼 수 있다. 

 

 

이로써 짧은 산책이 끝났다. 

뚜벅이들을 위한 곳인만큼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와 마음껏 걷게해도 안심이 될 것 같다. 계단 몇 곳을 제외하고는 사방이 평지라 걸음 불편하신 어르신들을 모시고 와도 좋겠다. 

 

 

 

 

 

(2013.11.6.덧붙임) : 지도에 파란 선이 한강으로 뻗어있어, ‘이거 뭐지? 물 위를 걷다니? 지도 오류?’ 했으나… 지도가 업데이트되지 않은 것을 깨달음. 이곳엔 한불수교 100년을 맞아 Rudi Ricciotti가 설계한 보행자 전용 다리인 ‘선유교’가 놓여있다. 아치로 된 이 다리는 하늘을 걷는 듯한 느낌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