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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분노조절이 안되는 호텔리어입니다

 

'저는 분노조절이 안되는 호텔리어입니다'는 작가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일종의 르포다. 제이콥 톰스키(작가는 본인의 이름을 비롯한 인명을 모두 재구성해서 썼다고 한다)는 학자금대출이라는 빚을 짊어진채 취업문턱에서 연달아 좌절했던 젊은이였다. 철학이라는 전공은 오히려 취업에 방해요소로 작용될 뿐이었다. 그는 대리주차요원으로 호텔 일을 시작해 프론트 데스크를 거쳐 객실 지배인으로 승진한다. 겉으로 보면 승승장구하는 듯 했지만 화려한 호텔의 더러운 이면은 그를 실망시켰고 결국 호텔을 나와 유럽여행을 떠난다. 원래 방랑자적 기질이 강했던 톰스키는 1년을 유럽에서 유유자적했지만 결국 수중에 돈이 떨어지자 뉴욕으로 돌아가 다시 호텔에 들어간다.

호텔에 묵는 사람으로서는 잘 모를 뒷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맨 뒤에 실린 부록 '호텔 손님에게 알려주면 안되지만 알려주기로 결심한 몇 가지 팁'도 있지만, 이 글 본문 자체가 사실 팁 덩어리다. 팁을 주는 요령이라고 생각해도 되겠다. 차를 가지고 갔을 때 발렛 파킹하면서 흠집나는게 걱정이 된다면 이렇게 하라, 팁은 체크인 하고 나서가 아니라 하기 전에 줘야 좋은 방을 받을 수 있다, 객실 물컵에서 레몬향이 난다면 프레지를 의심해라, 객실에서 미니 바나 영화 이용하고 돈 내기 싫으면 이렇게 해라… 등등 셀 수 없는 비결(어찌 보면 사기)을 전수하고 있다.

부모님께 들었던 이야기도 있다. 예를 들면 아버지는 모임에서 밥 먹을 때, 먹고 나서가 아니라 먹기 시작해서 좀 있다 팁을 줘야 효과적이라고 알려주셨고, 시어머님은 호텔에서 찻잔이나 물컵, 양치컵을 이용하기 전에는 꼭 깨끗이 물로 씻으라고 말씀하셨다(이 책에서는 물컵에 물을 따라마셨을 때 산뜻한 레몬맛이 느껴진다면, 그 유리잔의 반짝이는 광은 프레지로 낸 것일 수도 있다고 한다). 사실 어떤 이야기는 팁이 아닌 봉급으로 생활하는 우리나라와는 맞지 않는 독특한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뭐 호텔을 국내에서만 이용하는 건 아니지않나.

텔레마케터를 비롯한 상담원, 백화점 종업원, 호텔리어 등등은 모두 손님을 직접 상대하는 감정노동자들이다. 감정노동 emotional labor는 자신의 실제 감정과는 상관 없이 직장에서 필요로하고 요구하는 감정을 내보이며 일하는 것을 말한다. 화가 나거나 슬퍼도 늘 산뜻하고 정중하게 상대방을 대해야 한다. 자기를 죽여야 하기에 자존감이 낮아질 때가 많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게 된다. 사실 우리 대부분이 많든 적든 감정노동을 경험하고 있다. 하지만 시집살이 당해본 며느리가 시집살이를 더 시킨다고, 감정노동 강도가 심한 사람이 더 심하게 굴 때도 있다. 이 기회에 군림해보고 싶은 그런 마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 그럴 수록 손해를 보는 사람은 자기 자신일 뿐이다. 상대를 적으로 만들고 서비스 받을 기회를 제 손으로 없애 버리는 셈이기 때문이다. 상대를 존중하는 것이야 말로 내가 존중받는 길이라는 것은 여기 호텔에도 적용된다고 하겠다.

 

<차례>

들어가며 : 프런트 데스크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체크인하시겠습니까?

1장 새로 생긴 럭셔리 호텔의 주차 요원이 되다

2장 호텔의 심장부, 프런트 데스크

3장 객실 지배인이 되기 전엔 몰랐던 것들

4장 미스터 토미, 뉴올리언스를 떠나기로 하다

5장 빌어먹을 뉴욕, 일자리가 없다

6장 벨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7장 뉴욕 적응기 : 벨맨 수난 시대

8장 그녀의 입에서 ‘노조’라는 말이 나왔다

9장 업그레이드를 원한 손님과의 로맨스

10장 모든 일이 일어나고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곳

11장 추잡해진 프런트 데스크의 사기 행각

12장 벨뷰의 톰, 당신은 애인 같아요

(호텔에는 13층이 없으므로, 이 책에도 13장이 없다.)

14장 뉴올리언스의 흔들리는 밤

15장 분노가 차올라서 더 이상은 못 참겠다

16장 우리는 당신을 해고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나가며 : 프런트 데스크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체크아웃하시겠습니까?

부록 : 호텔 손님에게 알려주면 안 되지만 알려주기로 결심한 몇 가지 팁

 

 

 

 

2017/03/24 22:40 2017/03/24 2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