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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설마, 내 아이는 불행한 화가?

  • ‘못 그려요’, ‘못 해요’를 달고 사는 아이들
  • ‘생각대로 안 돼요’ 그리다가 우는 아이들
  • 그림 한 장을 제대로 못 그리는 아이들
  • 색칠도 가위질도 어려운 아이들

 

[‘못 그려요’, ‘못 해요’를 달고 사는 아이들]

어린아이들은 모두 화가다. 자신 있게 벽에, 바닥에, 엄마 아빠의 서류에 솜씨를 발휘해 작품을 남긴다. 그러던 아이들이 언제부터 인가 움츠러든다. ‘못 그려요’ 하기 시작하다, 결국엔 그 말을 달고 산다. 그리고는 어느새 ‘그림엔 통 소질이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 채 일생을 보낸다.

혹시 우리도 그랬었나? 필름을 다시 거꾸로 돌려 내가 그림을 못 그린다고 생각하게 된 때로 돌아가 보자. 내가 스스로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 내게 ‘못 그린다’는 말을 해준 것인지 돌이켜 보자. 그림을 못 그린다고 생각하는 사람 옆에는 누군가 ‘이 아이는 그림 못 그리네’ 라든지 ‘네 그림은 왜 그러니?’, 혹은 ‘그렇게 그리는 게 아니라…’ 라고 자꾸만 이야기해주는 누군가가 있었기 마련이다.

그들은 참견하기 좋아하는 완벽주의자다. 완벽주의자는 피곤하다. 이상적인 어떤 틀을 만들어 놓고 그것에 맞추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성공한 사람들 중 다수가 완벽해지려는 일종의 강박증을 갖고 있다고 한다. 많은 사람이 자신의 그런 노력과 그 결과를 자랑스러워 하지만 그런 태도에 스스로 괴로워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들은 자신뿐 아니라 곁에 있는 사람들까지 피곤하게 한다. 가만히 지켜보다 참견하기 시작한다. 푸하하 웃을 수도 있고 ‘네 그림은 왜 그러니?’, 사자를 그린 아이에게 ‘돼지 잘 그렸네~’라고 말할 수도 있다. 마음이 강한 아이라면 자존심이 상했더라도 ‘바보, 이것도 몰라?’하고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소심한 아이들은 상처받고 위축된다. 결과는 알다시피 ‘못 그려요’를 달고 사는 것으로 나타난다.

자, 이제 만족하는가? 당신이 나쁜 의도로 그런 것은 아니더라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제발 아이 그림을 보고 웃지 말자. 어린아이에게도 자존심이 있다. '그림이 왜 그러냐.'느니 '그렇게 그리는 게 아니지.' 라는 말도 하지 말아라. 자부심을 뭉개고 자기 능력을 의심하게 하는 폭력적인 말이다. 확실하지 않은 칭찬도 금물이다. 사자를 보고 '돼지 잘 그렸다.'고 말한다면 말한 사람이 바보가 되든지 그린 사람이 엉터리든지 둘 중 하나가 된다. 하지만, 나보다 아는 것도 능력도 많다고 생각되는 어른으로부터 그런 말을 듣게 되면 아이는 내 그림이 ‘틀렸구나’하고 생각할 수밖에 없게 된다.

당장 인사동으로 달려가 아무 전시회장으로 들어가 아무 그림이나 하나 바라보라. 그 그림이 무슨 그림인지, 무엇을 그린 것인지 척 알아볼 수 있을까? 그림에 과연 정답이 있을까? 내가 뭔가 그리고 나서 이것은 기린이다, 혹은 사랑이라고 말하면 그것이 답이다. 얼굴에 붙어있는 이목구비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다고 피카소 보고 ‘네 그림은 틀렸다’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피카소에게 타박할 수 없다면 내 아이 그림을 보고도 침묵하라. 어린 화가와 그 작품 세계를 인정해 주자. 아이들 그림은 그리고 또 그리다 보면 늘게 되어 있다.

 

 

[‘생각대로 안 돼요’ 그리다가 우는 아이들]

그리기 좋아하고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아이들도 어느 때가 되면 마음대로 그려지지 않아 괴로울 때가 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늘 그러했듯 오늘도 멋지게 잘 그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건만, 정작 그림 그리는 아이는 ‘틀렸어. 내가 그리려고 했던 것은 이게 아니야!’라며 그리고 지우기를 되풀이하다 급기야 엎드려 눈물을 뚝뚝 흘리기도 한다.

사람들 실력이 골고루 쑥쑥 자라난다면 참 좋으련만, 세상살이가 다 그렇듯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니 감상하는 능력, 구상하는 능력은 자랐으되 실기 능력은 그에 부응할 만큼 미처 자라지 못한 까닭이다. 눈은 높아졌으되 손이 미처 따라가지 못했다고나 할까. 꾸준한 연습으로 이 고비를 넘기면 또 부쩍 성장한 실력에 새로운 즐거움을 느낄 수 있으니 그 달콤한 열매를 맛보기 위해 잠시 쓴 인내는 견뎌낼 만 하다 하겠다.

 

 

[그림 한 장도 제대로 못 그리는 아이들]

하지만 좀 문제가 있는 아이들도 있다. 그림 한 장을 제대로 그리지 못하는 아이들이다. 이런 아이들이 보이는 증상은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 그림을 정말'딱 한 장도' 제대로 못 그리는 아이다. 낙서처럼 끄적거리다 곧 흥미를 잃고 힘들어하는 경우다. 둘째, 완성하지 못하고 줄곧 새로운 그림을 시도하고 완성하는 것은 없는 경우도 있다.

두 가지 경우 각각 조금 다르긴 하지만, 한 가지 활동에 집중하지 못하는가 아니면 하나의 주제에 집중하지 못하는가 하는 차이만 있을 뿐, 집중력이 부족하다는 점에서는 같다. 어릴 때는 낮았던 집중력과 지구력이 점차 나이 들면서 강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유치원 다닐 나이가 지나 학교 다닐 나이가 가까워지는 데도 별다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여전히 같은 모습이라면 주의 깊게 살피고 신경 써서 집중력과 지구력을 길러 줘야 한다. 이것은 비단 미술뿐 아니라 평생 해야 할 모든 과목, 모든 형태의 학습을 위해서 필수적이다.

 

 

[색칠도 가위질도 어려운 아이들]

집중력, 지구력 외에도 학습을 위해 꼭 갖춰야 할 능력이 있다. 바로 신체적 능력이다. 걸음마도 제때 했고 뛰어노는 데는 활발한데 유독 연필을 쥐거나 가위질하는 것만큼은 이상하게 잘 못 하는 아이들이 있다. 소근육과 대근육이 균형 있게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때가 되면 기고 걸음마 하고 달음질치면서 대근육의 힘을 기른다. 마찬가지로 크고 작은 것을 손으로 쥐어 입으로 당겨 넣고 휴지를 뽑아 난장판을 만들거나 종이를 찢고 구김으로 즐거움을 느낀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풀기도 하고 소근육을 발달시킨다. 중요한 서류나 책, 위험한 물건을 아이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두어 안전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어른이 할 일이다. 아이가 말썽을 부린다고 아이의 즐거움을 빼앗아서는 안 된다. 뭐든 때가 있다. 이때를 놓치면 구기고 찢으며 소근육을 키우는 기회를 놓치게 되고, 연필을 쥐고 그림을 그리거나 가위질하는 힘을 기를 기회도 놓치게 된다. 그런 활동 없는 유치원이나 학교생활을 생각할 수 있을까? 과보호나 지나친 결벽증은 아이의 신체발달을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2017/04/22 06:09 2017/04/22 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