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릉숲길을 걸으며 늦가을 정취를 맛보다
잡문집 , 일상 / 2017년 11월 11일

정릉숲길을 걸으며 늦가을 정취를 맛보다 어제 오후, 오는 줄도 모르게 살짝 왔다 가버린 비. 혹시 마지막 가을비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단풍소식에 막바지 가을을 누려보자고 나선 곳이 바로 정릉. 가까운 곳이면서 그동안 잘 칮지 않았던 곳은 어딜까 검색해보았다. 정릉숲길을 걸으며 늦가을 정취를 맛보기 위해 아침을 먹고 느긋하게 집을 나섰다.   성신여대입구역에서 출발 성신여대입구역에서 6번 출구로 나와 22번 마을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렸다. 정류장에서 그대로 조금만 올라가면 정릉 매표소가 나온다. 일반은 1,000원, 성북구민은 1/2 할인된 500원에 입장할 수 있다. 어릴적 나고자란 동네지만 과거는 소용없다.   유모차와 휠체어 매표소 뒤편에는 무료로 빌릴 수 있는 유모차와 휠체어가 준비되어 있다. 아이들 키울 때에는 유모차가 보이더니, 이제는 휠체어가 눈에 띤다. 그나마 모시고 와서 태워드릴 수 있는 분도 이제 양쪽 집안 다 따져봐야 아버지 한 분 밖에 남지 않았다. 어르신, 그것도 남자 어른을 모시고 다니는 것은 어린 아이 데리고 다니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일단 몸무게 부터 차이가 나니 여자 혼자서는 휠체어가 있다 해도 감당이 안된다. 병원이나 공항 처럼 바닥이 평평한 실내는 별 문제 없지만, 요철이 있고 경사진 실외는 엄두가 나지 않는다. 전기 자전거처럼 모터를 껐다 켰다 할 수 있으면 어떨까 생각하다가 그래도 이나마 마련되어 있는 것도 많이 발전했으니 다행이지 싶기도 하다.   안으로 들어서니 오랫만에 만나는 비질 자국이 반갑다. 너른 마당에 싸리비로 싹싹 쓸은…

이를 악무는 습관이 이를 깨트린다
잡문집 , 일상 / 2017년 11월 8일

이를 악무는 습관이 이를 깨트린다 지난 주, 앞니를 치료 받으러 치과에 다녀왔다. 의사로부터 놀라운 소식을 들었다. 바로 ‘이를 악무는 습관이 이를 깨트린다’ 는 것이었다. 나이가 들면서 점차로 이가 닳을 뿐 아니라 잇몸도 약해져 이가 내려앉아 부정교합이 되기 쉬운데, 이를 악무는 습관은 이것에 박차를 가하는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 충격이 거듭되면서 맨 뒤의 이부터 금이 가기 시작하고, 부정교합 때문에 아래 앞니가 윗니를 자꾸 때리게 되니 앞니도 금이 가고 깨진다는 것이다. 아… 내 앞니도 그래서 충격에 약해졌구나 싶었다. 사실 작년 여름 넘어졌을 때도 앞니가 우습게 깨져버렸고, 그 옆에 이도 별 이유없이 깨졌다. 게다가 맨 뒤 아래 어금니 쪽이 아프다 말다 해서 물어보니 살짝 금이 갔다고 한다. 이렇게 되고 보니 이를 악무는 습관이 이를 깨트린다는 것은 의심할 바 없는 사실이 되고 말았다.   이를 악무는 습관으로 인해… 이를 악무는 습관으로 인해 생기는 문제점을 꼽아보자면 다음과 같다. 부정교합이 생긴다. 이에 지속적으로 충격이 가 이가 깨지게 된다. 맨 뒤쪽 이부터 금이 가고 깨지게 된다. 턱관절에 이상이 생기고 귓병이 생기기도 한다고 한다. 목에 통증이 생긴다. 치아가 약화되고 나이가 들면서 치은염이 생기기도 한다. 밤에 자면서 이를 가는 습관이 생길 수 있다. 그러고 보니 최근 들어 뒷 목이 당기고 아프다 두통까지 생겼는데, 이것도 역시 이를 악무는 습관과 관련이 있나 싶다.   이를 악물지 말아야 할텐데… 앞니 두 개를 치료하면서…

7월 근황 – 블로그 이사, 댓글 공사, 드로잉 특강, 매미잡기
일상 / 2017년 7월 25일

맴맴~ 매미가 한창입니다 이번 장마에는 유독 폭우가 심하군요. 특히 한 곳만 집중적으로 내리는 국지성 호우로 안타까운 소식들을 많이 접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비가 그치고 모처럼 해가 났습니다. 매미들이 맴맴 신나게 울어제낍니다. 새벽에는 다섯시부터 방충망에 매달려 노래하는 매미 덕에 일찍 일어났습니다. 점심 먹기 전에는 매미라면 사족을 못 쓰는 아이와 매미를 잡았습니다. 밥 먹고 깜빡 들었다 깨는 잠은 어쩜 그렇게 단지요.   블로그, 워드프레스 설치 이사 텍스트큐브 티스토리를 떠나 설치형으로 이사하면서 이번엔 텍스트큐브를 써봤습니다. 비슷한 환경에서 그냥 쉽게 쉽게 내용에만 충실하자고 마음먹었죠. 오래전 써 봤던 워드프레스가 그다지 마음에 드는 편은 아니었거든요. 곧 새 버전도 나올 것 같았구요. 그런데 얼마전 부터 텍스트큐브에도 접속이 되지 않더군요.   워드프레스 이런저런 사정으로 토종 서비스를 사용하겠다는 결심을 뒤로하고 워드프레스를 설치했습니다. 하다보니 블로그 주소도 바뀌고 디스커스는 설치되지 않더군요. 텍스트큐브를 설치하면서 php를 7에서 5로 바꿨던 것이 문득 생각났습니다. 다시 php를 변경하고 워드프레스를 새로 설치했습니다. 데이터나 db변경한 것은 무용지물이 되었습니다. mysql이 아니라 마리아db라던가요… 그냥 전에 받아 두었던 데이터를 가져왔습니다. 한마디로 티스토리에서 텍스트큐브로 이사하고 워드프레스 설치하고 이런저런 과정을 거치면서 최적화하고… 그랬던 과정이 모두 꽝이 되어버린거죠. php를 7로 다시 바꾸고나니 디스커스도 멀쩡히 잘 돌아갑니다. 혹시 이사할 계획이신 분들, 그냥 바로 워드프레스를 선택하세요.   디스커스 댓글 공사 블로그 글 주소가 바뀌면 전에 달렸던 댓글이 더 이상 보이지 않습니다. 요즘은 티스토리와 텍스트큐브로 이어졌던 댓글을…

애오개역 황금콩밭 -추억의 찬장과 청국장
잡문집 , 일상 , 기타리뷰 / 2017년 7월 1일

얼마전. 애오개 역 근처에 있는 한 식당에 들러 점심을 먹게 되었다. 오래된 가정집을 개조해 운영하는 집이었는데, 한옥으로 된 안채는 단체 예약 손님용으로, 또 입구에 가까운 쪽은 일반 식사손님용으로 나눠 운영하는 듯 했다. 국산콩을 써서 매일 두부를 새로 만든다는데 인근에서 제법 유명한 집인지 때를 잘못 만나면 자리가 없다고 한다. 의자에 앉는 자리는 없고 전부 바닥에 앉는 좌식 밥상만 있다. 신을 벗어 신장에 넣고 들어갔다. 자리에 앉아 둘러보니, 세상에… 아주 어렸을 때나 봤던 찬장이 놓여있었다. 남의 집 살림인데도 괜히 반가웠다. 추억의 찬장 어린 시절 우리집은 아주 오래된 한옥이었다. 다섯살 때 쯤이던가, 엄마가 싹 뜯어 고치기 전까지 부엌에 가려면 신을 신고 마당을 통해 들어가야 했다. 부엌 아궁이를 통해 난방을 하기에 안방보다 낮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찬광은 부엌에 딸린 부속실이지만 또 부엌처럼 낮지 않다. 밖에서도 바로 들어갈 수 있다. 불을 쓰는 곳이 아니고 난방이 필요한 곳도 아니다. 그렇기에 바닥은 마루로 되어있고 그 아래는 부엌에서 들어갈 수 있는 지하실이 있어 양파나 파, 감자 등 햇빛이 닿지 않아야 좋은 채소나 잘 쓰지 않는 화덕, 청소 도구 등을 두었다. 부엌을 가운데 두고 찬광과 안방이 양쪽에 있고, 그 아래쪽으로는 지하실과 아궁이가 마주보는 그런 구조였다. 집이 워낙 오래되어 그랬는지, 지하실은 위험하다고 절대 아이들은 들어가지 못하게 하셨다. 그래서 부엌에서 일하는 엄마 근처에 있다보면 자연히 찬광에서 놀게 되었는데, 찬장을 뒤지는…

6월 근황
일상 / 2017년 6월 7일

6월 근황 어머니 돌아가신지 꼭 한 달 하고 일주일이 되었습니다. 아픔도 슬픔도 없는 천국 가셨기에 슬퍼할 이유도 없고, 이곳에서 더 못 뵙는다는 아쉬움은 어찌 보면 이기적인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충격이 아주 없을 수는 없나 봅니다. 면역력이 살짝 약해졌는지 결막염과 목감기가 오는 듯 하여 어제 현충일은 모처럼 뒹굴뒹굴 쉬는 날로 삼았습니다. 오늘은 멀쩡하네요.   주룩주룩 밤새 비 내린 아침은 아직 어둑한데 엄마 장례식장에서 챙겨온 커피 믹스를 꺼냅니다. 어차피 다 돈 주고 산 것, 반품하고 기증도 하고 그래도 남은 물품은 다 집으로 챙겨와 나눠가졌습니다. 다 마시고 딱 네 개 남았네요. “엄마~”하고 옆으로 가면 “응~”하고 웃으실 것 같습니다. 그 미소가 보고 싶어지네요. 엄마 냄새는 언제까지 기억날까요? 베사메 무쵸, He’ll have to go, 청실홍실… 요즘 아버지가 부쩍 즐겨부르시는 노래입니다. 짧은 연애시절 집으로 가는 길 덕수궁 돌담길 영성문길1을 걸으며 불러주셨다지요. 그런 로맨틱 가이셨던 줄 이제야 알았습니다. 이십대 젊은 연인들이 손 꼭 잡고 봄 밤을 걸었겠지요. 덕수궁에서 광화문까지 길지도 않은 길을 다 걷고 나면 얼마나 헤어지기 아쉬웠을까요. 평생을 해로해도 먼저 간 아내가 아쉽고 그리운 것은 연애시절이나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어쩌면 더 할 수도 있겠지요. 많이 허전해 하셔서 지난 주일엔 예배 마치고 밤까지 함께 시간 보내드렸습니다. 영화도 함께 보고, 구글링 하는 법도 알려드리고, 에버노트 설치하고 스크랩 하시려면 코끼리 누르라고 알려드렸습니다. 유튜브에서 좋아하시는 음악 찾아 버전별로 함께 듣기도…

연트럴파크 산책-커피식탁
잡문집 , 일상 , 기타리뷰 / 2017년 5월 12일

연트럴파크 산책 – 커피식탁 지난 일요일. 그동안 좀 불편하시긴 했지만 갑작스럽게 안좋아 지셨다가 훌훌 떠나신 엄마. 일요일 임종을 맞고, 월요일엔 입관예배를 드리고, 화요일엔 발인예배를 드렸다. 서울 추모공원에 들렀다가 가족 납골당에 모셨다. 첫날은 늘어진 듯 시간이 가지 않았다. 들이 닥치는 손님을 맞으며 시계를 보고 또 봐도 잘만 가던 시간이 멈춘 듯 가지 않았다. 그러다 점점 시간의 흐름을 잊게 되었고, 지나고 보니 이렇게 또 연휴가 다 훌쩍 가버렸다. 어떻게 간 줄 모르게. 식구들 손에 이끌려 연트럴파크로 산책을 나갔다. 전부터 당근 케이크를 먹으러 가자고 했기에 미루지 않고 길을 나섰다. 볕이 뜨거웠다. 선글라스 대신 양산을 챙긴 큰 애를 빼고 나머지 식구들은 눈이 부셔 선글라스를 썼다. 옛 철길을 공원으로 꾸몄는데 동네 이름을 따서 연트럴파크라고 지은 별명이 재미있다. 철길 주변 우뚝 솟은 메타세콰이어가 푸르르다. 다닥다닥 별이 달라붙은 것만 같은 하얀 미선나무, 비록 인공이지만 졸졸 흐르는 개울물… 정말 오월이구나 싶었다. 사천교까지 걷다가 왼쪽으로 돌면 ‘커피식탁’이라는 작은 카페가 나온다. 근처 연남동에 있는 많은 카페 중에 내가 가장 아끼는 곳이다. 코웃음 나오는 가격 대신 합리적인 수준에서 책정된 가격이 돋보여 들어왔던 곳인데, 분위기도 커피 맛도 훌륭해 자주 들리고 또 추천하는 곳이다. 앞에 것은 당근 케이크고 뒤에 보이는 것은 ‘무뚝뚝한 얼그레이씨’란다. 당근 케이크를 받으면 ‘두부?’라는 생각이 들어 눈을 동그랗게 뜨게 된다. 크림이 두툼해 보이지만 부담스럽지 않고 상큼하다. 케이크도 촉촉하고 달지 않아…

A형 독감 탈출기 – 1월 근황
일상 / 2017년 1월 10일

제목은 거창하지만 실은 별거 없는 독감 체험담.. 혹은 근황.   1월 1일.  새해 첫 날. 부모님께 세배 드리고 떡국을 나눠 먹고 귀가.    1월 2일. 다 읽은 책 도서관에 반납. 화실에서 쓸 양식 이것저것 만들고 새해 첫 업무 시작. 큰 애가 몸이 안 좋다고 일찍 옴. 전철역으로 마중 나가 죽도 사고 약도 사와 먹임. 밤에 자는데 춥다고 해서 꼭 껴안아 재움. 한밤중 부터 열이 나기 시작. 아…   1월 3일. 혹시나 하고 동네 병원에서 독감 검사. 역시나 A형 독감 판정.  감기 끝에 어제 독감 환자 딸네미를 꼭 껴안고 밤새 지냈던 것이 마음에 걸림.   1월 4일. 두통에 열이 나기 시작. 윽… 독감 검사하니 보라색 두 줄이 선명. 나도 독감환자.      비용 : (검사비 25,000+진료비, 영양제, 타미플루주사 83,100+약값3,900*2)*2=231,800   독감이란 것에 처음 걸려봤다. 깨달은 점.    1. 피로는 금물. 평상시 면역력을 키울 것.  큰 애와 나 둘 다 너무 바빴다. 일은 많고 잠은 모자라고… 살짝 몸살감기 끝에 들어온 독감 바이러스. ㅠㅠ 아프면 몸도 축나고 지갑도 축난다.    2. 독감 역시 초기에 재빨리 처치할 것.  미련하게 다 아프다 가지 말고 의심스러우면 바로 가서 검사하고 처방 받자.  생전 처음 걸린 독감에 깜짝 놀란 우리는 타미플루 주사제에 영양제 까지 달라고 해서 병원 수익올리는데 공을 세웠지만, 독감 걸린 다른 친구들을 보니 값어치는 했다.  …

20160925 마르쉐@ 상암 문화비축기지
잡문집 , 일상 , 기타리뷰 / 2016년 9월 27일

20160925 마르쉐@ 상암 문화비축기지   지난 일요일, 예배를 드리고나서 그동안 가봐야지.. 하고 마음만 먹고 있던 마르쉐 장터에 다녀왔다. 아직 생소한 분들도 계시겠지만, 마르쉐는 한 달에 한 번 매달 둘째 주 일요일 열리는 도시형 생활장터다. 기른 사람이 사는 사람과 얼굴을 맞대고 사고 파는 직거래 장터로 2012년 부터 지금까지 4년동안 유지되어왔다. 주로 혜화동/대학로에서 열리지만 시민의 숲이나 명동 등 다른 곳에서 열리기도 하고, 이번에는 월드컵경기장에서 가까운 문화비축기지에 펼쳐졌다.   문화비축기지. 이름도 생소하다. 문화를 어떻게 비축할 것이며 군사시설도 아닌데 ‘기지’는 또 무엇일까. 이곳은 오일쇼크를 겪으며 민간에서 쓰일 석유를 비축하고자 70년대에 만들어진 저장고로 40년간 출입이 통제되었던 마포 석유비축기지를 시민 문화공간으로 바꿔가는 곳이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마포 석유비축기지, 시민 문화공간으로 첫 삽을 뜹니다‘란 기사를 참고하자. 내년 4월 준공이 목표란다. 그래서였구나 진입로나 분위기가 공사장 같던 이유가 거기 있었다.   마르쉐 앞치마 두른 두 분을 입구에서 만나지 못했다면 그냥 지나칠뻔 했다. 우둘두둘 자갈길을 지나 제법 넓은 공간으로 들어섰다. 여기가 오늘 장터다. 하늘은 어쩜 이렇게 파란건지, 그에 비례해 태양은 어찌 그렇게 뜨거운건지. 그 아래 눈부시게 하얀 천막과 갖가지 알록달록한 농산물에 눈길을 빼앗겼다.   마르쉐는 농부, 음식, 수공예 세 팀으로 운영된다. 도착한 것은 12시 점심시간. 문을 여는 11시에 맞춰오고자 마음먹었으나 초행길인데다 자동화기기를 찾아 현금을 찾아 오느라(카드결제가 안된다) 늦어버렸다. 사람들이 몰리면 어디 앉아 먹을 데도 먹을 것도 없을 것 같아 구경과 쇼핑은 뒤로 미루고 곧바로 음식 팀을…

이대 소오밥집 폭찹&커리
잡문집 , 일상 , 기타리뷰 / 2016년 7월 25일

이대 소오밥집 폭찹&커리   여우비가 내리던 일요일 점심. 덥기도 무척 덥던 그날. 점심을 먹기 위해 골목을 걸었다. 생각나는 곳은 소오밥집. 전에 급하게 도시락이 필요한 남편에게 전달했던 이대 소오밥집 폭찹&커리 가 생각나서다. 무덥고 비오는 날엔 나도 부엌에 들어가기 싫지만, 이 더위에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위생. 파는 음식 같지 않게 엄마가 내주는 음식같은 그런 집을 생각하니 떠오른 집이 바로 소오밥집이었다. 전에 외출에서 돌아오는 길, 혼자 작업실을 지키고 있을 남편의 점심 때문에 들린 그 집은 참 정갈해보였다. 마주볼 수 있는 테이블이라고는 문 밖에 나와있는 것 딱 하나 밖에 없고, 모두 한 줄로 벽을 보고 먹게 되어있는 좁은 곳이었지만, 그렇게 혼밥에 맞는 구조여서였는지 그곳은 학기중 평일이면 늘 학생들로 만석인 곳이다. 적당한 가격은 호감을 상승시키는 일등 조건이다. 매운 음식임을 나타내는 제육덮밥 옆의 빨간 고추 그림이 귀엽다.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며 내다보는 창밖 풍경. 울타리 밖은 철길이다. 철길을 따라 왼쪽으로 가면 기차 신촌역이 나오고 더 쭉 가면 문산(갈아타면 도라산역까지 갈 수 있다)이 나온다. 현재는 도라산역이 종점이지만, 원래는 신의주까지 가는 경의선 철도다. 언젠가 통일이 된다면 경의선을 타고 서울에서 신의주까지 간 다음 다시 중국횡단철도로 환승하는 여행도 할 수 있으려나. 잠시 꿈을 꿔 본다.   폭찹과 커리가 나왔다. 폭찹은 돼지고기로 만들어 소고기가 재료인 찹스테이크보다 부드럽다. 씹는 맛을 즐기려면 찹 스테이크를, 부드러운 맛을 원하면 폭찹을 고르는 것이 좋다. 이곳 커리의…

팔꿈치와 접시밥
일상 / 2016년 7월 5일

밥, 어묵조림, 장조림, 돈나물무침, 야채초절임   밥, 돈까스, 샐러드 볶음밥, 오이소박이   치킨 커리 라이스 밥, 오징어숙회, 파프리카, 데친 브로콜리, 상추 찐 고구마, 닭가슴살구이, 토마토, 상추 연어마요덮밥, 삶은 양배추, 브로콜리, 당근, 구운 김 팔꿈치와 접시밥 4월 초부터 시작된 테니스 엘보. 팔을 안써야 낫는다는 말에 다이소에 가서 일회용 그릇을 잔뜩 사와 식구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깜짝 놀란 남편이 고맙게도 설겆이를 맡아 주었다. 하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하루 세 번씩 먹는 밥, 하루라도 거를 수는 없는 일이라 자꾸만 눈치가 보였다. 사실 눈치 볼 일은 아니다. ‘맛있게한 요리에 대한 보답으로 설겆이는 내가~’하고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기쁜 마음으로 스스로 하는 것과, 하기 싫어도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으니 눈치가 보이는 거다. 어디 못하는게 설겆이 뿐이겠는가. 꽉 쥐고 힘주는 일을 할 수 없으니 할 수 있는 메뉴도 제한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미안한 마음에 자꾸 외식을 하게 되더라. 또 부실한 식단이나 설겆이에 대한 부담으로 은근 외식을 바라기도 했고. ㅎㅎ 이런저런 것에 대한 부담에 생각난 것이 바로 접시밥. 하나의 접시에 이것저것 담아 내니 일품요리 같기도 하고 분위기에 변화도 줄 수 있었다. 하지만 더 좋은 점은 알맞은 양을 고르게 먹을 수 있다는 데에 있다. 사실 아무리 5대 영양소를 골고루 생각해 식단을 짜도 아이들이 먹는 양을 제대로 알 수는 없는 일이지 않은가. “연근도 좀 먹어”하면 “먹고…

6월 근황
일상 / 2016년 6월 23일

  요즘 놀고있습니다.  외상과건염. 팔꿈치가 아픈 건데 가사노동, 컴퓨터, 스마트폰, 기타 손을 많이 쓰는 작업, 무리하게 무거운 것을 드는 일, 부딪침 반복… 등으로 온다더군요. 전부 해당되네요. 노화도 빼놓을 수 없겠죠. 일도 취미도 모두 손을 가만 놔두지 않는 것들이니…   ‘나이들어 은퇴하면 좋아하는 글 쓰면서 살고싶다’ 생각했는데, 팔꿈치가 아파서 글을 못쓸 수도 있겠다 생각하니 ㅎㅎㅎ 웃음이 나는군요. 세상에 은퇴하고나서… 라고 미룰 일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고 보니 은퇴하면… 하고 미뤄둔 일이 하나 또 있는데 ‘여행’입니다. 글쓰기와 여행. 제일 좋아하는 것을 제일 뒤로 미뤄둔 셈입니다. 그러다 무릎이 아파지면 또 오늘 같은 생각을 하겠죠. 미뤄둘 것은 없다고.    여튼, 요즘은 많은 것을 내려놓고 게으르게 지내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많은 일들을 옆에 남편이 해줘 가능한 일이지요. 대신 리디 페이퍼로 책읽는데 재미를 붙였지요. 무거운거 들지 말고, 가방도 무게를 고르게 분산시키는 백팩을 메라고 해서 종이책 대신 배낭에 카드, 페이퍼, 핸드폰, 선글라스 넣고 다닙니다. 며칠 후면 선글라스 대신 우산을 갖고다니겠네요.    모두 건강하시고, 하고 싶은 일들은 지금 하시기 바랍니다. 

봄은 다채롭다
일상 / 2016년 4월 21일

지난 13일. 아침 일찍 투표를 마치고 동네를 한바퀴 돌았다. 촉촉히 내리는 봄비에 젖은 길, 눈처럼 떨어진 꽃잎들. 벚꽃의 낙화는 산산이 흩어지는 까닭일까, 어쩐지 처연한 느낌을 준다. 폭탄의 잔해처럼 느껴지기도 하니 장렬하다는 느낌을 받는 이도 있겠지만 내겐 그 얇으레한 하늘거리는 꽃잎 덕에 여리고 처연한 느낌이 든다. 가장 여리고 깨끗하던 것이 더러운 젖은 땅 위에 뒹굴어야 하는 처지로 전락한 안타까운 현실…     그로부터 며칠 뒤, 아파트 단지는 라일락 향기로 휩싸이고…       또 그로부터 며칠 뒤엔 철쭉이 피기 시작했다.    산에 가면 정말 이름도 모를 꽃들이 다채로움을 자랑하며 앞다퉈 피어나지만, 또 이렇게 집 근처는 그 나름대로 사람이 손으로 가꾼 아름다움이 있다.  봄은 정말 다채롭다. 또 며칠 후엔 어떤 꽃과 어떤 초록 빛으로 바뀌어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