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 열매맺는나무
6월 근황
일상 / 2017년 6월 7일

6월 근황 어머니 돌아가신지 꼭 한 달 하고 일주일이 되었습니다. 아픔도 슬픔도 없는 천국 가셨기에 슬퍼할 이유도 없고, 이곳에서 더 못 뵙는다는 아쉬움은 어찌 보면 이기적인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충격이 아주 없을 수는 없나 봅니다. 면역력이 살짝 약해졌는지 결막염과 목감기가 오는 듯 하여 어제 현충일은 모처럼 뒹굴뒹굴 쉬는 날로 삼았습니다. 오늘은 멀쩡하네요.   주룩주룩 밤새 비 내린 아침은 아직 어둑한데 엄마 장례식장에서 챙겨온 커피 믹스를 꺼냅니다. 어차피 다 돈 주고 산 것, 반품하고 기증도 하고 그래도 남은 물품은 다 집으로 챙겨와 나눠가졌습니다. 다 마시고 딱 네 개 남았네요. “엄마~”하고 옆으로 가면 “응~”하고 웃으실 것 같습니다. 그 미소가 보고 싶어지네요. 엄마 냄새는 언제까지 기억날까요? 베사메 무쵸, He’ll have to go, 청실홍실… 요즘 아버지가 부쩍 즐겨부르시는 노래입니다. 짧은 연애시절 집으로 가는 길 덕수궁 돌담길 영성문길1을 걸으며 불러주셨다지요. 그런 로맨틱 가이셨던 줄 이제야 알았습니다. 이십대 젊은 연인들이 손 꼭 잡고 봄 밤을 걸었겠지요. 덕수궁에서 광화문까지 길지도 않은 길을 다 걷고 나면 얼마나 헤어지기 아쉬웠을까요. 평생을 해로해도 먼저 간 아내가 아쉽고 그리운 것은 연애시절이나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어쩌면 더 할 수도 있겠지요. 많이 허전해 하셔서 지난 주일엔 예배 마치고 밤까지 함께 시간 보내드렸습니다. 영화도 함께 보고, 구글링 하는 법도 알려드리고, 에버노트 설치하고 스크랩 하시려면 코끼리 누르라고 알려드렸습니다. 유튜브에서 좋아하시는 음악 찾아 버전별로 함께 듣기도…

한강 산책
일상 , 잡문집 / 2017년 2월 16일

  한강 산책   숲속을 걷는 것도 좋아하지만, 그 경사진 길은 곧 헐떡거림을 의미하기에 때론 물가를 걷는 것도 좋다. 한여름 땡볕만 아니라면 툭 터진 곳에서 햇살과 바람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벚꾳 피는 봄날의 양재천도 좋고, 여름철 군데군데 그늘이 있고 발도 담글 수 있는 도심 한 복판 청계천도 좋다. 하지만 내가 자주 가는 곳은 역시 가까운 곳에 있는 홍제천/사천교 – 한강/망원 코스다.   춥다고 얼어죽을까 꽁꽁 집안에만 스스로를 가둔채 지냈던 지난 겨울. 경칩은 아직 열흘도 더 남았는데 겨울잠에서 깨어난 개구리처럼 오랫만에 밖으로 튀어 나갔다. 사실 더 이상 집에만 있다가는 동면하러 들어가는 곰이 될 것만 같았다. 동물들은 투실해져서 들어갔다가 자고 일어나면 홀쭉해 지건만, 사람들은 겨울이 지나고 나면 더 퉁퉁해진다. ‘이제는 좀 움직여야지’하고 나선 홍제천. 그곳엔 이미 봄이 슬쩍 스쳐지나간듯 했다. 군데군데 물 오른 나뭇가지며 마른 풀 사이로 얼굴을 내미는 초록이들. 물 위도 이름모를 물풀이 자라고 있었다.   천변에는 마른 풀을 베고 긁어모아 태우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새로 나는 식물들을 잘 자라게 하고 환경을 정비하는 이유도 있지만, 해충의 알을 없애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나무에 짚으로 둘러주는 것도 같은 이유다.   강을 따라 걷다 오른쪽으로 뻗은 샛길을 따라 올라가면 월드컵공원으로 이어진다. 주말이면 아이들의 함성으로 가득한 놀이터가 목요일 아침은 적막하기만 하다. 어린 아이를 어른들은 ‘인꽃’이라고 했다. 사람은 사람이로되 꽃처럼 이쁘다고 해서 인꽃이다. 내가 보기에 아이들은…

A형 독감 탈출기 – 1월 근황
일상 / 2017년 1월 10일

제목은 거창하지만 실은 별거 없는 독감 체험담.. 혹은 근황.   1월 1일.  새해 첫 날. 부모님께 세배 드리고 떡국을 나눠 먹고 귀가.    1월 2일. 다 읽은 책 도서관에 반납. 화실에서 쓸 양식 이것저것 만들고 새해 첫 업무 시작. 큰 애가 몸이 안 좋다고 일찍 옴. 전철역으로 마중 나가 죽도 사고 약도 사와 먹임. 밤에 자는데 춥다고 해서 꼭 껴안아 재움. 한밤중 부터 열이 나기 시작. 아…   1월 3일. 혹시나 하고 동네 병원에서 독감 검사. 역시나 A형 독감 판정.  감기 끝에 어제 독감 환자 딸네미를 꼭 껴안고 밤새 지냈던 것이 마음에 걸림.   1월 4일. 두통에 열이 나기 시작. 윽… 독감 검사하니 보라색 두 줄이 선명. 나도 독감환자.      비용 : (검사비 25,000+진료비, 영양제, 타미플루주사 83,100+약값3,900*2)*2=231,800   독감이란 것에 처음 걸려봤다. 깨달은 점.    1. 피로는 금물. 평상시 면역력을 키울 것.  큰 애와 나 둘 다 너무 바빴다. 일은 많고 잠은 모자라고… 살짝 몸살감기 끝에 들어온 독감 바이러스. ㅠㅠ 아프면 몸도 축나고 지갑도 축난다.    2. 독감 역시 초기에 재빨리 처치할 것.  미련하게 다 아프다 가지 말고 의심스러우면 바로 가서 검사하고 처방 받자.  생전 처음 걸린 독감에 깜짝 놀란 우리는 타미플루 주사제에 영양제 까지 달라고 해서 병원 수익올리는데 공을 세웠지만, 독감 걸린 다른 친구들을 보니 값어치는 했다.  …

팔꿈치와 접시밥
일상 / 2016년 7월 5일

밥, 어묵조림, 장조림, 돈나물무침, 야채초절임   밥, 돈까스, 샐러드 볶음밥, 오이소박이   치킨 커리 라이스 밥, 오징어숙회, 파프리카, 데친 브로콜리, 상추 찐 고구마, 닭가슴살구이, 토마토, 상추 연어마요덮밥, 삶은 양배추, 브로콜리, 당근, 구운 김 4월 초부터 시작된 테니스 엘보. 팔을 안써야 낫는다는 말에 다이소에 가서 일회용 그릇을 잔뜩 사와 식구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깜짝 놀란 남편이 고맙게도 설겆이를 맡아 주었다. 하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하루 세 번씩 먹는 밥, 하루라도 거를 수는 없는 일이라 자꾸만 눈치가 보였다. 사실 눈치 볼 일은 아니다. ‘맛있게한 요리에 대한 보답으로 설겆이는 내가~’하고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기쁜 마음으로 스스로 하는 것과, 하기 싫어도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으니 눈치가 보이는 거다. 어디 못하는게 설겆이 뿐이겠는가. 꽉 쥐고 힘주는 일을 할 수 없으니 할 수 있는 메뉴도 제한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미안한 마음에 자꾸 외식을 하게 되더라. 또 부실한 식단이나 설겆이에 대한 부담으로 은근 외식을 바라기도 했고. ㅎㅎ 이런저런 것에 대한 부담에 생각난 것이 바로 접시밥. 하나의 접시에 이것저것 담아 내니 일품요리 같기도 하고 분위기에 변화도 줄 수 있었다. 하지만 더 좋은 점은 알맞은 양을 고르게 먹을 수 있다는 데에 있다. 사실 아무리 5대 영양소를 골고루 생각해 식단을 짜도 아이들이 먹는 양을 제대로 알 수는 없는 일이지 않은가. “연근도 좀 먹어”하면 “먹고 있어요”…

6월 근황
일상 / 2016년 6월 23일

  요즘 놀고있습니다.  외상과건염. 팔꿈치가 아픈 건데 가사노동, 컴퓨터, 스마트폰, 기타 손을 많이 쓰는 작업, 무리하게 무거운 것을 드는 일, 부딪침 반복… 등으로 온다더군요. 전부 해당되네요. 노화도 빼놓을 수 없겠죠. 일도 취미도 모두 손을 가만 놔두지 않는 것들이니…   ‘나이들어 은퇴하면 좋아하는 글 쓰면서 살고싶다’ 생각했는데, 팔꿈치가 아파서 글을 못쓸 수도 있겠다 생각하니 ㅎㅎㅎ 웃음이 나는군요. 세상에 은퇴하고나서… 라고 미룰 일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고 보니 은퇴하면… 하고 미뤄둔 일이 하나 또 있는데 ‘여행’입니다. 글쓰기와 여행. 제일 좋아하는 것을 제일 뒤로 미뤄둔 셈입니다. 그러다 무릎이 아파지면 또 오늘 같은 생각을 하겠죠. 미뤄둘 것은 없다고.    여튼, 요즘은 많은 것을 내려놓고 게으르게 지내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많은 일들을 옆에 남편이 해줘 가능한 일이지요. 대신 리디 페이퍼로 책읽는데 재미를 붙였지요. 무거운거 들지 말고, 가방도 무게를 고르게 분산시키는 백팩을 메라고 해서 종이책 대신 배낭에 카드, 페이퍼, 핸드폰, 선글라스 넣고 다닙니다. 며칠 후면 선글라스 대신 우산을 갖고다니겠네요.    모두 건강하시고, 하고 싶은 일들은 지금 하시기 바랍니다. 

봄맞이
일상 / 2016년 3월 25일

  지난주 막내와 티앙팡에서 데이트했을 때 그곳 찻잔의 빈티지스러움에 반해 구입한 유리잔.  옛날, 우상의 모습을 그리는 것도 새기는 것도 엄격히 금지했던 까닭에 동물의 모습 대신 그리게 된 아라베스크 무늬는 동쪽으로 전해져 당초무늬로 발달했고, 청화백자에서 꽃피어 다시 유럽으로 전해졌다. 그렇게 주고 받는 문화교류의 결과 중 하나가 이런 그릇들이다.    이번에 고른 그릇은 쯔비벨무스터. 블루 어니언, 양파무늬가 들어간 그릇인데 독일, 체코, 일본 등지에서 나오는데, 내가 산 것은 한국산이다. 브랜드마다 무늬가 조금씩 다른데, 이번에 산 이 그릇 무늬는 다른 것 보다 밝고 가벼워 보이지만 대신 밝고 환한 느낌을 준다. 비싸지 않고 합리적인 가격인데다 세트로, 단품으로도 살 수 있어 더 마음에 든다.

3월 근황. 브런치 활동중
일상 / 2016년 3월 15일

요즘들어 괜히 바쁩니다.  신학기에 들어가서인 까닭도 있지만…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2차 출간 이벤트에 도전하고 있는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글이 얼마 되지 않은 까닭에 급 부지런을 떨고 있습니다.  일단은 그동안 블로그에 올렸던 글 중에서 몇 가지 정리해서 올리고 있어요. 브런치와 이 블로그를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글을 올리는 셈이죠. 여튼 3월 말 이벤트가 종료되면 좀 더 자주 뵐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블로그를 통해 많은 분들을 만나고 헤어지고를 반복했습니다. 문 닫은 블로그, 개점휴업 상태인 블로그… 이런저런 사정이 많겠지만 참 안타깝습니다. 특히 초기에 함께 하던 분들은 오래 정든 만큼 더욱 더 그래요. 방금도 오랫만에 글 올라온 J4blog의 재준씨네 다녀오니 더욱 만감이 교차하네요. 일면식도 없는 분들인데도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생각되니 참 묘한 일입니다. 그러고보니 지금까지 제 블로그를 찾아주시고 글 남겨주시는 분들은 또 얼마나 감사하고 귀한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2월, 근황
일상 / 2016년 2월 20일

morguefile image   1. 사순절 묵상 말씀을 페북과 트위터 계정을 통해 쓰고 있다. 오늘 현재 11번째 진행중. 잊지말고 빼먹지 말고 늦지 않게 올리는 것. 나와의 약속을 지키는 것. 같은 말씀이라도 이렇게 해보니 뭔가 느껴지는 것이 다르다. 한발짝 떨어져서 전체를 보는 그런 느낌이랄까. 2. 친구 어제는 학교다닐 때 친구를 만났다. 다들 주부로, 교사로 바쁜 친구들이라 방학 때나 만나게 되는데 어제 만나 캘린더를 들여다보니 지난 여름에도 못만나 1년도 더 지나 만나게 된 셈이었다. 그러다 보니 돌아가며 식구들 안부며 본인, 나오지 않은 친구 근황만 이야기해도 다 가버리는 시간. 그래도 얼굴보고 서로 흐뭇해 하니 좋고, 한참만에 봐도 바로 며칠 전에 만난 것 같고, 또 한참만에 만날 줄 알면서도 또 내일 볼 것 처럼 헤어지는 우리. 친구란 좋은 것.  3. 2월 2월은 바쁘다. 다른 달보다 짧은데 설 연휴가 껴서 더 짧다. 그런데 할 일은 더 많다. 그래서 더 더 바쁘다. 어떤 이에겐 연휴지만 주부에겐 노동의 날인 설 연휴, 근무일수가 줄어 들어 더 바쁜 일정. 연말연시가 한 번 더 온 것 같은 어정쩡함. 그런 것들을 견디고 나면 바짝 앞으로 다가드는 신학기, 봄. 2월은 그런 달.

산책/이화여자대학교 2
일상 / 2015년 11월 16일

일요일. 어제. 예배를 드리고 학교를 찾았다.  전날 아침 신문에서 본 학교 사진이 정말 마음에 들어서. 어제 찾은 교정의 아름다움이 카메라에 잘 담아지지 않아 안타깝다.              

가을 아침
일상 / 2015년 10월 25일

이제는 선선해진 아침. 길을 걷다 주위를 본다. 회양목 울타리 위로 떨어진 마른 잎새, 대롱같은 줄기에 다닥다닥 열매맺은 맥문동, 철퍼덕 땅에 떨어져 운명을 달리한 홍시… 고개를 들어 파란 하늘을 보지 않아도, 울긋불긋 물든 나뭇잎을 보지 않아도 가을이구나 싶게 만든다. 머지 않아 낙엽 태우는 냄새가 공기중에 떠돌게 되면 날카로운 바람에 코트깃을 세우고 따뜻한 커피를 찾아 코끝을 쫑긋거리겠지. 어디선가 향긋하고 구수한 커피향을 찾기 위해. 바사삭 바사삭 발 밑에서 몸을 부숴트리는 황금빛 불타는 플라타나스 잎이 내는 소리를 즐기며 그렇게. 아직은 빨리 걸으면 땀이 나려는 그런 날씨. 느긋하게 주변이 주는 것들을 즐기며 그렇게 걸어볼 때다. 누가 재촉하지 않는 주일 아침이기에. 모처럼 말 하나 건네는 이 없이 온전히 홀로 걷는 시간이기에. 늘 가족과 함께하는 복 받은 인생은 혼자 있는 이 시간이 소중하고 그만큼 또 축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