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치프레스로 커피 만들기
잡문집 / 2016년 3월 2일

커피를 처음 마신 것은 아주 어릴 때였다. 커피를 내 손으로 직접 만들기 시작한 것도 역시 어렸을 때였는데, 처음은 생각나지도 않는다. 할머니나 할머니 친구분들을 위해 탔던 것이 생각난다. 커피잔에 초이스 커피를 두 숟갈 넣고 주전자로 팔팔 끓인 물을 부은 다음, 카네이션 연유를 조르르 적당한 색이 나올 때 까지 섞어줬다. 그무렵엔 인스턴트와 원두 구분도 못해서 물붓고 녹아나지 않는 커피를 보고 놀랬던 기억도 있다.    할머니가 마셨던 커피는 부드러운 고동색의 달달한 것이었는데, 아버지가 만드는 커피는 분명 투명한데 속은 비치지 않는 그런 쌩고동색에 한약같은 맛이어서 절대 일정 거리 이상 가까워질 수 없는 그런 맛이었다. 향기에 끌려 가까이 갔다가 맛을 보게되면 치를 떨게 되는 아버지의 커피는, 나중에 그 아름다운 호박색에 이끌려 들어갔다 컥컥댔던 스카치 위스키와 함께 범접할 수 없는 어른의 액체로 각인되었다. 술과 커피가 쓰지 않으면 어른이 되는 걸까. 아니면 어른이 되면 달게 느껴지는 걸까.    시나브로 스며든 커피향은 어느덧 나도 어른들이나 마실성 싶었던 원두의 세계로 빠져들게 만들었고, 커피메이커, 드리퍼, 모카포트, 프렌치프레스 등등 이런저런 도구들을 사용하게 만들었다. 그 가운데 요즘 정착해서 애용하고 있는 것이 오늘 소개할 프렌치 프레스다.        프렌치프레스는 말 그대로 프레스 즉, 눌러서 커피를 만드는 방식으로 주방기기로 유명한 덴마크 보덤이란 회사에서 만든 상품명이라고 한다.  이 도구의 좋은 점은 첫째, 간편하다는 것이다.  거름망, 거름종이, 드립주전자, 서버, 드리퍼… 이런저런 도구가 필요 없다. 주전자, 프레스, 잔 딱 이 셋만 있으면 된다. 다른…

자취생도 할 수 있는 5분요리, 북어국
잡문집 / 2016년 2월 27일

자취생도 할 수 있는 5분요리, 북어국 아침. 마땅한 국거리가 없을 때, 해장이 필요할 때, 급하게 국이 필요할 때… 늘 사랑받는 것이 바로 북어국이다. 뽀얗게 우러난 시원한 국물을 넘길 때면 속이 확 풀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어쩐지 몸이 보해지는 느낌을 금할 수 없다. 오늘은 이런 북어국을 5분만에 끓이는 방법을 알아본다. 늘 그렇듯, 내 요리의 생명은 맛과 더불어 스피드! 준비물 1. 북어채 한 줌 2. 달걀 한 개 3. 대파 적당량, 다진 마늘1/2 작은술, 소금 적당량, 참기름 4. 물 500cc 만들기 1. 주전자에 물을 끓인다. 2. 물이 끓는동안 냄비에 북어채를 한 줌 넣고 참기름을 조금 뿌린 뒤 달달 볶는다. 3. 물을 조금씩 나눠 넣고 끓이면 국물이 뽀얗게 우러난다. 4. 달걀을 그릇에 풀어준다. 물 한 큰술, 대파, 마늘 등을 계란 물에 넣고 한 번 더 풀어준다. 5. 끓고있는 국물에 달걀 푼 것을 넣고 마저 끓인다. 6. 소금, 후추로 간한다. 저장저장

자취생도 할 수 있는 5분요리, 된장찌개
잡문집 / 2016년 2월 20일

자취생도 할 수 있는 5분요리, 된장찌개 일하고 들어와서 밥해먹는 나같은 사람들은 맛도 맛이지만 역시 스피드가 생명이다. 오랜시간 정성들여 요리하는 슬로우 쿡도 좋지만, 늘 그럴 수 있나. 밥짓는 것은 전기밥솥에 예약 설정해 놓고 출근하면 되고, 이 레시피 대로 하면 집에 와 가방내려놓고 5분이면 뚝딱 고슬고슬 밥에 따뜻한 된장찌개를 곁들일 수 있다. 준비물 : 1. 된장 2큰술(된장에 따라 다르다. 맛을 봐 가면서 정해야 한다), 물 500cc, 멸치가루 2. 대파, 버섯, 두부 등 냉장고속 자투리 재료 만들기 : 1. 주전자에 물을 끓인다. 2. 물이 끓는 동안 냄비에 된장, 멸치가루를 넣고 물을 조금 더해 갠다. 3. 대파, 버섯, 두부 등 냉장고 속 자투리 재료들을 넣고 끓인 물을 부어 끓인다. 4,5분 정도 끓이면 된다. – 된장찌개가 끓는 동안 밥 푸고 김치나 다른 반찬 꺼내 상차리면 5분 내 저녁을 먹을 수 있다. 멸치가루 넣고 물에 갠 된장+채소 끓인 물 붓고 5분간 보글보글~

다이소 워머를 페이퍼 파우치로
잡문집 / 2016년 2월 7일

다이소 워머를 페이퍼 파우치로 리디 페이퍼를 구입하면서 아이폰처럼 생각하고 그냥 날것 상태로 들고 다닐 생각에 케이를 따로 주문하지 않았다. 실제로 킨들 들고다니는 친구들은 그냥 가방에 넣고 다니길래 페이퍼도 괜찮으려니 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설탕액정이라 그냥 가방에 넣고 다니면 안된다며 말리는 데다, 날이 너무 추워 집에 고이 모셔뒀더랬다.  바느질 해서 만들자니 퀼트 솜이 떨어졌고, 옷을 재활용하자니 어쩐지 옷이 아깝다. 적당한 파우치를 찾아봤는데, 맘에 드는 것은 2만원 전후였다. 그돈주고 사려면 케이스를 샀지!(페이퍼와 동시에 주문하면 2만원)    하지만, 좋은 것을 발견했으니 바로 다이소에서 나온 워머. 보들보들한 감촉도 좋고 완충재 역할도 제대로 할 것 같다. 게다가 바느질이랄 것도 별로 없이 간편하다.   준비물 다이소 소프트워머 실, 바늘, 가위 만들기 1.워머에 기기를 대어 보고 적당한 크기로 자른다.       2. 홈질로 입구를 막은 다음 감침질로 숭숭 마감한다.     – 착 달라붙어 한쪽을 굳이 막을 필요는 없으나,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를 사고를 대비해 막아보았다.   3. 뒤집는다.     – 이 제품이 기특하게도 앞뒤 구분이 가지 않는 재질로 되어있다. 앞뒤 구분이 있는 천이라면 바느질 하기 전에 뒤집어서 꿰매야 한다.      쫀쫀해요! ^^   장점 싸다 – 재료비 3,000원으로 3개를 더 만들고, 필요하면 핸드폰 케이스도 두 개 만들 수 있다. 쉽다 – 신축성 좋은 워머라 제품 자체가 딱 맞는 튜브형태. 따라서… 1) 양 옆을 따로 바느질…

누구나 감탄하는 두부스테이크 샐러드
잡문집 / 2016년 1월 9일

주말, 우연히 알게된 노르웨이 숲이란 북카페에 들렀다가 돌아오는 길엔 뉴욕B&C라는 집이 우리를 유혹하고 있었다. 메뉴판 위에 자리한 것은 두부스케이크 샐러드(사실 확실한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 들어간 재료를 슥 훑어보니 두부, 닭가슴살, 채소, 그리고 발사믹 드레싱. 거의 다 집에 있는 재료인데 3만원 가까이 주고 사먹자니 억울한 느낌이 들어 집에서 만들기 시작했다. 결과는 대성공!    너무나 간단한 과정이라 누구나 할 수 있겠다 싶어 공개한다. 누누이 말하지만 내 공정은 슬렁슬렁 쉽게쉽게, 하지만 맛있게. 따로 배운 적 없기에 정식 코스는 아닌 야매 스타일이다. 대략 6천원의 재료비로 2,3인이 즐길 수 있으니 가성비는 최고라고 하겠다.    준비물 1. 두부 1/2모, 닭가슴살1쪽 2. 양파 1/2개, 가지 1개, 느타리버섯, 시금치(포항초, 섬초등 비싼 시금치 필요 없음) 1/3단 3. 식용유, 마늘, 소금, 후추 4. 발사믹식초, 올리브기름, 매실청, 간장 (발사믹 대신 일반 식초, 매실청 대신 기타 단 것, 간장 대신 소금 사용해도 됨) 만들기 1. 긴 시금치는 반으로 자르고, 느타리 버섯도 찢어 놓는다. 가지도 연필 반 개정도 길이로 썰고 양파도 썬다. 2. 두부먼저 노릇노릇 부쳐낸다. 3. 양파-가지-느타리버섯 순서로 볶아낸다. 4. 닭가슴살은 작은 깍두기 모양으로 썰어 볶는다. 이때 마늘, 소금, 후추를 넣으며 볶는다.  5. 닭가슴살이 익으면 시금치를 숨 죽을 만큼만 살짝 볶는다.  6. 발사믹 식초, 올리브기름, 매실청, 간장을 섞어 드레싱을 만든다.    7. 드레싱을 끼얹어 섞어주면 완성. 시식. 맛있다!  

정동길 걷기
잡문집 / 2016년 1월 5일

걷는 것을 좋아하는 내게 정동길은 큰 축복이다.  큰길에서 벗어나 작고 조용한, 오래된 길을 걷는 것은 큰 기쁨이다. 특히나 평일 오전, 촉촉하게 비까지 내리는 아침 정동길은 정갈한 고즈넉함이 그 풍취를 돋운다.  보통 좁은 뒷길은 대개 차와 사람이 한데 뒤섞여 걸어야 하기 때문에 신경 쓸게 많지만, 정동길은 인도와 차도가 구분되어 안전하다. 찻길이 따로 마련되어 있으면 자동차도 속력을 낼만하고 몰릴 만도 하지만 통행량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그래서 더 조용하고 배기가스가 덜하니 공기도 깨끗하다. 오래된 길이기에 좌우에  볼거리도 많다. 길 자체가 역사고 박물관이다.  하지만, 구한말-일제시대로 이어지는 역사가 정동길과 함께하기에 걷는 동안 때로 마음이 아플 때가 많다. 그 첫째가 바로 덕수궁 중명전이다. 왕실 도서관으로 지어졌던 이 붉은 벽돌 건물은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된 굴욕의 장소가 되었다.  그다음은 을미사변 후 아관파천이 이루어졌던 러시아공사관이다. 한 나라의 궁에 자객이 난입해 황후를 해친 것 만도 기막힌 일인데, 하물며 황제는 외국 공사관으로 피신을 해야 했다니 백척간두에 놓였던 나라의 운명을 읽을 수 있는 것만 같아 괴롭다.  사진에 보이는 건물은 정동교회다.  이광수의 작품 ‘흙’에서 여주인공 정선이 겨울밤 괴로워하던 바로  그곳이고, 이문세가 광화문 연가에서 노래했던 곳이다. 이날은 벗은 나무며 비 내리는 회색 하늘이 그 운치를 더해줬다.  천천히 걸어 시립미술관으로 향했다. 이 시립미술관 역시 ‘경성재판소’로 지어져 사용되던 아픈 시절이 있는 건물이다. 하지만 월요일은 휴관. 덕수궁 돌담길을 걸어 교보문고로 향했다.  큰길로 벗어나기 전에 나타나는 것은 구세군…

이른 아침, 혼자 누리는 즐거움
잡문집 / 2015년 12월 21일

늘 바쁜 아침 이 땅에 사는 다른 많은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아침시간은 늘 바쁘다. 출근 전 5분이 그 이후 30분에 맞먹을 때도 있다. 엄마, 아내라는 서포터로서 다른 식구들의 아침을 좀 더 느긋하게 만들려는 탓에, 내 아침은 더 바쁘고 더 일찌감치 시작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런 까닭에 포기할 수 없고 놓칠 수 없는 시간이 바로 아침시간이다.   고요 이른 아침은 고요하다. 아직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정숙함. 이런 차분함은 집중과 몰입을 가능하게 해준다. 이 시간은 하루 중 유일하게 온전한 나만의 시간이다. 하지만 갓 깨어난 정신은 멍한 상태다. 이 상태를 재빨리 정비하기 위해 일종의 리추얼 ritual을 갖는다. 일어나 화장실에 다녀오고 세수를 한다. 식사 준비상태를 체크하고 책상에 앉는다. 잠깐 묵상을 한 뒤 성경을 필사한다. 공책을 반으로 접어 왼쪽엔 한글로 쓰고, 오른쪽은 영어 성경을 베낀다. 원래는 읽기만 했는데 그저 눈으로 좇는 느낌이고 생각이 미처 따라가지 못하는 것만 같아 천천히 읽기 위해 필사라는 방법을 택했다.   잠깐의 묵상과 성경필사를 마치면 찻물을 끓인다. 차나 커피를 들고 다시 책상에 앉아 이번엔 노트북을 연다. 그리고 글을 쓴다. 되든 안되든 글을 쓴다. 어떤 글인가는 상관없다. 무조건 최소 15분 이상은 쓴다. 처음엔 습관을 들이기 위해 별 생각이 없을 땐 그저 순간순간 떠오르는 생각을 의미 없는 상태 그대로 적어내려 갔다.   혼자 누리는 즐거움 이른 아침에 글을 쓰는 이유는 나 혼자 있을 시간이…

아침 1
잡문집 / 2015년 12월 15일

아이를 키우는 것은 내 잠을 나눠주는 거나 다름없다. 갓난쟁이였을 때, 큰 애는 두 시간마다 깨서 젖을 먹었다. 그 사이사이엔 오줌을 싸고 똥을 쌌다. 싸고 나면 또 배가 고프고, 배가 차면 또 싸고… 그런 틈틈이 애도 자고 나도 잤다. 아니다. 그 녀석은 잤는지 모르지만 난 졸았다. 맞다. 졸았다. 기저귀 갈다 말고 기저귀 커버를 손에 쥔 채 졸아본 적도 있다. 그만큼 잠이 모자랐다.   아이가 조금 자라 네 살 정도 되자 잠을 잘 수 있는 시간이 늘었다. 그땐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어머님과 함께 살 때였는데, 어머니는 종종 예언자처럼 “그래. 잘 수 있을 때 실컷 자둬라. 애 크면 그것도 맘대로 못 잔다.”고 하시곤 했다. 그때는 미처 몰랐다. 이렇게 오래 일찍 일어나야 하리라고는.   유치원을 가고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일어나는 시간은 점점 빨라졌다. 중학교는 일곱 시 반까지 등교해야 했다. 고등학생 언니들 학습에 방해되지 않기 위해 같은 시간에 도착해야 한단다. 여섯 시 반에는 밥을 먹고 출발해야 하니, 나는 다섯 시 반에 일어나야 아침을 차리고 점심 도시락을 준비할 수 있었다. 큰 애가 졸업하니 작은 애도 고등학생이 되었다. 또 그렇게 아침잠을 깎아 아이들을 주었다.   학교를 졸업하면 나도 깜깜할 때 일어나는 것에서 졸업할 줄 알았다. 아니었다. 겨울방학이 되지도 않아 취업한 아이들은 백수생활도 없이 출근을 시작했다. 일곱 시면 집을 나서야 하는 아이들. 큰 애는 이번 달부터 영어학원에 들렀다 출근하기 시작했다….

남산 둘레길, 11월
잡문집 / 2015년 11월 11일

이제 11월도 중순으로 접어든다. 날이 추워지기 전에 조금이라도 운동해두자는 마음에 남산 단풍구경을 하기로 했다.  지하철을 타고 동국대학교 입구에서 내려 국립극장을끼고 북쪽 순환로를 걷기로 했다.    동국대입구에서 내려 6번 출구로 나오면 장충단공원이 나온다. 나오자 마자 보이는 신라 호텔. 그 앞에 수표교가 보인다. 원래는 청계천에 있다 옮겨온 것이다. 이 공원을 가로질러 계속 걷는다.    이 아담한 한옥은 매점과 화장실이다. 오른편으로 보면 산책로가 표시된 안내판이 보인다.    그 안내판을 따라 횡단보도를 건너 산책로를 오르면 시작부터 이런 계단을 만나게 된다. 계단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절대 이 계단을 오르지 말것. 잠깐 나오는 것이 아니라 남산 둘레길까지 쭉 계단으로 이어져있다. 계단을 피하려면 리틀 야구장을 오른쪽에 두고 계속 오른다. 남산2호 터널과 유관순 동상이 보인다.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반얀트리를 따라 가지 말고 이제 국립극장 쪽을 향해 오르자. 남산을 오르내리는 노란 버스도 이쪽으로 간다. 국립극장 해오름 극장을 향해 올라가다 돌아서서 본 모습. 정말 고운 빛으로 아름다웠지만 아쉽게도 역광이라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지도를 보니 현재 위치는 북측 순환로 입구. 지하철역에서부터 꽤 많이 걸어올라왔구나. 차로 돌면 잠깐이지지만 걸어서 7.5킬로미터라니 만만히 볼 건 아니다. 오늘은 시간이 없으니 필동까지 가서 충무로 역으로 내려가고, 다음에 시간 내서 제대로 한 번 돌아봐야겠다.    북측 순환로를 걷다보면 갈래길이 나온다. 왼쪽은 차가 다니는 길이고 오른쪽은 차가 다니지 않는 길이다. 오른쪽으로 가야 둘레길을 걷게된다. 차가…

설악산 주전골-용소-선녀탕-오색약수-양양 물치
잡문집 / 2015년 11월 3일

사방이 아직 깜깜한 새벽 5시 40분, 설레는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는 영하1도까지 떨어졌다. 설악산은 전날 영하 7도 까지 떨어졌다는데 오늘은 얼마나 추울까 하는 생각에 아래 위 모두 내복으로 무장하고 얇은 패딩까지 걸쳤다. 지난번 여행사에서 떠난 바다열차 여행의 오대산 전나무 숲 트래킹 코스는 샌들 신고도 걸을 정도였기에 운동화를 신을까 했지만, 이번은 ‘계곡’을 걷기에 등산화를 챙겨 신었다. 추운 날 미끄러지기까지 하면 큰 일이니까. 날이 어찌나 맑은지 별빛.     7시에 용산역에서 출발한 ITX-청춘 열차는 쾌적했다. 아침 대신 가져간 바나나, 요거트, 빵 등등의 간식을 먹고 잠깐 졸았더니 어느새 남춘천. 따뜻한 열차에서 졸다 나오니 아침보다 더 추운 느낌이다. 여행사에서 마련한 관광버스로 갈아타면 한계령을 거쳐 설악산에 도착한다.  한계령. 대학 수학여행 때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를 뚫고 겨우겨우 도착한 한계령에서 덜덜 떨며 마신 커피는 일생을 통털어 가장 맛있는 커피였다. 운무와 커피. 한계령은 내게 안개와 커피로 기억되는 곳이다.  하지만 이날 도착한 한계령은 더 이상 안개와 커피의 고개가 아니었다. 바람과 바람과 바람의 계곡이 되어버릴 한계령. 그렇다. 한계령은 寒溪嶺인 것이다.      산행은 주전골 계곡에서 부터 시작한다. 계곡을 타고 계속 내려가는 내리막 길이다. 이 말은 올라가느라 땀 뻘뻘흘리고 헉헉거릴 필요 없이 사부작사부작 걸어내려가기만 하면 되는 쉬운 트래킹이란 뜻이고, 바꿔 말하면 주룩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는 뜻이다. 가물어 물 마른 계곡이니 잔돌이나 모래로 미끄러지기 쉬워 조심해야 한다. 실제로도 한 아가씨가 미끄러져…

따끈따끈 팬케이크
잡문집 / 2015년 10월 22일

[pixabay image]   따끈따끈 팬케이크 우리가 보통 ‘핫케이크’라고 부르는 것의 원래 이름은 팬케이크다. 반죽을 달군 프라이팬에 부어 구워내 시럽이나 갖가지 토핑을 얹어 먹는다. 팬케이크는 원래 그 종류가 다양해 크고 작고 얇고 두터운 여러 모양을 하고 있지만, 우리가 보통 알고있는 핫케이크는 일본식 팬케이크(홋도케-키)다. 모리나가 홋도케-키나 오뚜기 핫케이크포장에서 보는 것 처럼 그다지 크지 않고 도톰한 모양을 하고있다. 따라서 때때로 핫케이크는 두껍고 팬케이크는 얇으레한 것이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팬케이크의 종류는 얼마나 많은지, 또 그 토핑은 얼마나 여러가지인지… 잡지나 인터넷에서 보는 팬케이크는 정말 화려한 모습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당장 구글에서 ‘팬케이크’라고 검색해보자. 눈은 황홀해지고 식욕이 솟는다. 하지만 문득 먹고싶을 때 생각나는 것은 어릴적 엄마가 아침에 구워주시던 핫케이크다.  요즘 유행하는 방송컨셉이 바로 먹방. 그 먹방에 나오는 사람중 하나가 명언을 남겼다. “제일 맛있는 맛은 내가 아는 맛이다.” 그렇다. 엄마의 팬케이크는 우리가 아는 맛이기에 그렇게 오래도록 기억나고 화려하지 않음에도 자꾸 생각나는 것이다.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엄마는 달걀을 흰자와 노란자로 나눠두고 흰자를 팔이 빠지도록 거품기로 휘저어 하얗게 거품을 냈다. 그릇을 뒤집어 거품이 떨어지지 않을 때 까지 저었다. 그런다음 우유와 노른자를 섞고 밀가루와 베이킹파우더를 체로 쳐서 곱게 내리고 설탕과 소금을 넣어 섞은 뒤 거품을 넣어 다시 섞어 반죽을 만든다. 달군 프라이팬에 버터를 한 덩어리 올려 녹인 뒤 살짝 닦아내고 반죽을 동그랗게 붓는다. 뽀글뽀글 공기방울이 올라오기 시작하면 불을 줄였다가 공기방울이 고루 퍼지면…

매운 오뎅
잡문집 / 2015년 10월 22일

보글보글 끓는 칼칼한 오뎅. 무럭무럭 나는 김을 헤쳐 보면 빨간 색이 식욕을 돋구고, 한 숟갈 국물을 떠 넘기면 ‘캬~’ 소리가 절로 난다. 비가 내리고 찬 바람 불기 시작하면 더욱 생각나는 아이템이다. 술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여기에 소주 한 잔 생각이 나겠지. 국물내기 오뎅국물은 역시 멸치로 내야 한다. 여기에 양파와 파는 빠져선 안된다. 달고 시원한 맛을 내주니까. 냄비에 물과 멸치를 넣고 끓여 멸치육수를 만든다. 나는 멸치를 집어넣은 망을 냄비에 넣고 전기주전자에 물을 따로 끓여 그 위에 붓고 다시 끓인다. 머리와 똥은 따지 않는다. 쓴맛 비린맛을 이야기하는데 난 잘 모르겠다. 북어육수를 낼 때에도 머리부터 넣고 끓이는데 멸치라고 왜 떼어내야 하는지, 또 어떤 설에 의하면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단다. 좋은 핑계거리다. 오뎅손질 멸치국물을 내는 동안 오뎅을 준비해야한다. 오뎅은 부산어묵이 제일 맛있다. 진짜 부산에서 택배로 오는 두툼한 어묵이면 더 바랄나위 없겠지만, 동네 수퍼에서 파는 부산어묵도 괜찮다. 끓이고 나서 너무 부드러워지는 점이 아쉽긴 하지만 말이다. 꼬지에 꿸 것이니까 길게 세로로 한 번만 잘라 물을 끓여 부어 쓸데 없는 기름기를 뺀다. 체에 건져 물기가 빠지고 손으로 잡을 수 있을 정도로 식으면 꼬챙이에 꿴다. 꼬지가 적당한 것이 없으면 나무 젓가락으로 대신한다. 꼬불꼬불 꼬불이를 꿰던 금요장터 순대 아줌마가 생각난다. 어릴적 하던 시장놀이가 생각난다. 재미있다. 간하기 멸치국물이 끓으면 고추장을 밥숟가락으로 반정도 넣고 휘휘 저어 풀어준다. 국간장도 넣는다. 국물요리엔 역시 국간장(조선간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