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트럴파크 산책-커피식탁
신촌산책 / 2017년 5월 12일

연트럴파크 산책 – 커피식탁 지난 일요일. 그동안 좀 불편하시긴 했지만 갑작스럽게 안좋아 지셨다가 훌훌 떠나신 엄마. 일요일 임종을 맞고, 월요일엔 입관예배를 드리고, 화요일엔 발인예배를 드렸다. 서울 추모공원에 들렀다가 가족 납골당에 모셨다. 첫날은 늘어진 듯 시간이 가지 않았다. 들이 닥치는 손님을 맞으며 시계를 보고 또 봐도 잘만 가던 시간이 멈춘 듯 가지 않았다. 그러다 점점 시간의 흐름을 잊게 되었고, 지나고 보니 이렇게 또 연휴가 다 훌쩍 가버렸다. 어떻게 간 줄 모르게. 식구들 손에 이끌려 연트럴파크로 산책을 나갔다. 전부터 당근 케이크를 먹으러 가자고 했기에 미루지 않고 길을 나섰다. 볕이 뜨거웠다. 선글라스 대신 양산을 챙긴 큰 애를 빼고 나머지 식구들은 눈이 부셔 선글라스를 썼다. 옛 철길을 공원으로 꾸몄는데 동네 이름을 따서 연트럴파크라고 지은 별명이 재미있다. 철길 주변 우뚝 솟은 메타세콰이어가 푸르르다. 다닥다닥 별이 달라붙은 것만 같은 하얀 미선나무, 비록 인공이지만 졸졸 흐르는 개울물… 정말 오월이구나 싶었다. 사천교까지 걷다가 왼쪽으로 돌면 ‘커피식탁’이라는 작은 카페가 나온다. 근처 연남동에 있는 많은 카페 중에 내가 가장 아끼는 곳이다. 코웃음 나오는 가격 대신 합리적인 수준에서 책정된 가격이 돋보여 들어왔던 곳인데, 분위기도 커피 맛도 훌륭해 자주 들리고 또 추천하는 곳이다. 앞에 것은 당근 케이크고 뒤에 보이는 것은 ‘무뚝뚝한 얼그레이씨’란다. 당근 케이크를 받으면 ‘두부?’라는 생각이 들어 눈을 동그랗게 뜨게 된다. 크림이 두툼해 보이지만 부담스럽지 않고 상큼하다. 케이크도 촉촉하고 달지 않아…

한강 산책
잡문집 / 2017년 2월 16일

  홍제천/사천교-한강/망원코스 숲속을 걷는 것도 좋아하지만, 그 경사진 길은 곧 헐떡거림을 의미하기에 때론 물가를 걷는 것도 좋다. 한여름 땡볕만 아니라면 툭 터진 곳에서 햇살과 바람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벚꾳 피는 봄날의 양재천도 좋고, 여름철 군데군데 그늘이 있고 발도 담글 수 있는 도심 한 복판 청계천도 좋다. 하지만 내가 자주 가는 곳은 역시 가까운 곳에 있는 홍제천/사천교 – 한강/망원 코스다.   이른 봄, 한강 풍경 춥다고 얼어죽을까 꽁꽁 집안에만 스스로를 가둔채 지냈던 지난 겨울. 경칩은 아직 열흘도 더 남았는데 겨울잠에서 깨어난 개구리처럼 오랫만에 밖으로 튀어 나갔다. 사실 더 이상 집에만 있다가는 동면하러 들어가는 곰이 될 것만 같았다. 동물들은 투실해져서 들어갔다가 자고 일어나면 홀쭉해 지건만, 사람들은 겨울이 지나고 나면 더 퉁퉁해진다. ‘이제는 좀 움직여야지’하고 나선 홍제천. 그곳엔 이미 봄이 슬쩍 스쳐지나간듯 했다. 군데군데 물 오른 나뭇가지며 마른 풀 사이로 얼굴을 내미는 초록이들. 물 위도 이름모를 물풀이 자라고 있었다.   천변에는 마른 풀을 베고 긁어모아 태우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새로 나는 식물들을 잘 자라게 하고 환경을 정비하는 이유도 있지만, 해충의 알을 없애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나무에 짚으로 둘러주는 것도 같은 이유다.   강을 따라 걷다 오른쪽으로 뻗은 샛길을 따라 올라가면 월드컵공원으로 이어진다. 주말이면 아이들의 함성으로 가득한 놀이터가 목요일 아침은 적막하기만 하다. 어린 아이를 어른들은 ‘인꽃’이라고 했다. 사람은 사람이로되 꽃처럼 이쁘다고 해서 인꽃이다. 내가…

제주도 여행 셋째날 – 쇠소깍, 서귀포, 용머리해안, 성이시돌목장
잡문집 / 2017년 2월 3일

  제주도 여행 셋째날 – 쇠소깍, 서귀포, 용머리해안, 성이시돌목장 드디어 여행 마지막 날. 첫째날과 둘째날에는 제주시에서 출발해 시계방향으로 돌아 동쪽을 돌았다. 마지막인 셋째날에는 다시 쇠소깍-서귀포-용머리해안-성이시돌 목장 순으로 해서 시계방향으로 마저 돌아 공항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일정을 잡았다. 쇠소깍 쇠소깍은 쇠(소), 소(沼못), 깍(하구河口)가 합쳐진 말로 하천과 바다가 만나 이룬 커다란 웅덩이라고 할 수 있다. 티비에서 가끔 보던 투명 카약이나 뗏목이 떠 있는 바로 그곳이다. 쇠소깍으로 흘러내리는 효돈천은 물기가 거의 없어 건천이다시피 했다. 사실 제주는 옛날 지리시간에 배웠다시피 현무암지대라 비가 오면 그대로 스며들어 대수층을 흐르다 바다 가까이 짠물을 만나면 솟아 오른다. 그것을 용천湧泉이라고 한다. 그러기에 하천에는 물이 없고 바다를 만나는 하구에서 이렇게 수량이 풍부한 못이 만들어졌나보다. 아이들은 투명카약을 타고싶어했고, 나는 줄을 잡고 이동하는 뗏목인 테우를 타고싶어했지만 모두 뜻을 이루지 못했다. 나이 탓을 하는 남편과 엘보가 아픈 나 때문에 카약 꿈은 접어야 했고, 테우는 아쉽게도 원하는 식구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서귀포 쪽으로 다시 길을 나섰다.   서귀포, 시내도 재미있다 서귀포 가는 길은 가로수부터 이국적인 느낌이었다. 하염없이 쭉 뻗은 길엔 차도 많지않아 그저 달렸다. 뜨거운 볕 아래 에어컨의 고마움을 느끼며 한참을 달렸다. 그렇게 달리면서 정방폭포도 소정방폭포도 지나쳤다. 나중엔 천지연 폭포도 올 때 마다 봤으니 볼거 없단다. “그냥 가.” 이런 증세는 힘들거나 배고플 때 나타나는 증세. 난 커피 브레이크와 식사 처방을 내렸다. 그래서 찾은 곳이…

제주도 여행 둘째날 – 우도, 섭지코지
잡문집 / 2017년 2월 1일

제주도 여행 둘째날 – 우도, 섭지코지 12첩 반상으로 즐긴 아침식사 보통 나는 다섯시 반에서 여섯시면 일어난다. 여섯시 반이면 아침 먹고 일곱시에서 일곱시 반 사이에 집을 나서야 하는 아이들 때문이다. 하지만 여행 둘째날 아침은 느긋하게 일어나 숙소인 뱅디가름 게스트하우스에서 자랑하는 12첩반상 아침을 먹었다. 다른 사람이 차려주는, 그것도 맛있는 아침밥을 앉아서 받아먹는 호사는 늘 누릴 수 있는것이 아니기에 아침이 더욱 행복했다. 이곳은 에어비엔비에서 예약했는데, 아침식사제공과 별을 보며 잘 수 있다는 대목에 혹해 선택한 곳이다. 여덟시 정각에 시간맞춰 1층으로 내려가니 이 댁에서 키우는 앵무새 까꿍이가 기이한 소리로 우리를 환영했다. 연두색 몸에 빨간 부리를 가진 이 녀석은 친화력이 얼마나 좋은지 손을 내밀자 냉큼 올라앉더니 슬금슬금 팔을 타고 올라와 어깨에 앉는다. 실버선장이 부럽지 않은 순간이었다.   우도 우도를 자동차로 둘러보는 사람들도 많지만 별로 추천할 방법은 아니다. 첫째, 우도에서는 자동차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대부분 제주에서 빌린 렌터카를 가져가는데, 우도에서 사고가 나면 렌트할 때 든 보험은 무용지물이 된다니 모두 내 책임이 되는거다. 둘째, 여객선 요금과 입장료를 티켓 하나로 끊고 배를 타는데, 그 가격이 비싸다. 세째, 정해진 코스만 도는 것이긴 하지만 우도 버스 투어가 시간, 코스, 가격 면에서 합리적이다. 한마디로 가성비가 좋다. 버스투어를 해보니 1인당 10,500원에 우도일주를 할 수 있었다. (왕복 배삯 @4,000원, 우도 이용료 @1,000원, 터미널 이용료 @500원, 버스투어 @5,000) 그동안 제주도를 여행해도 배를 타고 또 들어갈…

제주도 여행 첫날 – 김녕 성세기해변, 미로공원, 만장굴
잡문집 / 2017년 1월 31일

  지난해 9월, 오랜만에 온 가족이 제주여행을 했다. 아이들이 자라고나니 일정 맞추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다녀와서는 이런저런 일로 정리해서 올리지도 못했다. 뒤늦게 제주여행을 정리하려니 남아있는 기록이나 자료가 없다. 일정도 메뉴도 열심히 짜서 여행사 직원 같다는 소리까지 들었는데 안타깝다. 기록은 역시 그때그때. 시간날 때 마다 조금씩 몰스킨에 써 놓았던 것을 기초로 이제야 정리해본다.   제주도 여행 첫날 제주공항에 무사히 안착했다. 이상저온 현상으로 내내 바람불고 비가 내렸다는데 우리가 도착하자 구름 사이로 해가 비쳤다. 생각보다 더워 혹시나 하고 챙겨갔던 옷들은 여행 내내 무용지물이 되었다. 그래도 모처럼의 여행인데 주룩주룩 비가 내리지 않아 얼마나 다행인지. 정말 감사했다.    제주도착 새벽같이 출근했던 터라 아침밥은 커피와 샌드위치, 토스트로 해결했다. 간단히 먹은 것은 제주에 도착하자마자 고기국수를 먹기로 했기 때문.  공항입구에서 렌터카 회사에서 보내준 픽업차량을 타고 렌터카 회사로 가서 차를 받았다. 공항이 너무 혼잡해서라는데 정말 잘한 결정이다. 넓지 않은 로비와 입구에서 차와 사람이 한꺼번에 복작댔을 생각을 하니 아찔했다.  우리가 빌린 차는 경차지만 차체가 높아 넓직한 레이. 아이들이 바라던대로 민트색이라 좋아했다. 전에 엘비라이프에서 상조를 한 구좌 들어놓았었는데 그곳을 통해 할인혜택을 받아 정말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었다.  차를 받고 맨 처음 향한 곳은 고기국수집. 원래 가고자 했던 곳은 만석에 대기자까지 있어서 바로 옆에 있는 국수마당이라는 다른 집으로 갔다. 고기국수라는 것이 어떤 맛일까 궁금했었는데 다른 집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이집 고기국수는 돈고츠라멘과…

삼청동길 – 정독도서관, 교육박물관
잡문집 / 2016년 7월 4일

  어제. 7월 첫번째 일요일.  삼청동 길을 걸었다. 풍문여고 돌담길을 따라 쭉 올라가다 골목길로, 다시 금융연수원 있는 한길로 들어섰다.  원래는 라땡(라면이 땡기는 날)에서 콩나물 듬뿍 들어간 해장라면을 먹고 1킬로에 만원씩 판다는 옷가게 두더지마켓을 가려고 했지만 늘어선 줄과 직벽에 가까운 계단에 포기했다. 대신 한가람이라는 곳에서 연잎밥과 곤드레나물밥을 먹고 그냥 걸었다. 그러다 다시 정독도서관 쪽으로 가다 발견한 곳이 서울교육박물관.    위 사진은 교육박물관 한켠에 설치된 문구점 모형이다. ‘정독 문방구’라니. 어릴적 살던 집 근처에 정덕국민학교가 있어 어쩐지 익숙한 느낌이다. 문앞에 펼친 좌판에는 저런 장난감보다 지우개처럼 쌈직한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었고, 비싼 것들은 문방구 안에 많이 있었다. 딱지나 종이인형 같은 것들은 처마 밑에 집게로 주렁주렁 걸려 아이들을 현혹했었지. 그옆엔 크고 작은 빨간 돼지저금통과 꽈리가 굴비 엮듯 길게 달려있었고.        서울교육박물관의 겉 모습은 이렇다. 지나가다 보면 보이는데, 정독 도서관 일부를 박물관으로 만들고 담을 헐어 문을 낸 것으로 보였다.      옛날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왔던 영희와 철수, 선생님의 모습이 반갑다. 단아한 선생님 패션. 날씬하시구나.        정독도서관은 옛날 경기고등학교 자리를 1975년 학교가 삼성동으로 이전하면서 1977년 개관한 시립도서관이다. 이 건물은 1938년 지어질 당시부터 난로가 아닌 스팀난방방식을 채택한 철근 콘크리트 건물로 그 역사적 가치때문에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기도 하다.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다니, 삭막하기 그지없던 내 모교들을 생각하면 여긴 궁궐이고 대학 캠퍼스나 다름 없구나 싶다.     

남산 둘레길, 11월
잡문집 / 2015년 11월 11일

이제 11월도 중순으로 접어든다. 날이 추워지기 전에 조금이라도 운동해두자는 마음에 남산 단풍구경을 하기로 했다.  지하철을 타고 동국대학교 입구에서 내려 국립극장을끼고 북쪽 순환로를 걷기로 했다.    동국대입구에서 내려 6번 출구로 나오면 장충단공원이 나온다. 나오자 마자 보이는 신라 호텔. 그 앞에 수표교가 보인다. 원래는 청계천에 있다 옮겨온 것이다. 이 공원을 가로질러 계속 걷는다.    이 아담한 한옥은 매점과 화장실이다. 오른편으로 보면 산책로가 표시된 안내판이 보인다.    그 안내판을 따라 횡단보도를 건너 산책로를 오르면 시작부터 이런 계단을 만나게 된다. 계단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절대 이 계단을 오르지 말것. 잠깐 나오는 것이 아니라 남산 둘레길까지 쭉 계단으로 이어져있다. 계단을 피하려면 리틀 야구장을 오른쪽에 두고 계속 오른다. 남산2호 터널과 유관순 동상이 보인다.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반얀트리를 따라 가지 말고 이제 국립극장 쪽을 향해 오르자. 남산을 오르내리는 노란 버스도 이쪽으로 간다. 국립극장 해오름 극장을 향해 올라가다 돌아서서 본 모습. 정말 고운 빛으로 아름다웠지만 아쉽게도 역광이라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지도를 보니 현재 위치는 북측 순환로 입구. 지하철역에서부터 꽤 많이 걸어올라왔구나. 차로 돌면 잠깐이지지만 걸어서 7.5킬로미터라니 만만히 볼 건 아니다. 오늘은 시간이 없으니 필동까지 가서 충무로 역으로 내려가고, 다음에 시간 내서 제대로 한 번 돌아봐야겠다.    북측 순환로를 걷다보면 갈래길이 나온다. 왼쪽은 차가 다니는 길이고 오른쪽은 차가 다니지 않는 길이다. 오른쪽으로 가야 둘레길을 걷게된다. 차가…

설악산 주전골-용소-선녀탕-오색약수-양양 물치
잡문집 / 2015년 11월 3일

사방이 아직 깜깜한 새벽 5시 40분, 설레는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는 영하1도까지 떨어졌다. 설악산은 전날 영하 7도 까지 떨어졌다는데 오늘은 얼마나 추울까 하는 생각에 아래 위 모두 내복으로 무장하고 얇은 패딩까지 걸쳤다. 지난번 여행사에서 떠난 바다열차 여행의 오대산 전나무 숲 트래킹 코스는 샌들 신고도 걸을 정도였기에 운동화를 신을까 했지만, 이번은 ‘계곡’을 걷기에 등산화를 챙겨 신었다. 추운 날 미끄러지기까지 하면 큰 일이니까. 날이 어찌나 맑은지 별빛.     7시에 용산역에서 출발한 ITX-청춘 열차는 쾌적했다. 아침 대신 가져간 바나나, 요거트, 빵 등등의 간식을 먹고 잠깐 졸았더니 어느새 남춘천. 따뜻한 열차에서 졸다 나오니 아침보다 더 추운 느낌이다. 여행사에서 마련한 관광버스로 갈아타면 한계령을 거쳐 설악산에 도착한다.  한계령. 대학 수학여행 때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를 뚫고 겨우겨우 도착한 한계령에서 덜덜 떨며 마신 커피는 일생을 통털어 가장 맛있는 커피였다. 운무와 커피. 한계령은 내게 안개와 커피로 기억되는 곳이다.  하지만 이날 도착한 한계령은 더 이상 안개와 커피의 고개가 아니었다. 바람과 바람과 바람의 계곡이 되어버릴 한계령. 그렇다. 한계령은 寒溪嶺인 것이다.      산행은 주전골 계곡에서 부터 시작한다. 계곡을 타고 계속 내려가는 내리막 길이다. 이 말은 올라가느라 땀 뻘뻘흘리고 헉헉거릴 필요 없이 사부작사부작 걸어내려가기만 하면 되는 쉬운 트래킹이란 뜻이고, 바꿔 말하면 주룩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는 뜻이다. 가물어 물 마른 계곡이니 잔돌이나 모래로 미끄러지기 쉬워 조심해야 한다. 실제로도 한 아가씨가 미끄러져…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에서 10월을 즐기다
일상 / 2015년 10월 10일

지난 금요일 한글날, 어린이대공원 숲에서 이제 물들기 시작하는 가을을 느꼈다. 차가워지기 시작한 공기에 깜짝 놀랐지만, 놀이동산에 도착할 즈음에는 또 뜨거워진 햇살에 얼음 가득 아이스 커피를 찾게 되었다. 롤러 코스터, 바이킹, 후름라이드, 회전 그네… 어린이 대공원 놀이동산인 재미나라는 어린이대공원 개관 당시 우리나라 최고,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곳이었지만, 뒤 이어 문을 연 서울랜드나 자연농원(에버랜드)에 밀려나 버렸다. 하지만 2014년, 대대적인 보수공사를 마치고 다시 개장하여 지금은 소박하지만 기본은 다 갖춘 시설로 오히려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훌륭한 곳이 되었다. 이번엔 그저 먼 발치에서 구경하는 것으로 마치고 동물원으로 향했다.  제일 먼저 우리를 반긴 것은 코가 손이라는 코끼리. 코끼리 두 마리가 코로 흙을 쥐어 이리저리 흩뿌리며 놀고 있었다. 하지만 눈 부신 태양, 바싹 마른 바닥에 주변에 풀 한 포기 없는 사막같은 곳이라 마음이 아팠다. 이 아이들은 아시아 코끼리. 습한 곳이 익숙한 녀석들일 텐데… 어제 내린 비로 좀 견디기 괜찮아졌으려나.     맹수들이 사는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사자, 표범, 퓨마… 거의 모든 동물들이 자고 있었다. 겨우 열두시 였는데도. 고양이 족의 발바닥은 생각보다 크고도 귀여웠다.          유리 벽에 바짝 붙어서 자고 있는 퓨마. 반지르한 목덜미와 동글동글 발바닥은 정말 만져보고 싶었다. 저 동그라미를 누르면 말랑할까 아니면 단단할까. 거칠하면서도 폭신하고 또 단단할 것 같다. 아, 만져보고 싶어라. ㅎㅎ   남아메리카에 서식한다는 과나코. 라마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다. 라마와는 친척관계려나. 맹수들은 유리벽으로 막혀있었는데, 뻥 뚫린 초식동물 우리는 냄새가…

어린이대공원 산책로에서 10월을 즐기다
일상 / 2015년 10월 9일

어제는 한글날. 오래간만에 공휴일이 된 한글날. 아침 일찍 태극기를 게양하고 어린이대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하고 많은 데를 놓아두고 웬 어린이대공원이냐 하면, 뭐 일단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살려 보고자 함이라 할까. 사실 어린이 대공원은 본래 골프장이었던 곳을 기증받아 1973년 어린이날 공원으로 개장한 40년이 넘는 곳으로 넓은 잔디밭과 우거진 숲, 산책로가 잘 발달된 걷기 좋고 아름다운 곳이다.    정문 왼쪽에 있던 연못은 생태관찰 학습장으로 바뀌었다. 여름날 화려했던 시절은 퇴색 되었지만 연밥으로 그 결실을 맺었다.   눈부신 가을 볕은 슾지 가득 황금 빛으로 펼쳐진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햇살은 여름보다 눈부셔 선글라스 없으면 멀미라도 할 지경. 갑자기 내려간 기온에 그늘은 썰렁하지만 태양은 뜨겁다.    “안녕!” 하고 손을 들어 인사해주는 공룡. 몸은 땅에 파묻혔고 얼굴과 꼬리, 앞발만 밖으로 나와 있는데, 그 표정이 어찌나 코믹해 보이는지…    걷고 걷고 또 걷는다. 어린이대공원에서 누리는 가을 볕, 가을 바람, 돌고래 같은 아이들의 함성, 그리고 고요.  어린이대공원 산책로에서 10월을 온 몸 가득 즐기고 왔다.  아침, 추적추적 비가 온다. 어제까진 분명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셨건만, 지금은 막 내린 따뜻한 커피 한 잔이 그립다. 비가 오니 어제 이렇게 맘껏 햇살을 즐겼던 것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오늘은 또 찬 비를 즐겨보자.     참, 어린이 대공원은 오전 5시부터 밤 10시까지, 입장료는 무료다.  >>어린이 대공원 안내

관악산 입구
잡문집 / 2014년 10월 25일

  서울 숲, 양재시민의 숲과 함께 서울 시내 단풍 3대 명소로 꼽혀 소개된 관악산.  지난 주말, 입구만 가도 새빨간 단풍이 좋다는 기사를 보고 찾았다.        요즘은 어딜 가도 보이는 친숙한 안내판 ‘서울 둘레길’ 하지만 그날은 삼막사 쪽을 가기로 마음 먹고 왔으니 이쪽은 다음에 오기로.      과연 관악산 입구는 단풍나무가 줄을 지어 서 있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불타는 단풍은 아니었다는 사실.  하기야 이 시기엔 설악산에 가도 온 산이 단풍은 아닐 시긴데 좀 서두르긴 했다.        관악산 단풍 가운데 요 나무가 절정.  내려오면서도 보니 번갈아 이 나무를 배경으로 사진 찍는 이들이 줄을 이었다.        삼막사는 왼쪽. 우리도 왼쪽으로 향한다. 하지만 그 위에 써 있는 ‘깔딱고개’가 영 마음에 걸린다. 아무래도 저 순서대로 만나게 될 터인데 삼막사 가기 전에 깔딱고개를 만나게 된단 뜻일 것이다. 마음 한 쪽 구석에 싸~한 느낌을 무시하며 왼쪽 길로 접어든다.        군데 군데 오르막 계단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쉬운 코스. 하지만 ‘제1 깔딱고개’라고 써 있는 곳(내 눈으로는 그냥 ‘벽’이었다. ㅎㅎ)을 보고는 오른쪽으로 우회해 고개를 넘었다. 하지만 또 다시 나타나는 고개. 사진은 완만해 보이지만 실제로 보면 경사와 길이가 제법 되어 보였다.(사실 까마득해 보였다.) 따라서 이만 회군하기로 마음먹고 이정표 오른쪽 바위에 올라 산을 살핀다.            물들기 시작하는 관악산. 누르고 붉게 변하니 이제…

북한산 대서문
잡문집 / 2014년 9월 12일

지난 추석 연휴 마지막 날, 그냥 집에서 보내기엔 아깝도록 날씨가 좋았다. 그래서 다시 찾은 북한산.  대남문 코스는 막바지가 힘들어 피곤한 몸으로는 올라가기 싫어 반대편 둘레길을 걷기로 했다.   ​ ​ ​ 오른쪽 위에 보이는 ‘교현리’쪽으로 가기로 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표지판을 보면 밤골공원지킴터가 나온다더니, 그래서 그런가 길엔 여기저기 비어있는 밤송이들이 버려진 채로 흩어져 있었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뜨거운 햇볕에 발걸음을 돌이켜 다시 늘 가던 계곡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늘이 나오니 얼마나 시원하던지…       ​ 대남문 쪽으로 얼마 가지 않아 나오는 계곡. 소리만 들어도 시원해진다.      ​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북한산 봉우리들. 아래 사진에서 알 수 있듯, 왼쪽부터 원효봉 – 염초봉 – 백운대 – 만경대 – 노적봉 순으로 늘어서 있다.   ​ 오늘 북한산은 산행이라기 보다 추석의 피곤을 씻기 위한 산책의 의미가 크기에 적당히 걷다 대서문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대서문을 통과하면 바로 진관사쪽 등산로 입구로 내려갈 수 있다.      ‘갈등’의 어원이 서로 반대방향으로 돌아가며 뻗는 특징을 지닌 칡과 등나무 넝쿨에서 유래된다는 것은 이번 산책에서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다. 이렇게 간단하지만 우리가 알지 못하고 지나가는 재미난 이야기가 얼마나 많을까.    ​ ​ 대서문. 다른 문들과는 달리 조금 낮은 곳에 위치해 있다. 이 문을 지나면 거의 내리막 길만 나온다. 차도 지나다니는 길이므로 조심해야 한다.    ​     등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