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꿈꾸는 작업실
그림을 그리든 글을 쓰든 작업실은 마당이 딸린 집으로 하고 싶다. 울타리를 따라 키 큰 해바라기가 환하고 한 쪽에선 호박 넝쿨이 뻗어 나간다. 창을 열면 늘 초록빛이 넘실거리는 그런 곳이면 좋겠다. 해도 잘 들어 늘 보송보송 했으면 좋겠다. 비오는 날이면 낙숫물 떨어지는 소리에 귀 기울 수 있는 그런 곳이면 좋겠다. 뒤뜰엔 앵두나무 대추나무 감나무에 열매 열리고, 상추 부추 깻잎 따 오래간만에 온 친구들 대접할 수 있는 그런 곳이면 정말 좋겠다. 내가 꿈꾸는 작업실은 그런 곳이다.
겨울 도시는 사막 이상이다. 메마르고 건조하다. 생명이라고는 바쁘게 오고 가는 사람들 뿐. 그 사람들도 시멘트나 콘크리트 위에서 살아가니 어찌 보면 동물원의 짐승과 비슷한 처지지 않은가. 겨울이 깊어지면 그나마 달려있던 마른 잎들도 다 떨어지고 정말 가지만 남는다.
어제도 북한산을 바라보니 얼마 전까지 나무에 가려져 숨바꼭질 하듯 보이던 북한산성이 능선을 따라 공룡 뼈처럼 희게 드러난 것이 보였다. 감성이 메마르게 되면 겨울 산처럼 남의 잘잘못이 더 눈에 띄는 걸까. 대지가 녹색으로 물들면 이 땅의 허물은 녹음으로 덮이고 생태계 안으로 흡수되어 분해되고 만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의 순환속에 자연에서 가능한 일이 인공 구조물 속에서는 어렵다. 쓰레기는 쓰레기로 남고 잘 썩지도 않고 흡수되지도 않는다. 따로 놀고 겉돈다. 남에게 자양분도 되지 못하고 영원한 더러움으로 남을 뿐이다. 인간은 나서부터 죽을 때 까지 자연에서 배워야 한다. 그래서 작업실을 갖게 된다면 자연에 한 뼘이라도 더 가까이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