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통해 이야기 하는 책 두 권 – 가문비나무의 노래 & 나무철학

나무를 통해 이야기 하는 책 두 권 - 가문비나무의 노래 & 나무철학

나무를 통해 이야기 하는 책 두 권 – 가문비나무의 노래 & 나무철학

생활의 달인이라는 방송을 보면 먹고 살기 위해, 또는 좋아서 수십 년간 일하다 보니 어떤 경지에 이른 사람들이 나온다. 그런 분들을 보면 한결같은 공통점이 있다. 바로 나름의 철학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어떤 철학을 갖고 있기에 성공했을 수도 있지만, 그런 경지에 이르도록 온 힘과 정성을 기울이다 보니 사물을 보고 이치를 꿰뚫는 눈이 생겼으리라 짐작된다. 여기 그런 장인들의 책이 있다. 바로 가문비나무의 노래와 나무철학이라는 두 권의 책이다. 나무를 통해 이야기 하는 책 두 권 – 가문비나무의 노래 & 나무철학

 

가문비나무의 노래

이 글을 쓴 마틴 슐레스케는 바이올린을 만드는 장인이다. 바이올린을 만들기 위해 나무를 고르고 다음어 울림있는 바이올린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깨닫게 된 것들을 글로 옮겼다.

많은 나무 가운데 가문비나무를 택한 것은 수목한계선(樹木限界線/timber line)1 바로 아래 척박한 환경에서 자란 가문비나무가 울림있는 바이올린을 만드는데 가장 적합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수목한계선 바로 아래 척박한 환경은 가문비나무가 생존하는데는 고난이지만, 울림에는 축복입니다. 메마른 땅이라는 위기를 통해 나무들이 아주 단단해지니까요. 바로 이런 목재가 울림의 소명을 받습니다.

노래하는 나무가 될 만한 재목은 1만 그루 중 한 그루가 될까 말까 합니다. 숲에서 노래하는 나무를 찾는 일은 인내가 필요한 모험입니다.

울림이 좋은 바이올린 재목을 찾는 데 이렇게 큰 수고를 들여야 한다면, 울림 있는 삶을 사는 데는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할까요? 삶은 순례의 길입니다.

진리를 알지 못하는 사람은 무른 나무 같습니다. 무른 나무로 만든 바이올린처럼 둔탁한 음을 내지요. 우리에게는 도덕적인 회복력이 필요합니다. 이는 자비로부터 나오지 않고, 오직 진리로부터 얻을 수 있습니다. 진리 없는 자비는 선하지 않습니다. 자비 없는 진리는 참되지 않습니다.

재능은 자기를 높이고 스스로 비중 있는 사람이 되라고 주어진 것이 아닙니다. 그가 받은 사랑에 응답하라고 주어진 것이지요. 재능에 집착하느라 소명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소명을 받은 봉사자는 위로부터 받은 권위를 가집니다. 재능에 집착하는 사람에게는 자기 자신만 있을 뿐입니다.

의심은 우리의 속사람이 겪는 성장통입니다. 성장에는 성장통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성숙한 믿음은 의심과 혼란을 피하지 않습니다. 명쾌한 대답을 통해 의심을 떠나는 일은 드뭅니다. 의심과 결별하는 것은 대답을 통해서가 아니라 ‘용기’를 통해서입니다. 우리는 의심을 두려워해서는 안됩니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의심’이 아니라 ‘무심함’입니다.

사랑을 획득해야 한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보상’입니다. 사랑은 벌어들이는 것이 아닙니다. 사랑은 은혜의 본질입니다. 사랑은 점수를 모아서 쟁취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냥 선사받는 것입니다.

그에 따르면 우리는 모두 하나의 악기다. 악기 하나하나가 모여 협연할 때 악보와 지휘에 따라 연주하고 쉴 때 비로소 작곡가의 생각이 청중에 귀에 들리듯, 우리가 하나 되어 어우러질 때 하나님의 뜻이 이뤄지는 것이다. 나란 존재는 선물인 동시에 과제다. 힘들고 어려울 때, 모든 것이 의심스럽고 흔들릴 때는 누구에게나 닥친다. 믿는 사람이건 믿지 않는 사람이건 다 마찬가지다. 차분하게 다가와 조곤조곤 이야기해주는 이 책이 나 말고 다른 누군가에게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나무철학

우리집 테라스에 펭귄이 산다와 함께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이다. 이 책의 저자 강판권은 역사를 공부한 사람이었는데, 나무를 통해 역사와 문화, 경제, 자신의 철학을 풀어낸다. 그는 연륜연대학(年輪年代學 dendrochronology)2이라는 학문을 소개한다. 저자에 따르면 dedro는 나무, chrono는 시간을 의미한다. 나무의 나이테를 통해 나무의 삶과 그 시대, 세상을 읽고 분석하는 학문이다.

소나무, 단풍나무, 아까시나무, 오동나무, 대추나무, 모과나무, 살구나무… 여러 나무로부터 배운 이야기를 담았다. 어쩌면 이 책은 그의 이제까지 나무에 관해 이야기한 책의 결정판일 수도 있겠다.

누구나 결대로 살고싶어하지만 살다보면 옹이를 만난다. … 톱마저 지나가기 어렵다. 누구나 옹이 하나쯤 있다…. 하나의 옹이는 몸 전체를 보호한다. 살면서 생기는 고통은 당시에는 무척 견디기 힘들지만, 한번 이기고 나면 훨씬 자신감을 갖고 살아갈 수 있다.

나이먹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걱정하는 것보다 촘촘한 나이테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것이 지혜롭다.

 

앞서 말한 가문비나무의 노래의 바탕에 성경이 깔려있다고 한다면, 이 책의 바탕에는 공자를 비롯한 유가 철학이 깔려있다. 그래서일까. 앞 책은 역경을 이겨낸 나무의 쓰임, 나무를 쓰는 사람의 태도(결을 무시하지 않음), 소리의 조화와 그를 통한 목적과 뜻의 이루어짐을 이야기한다. 뒤의 책 역시 역경을 이겨내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나무와 그로부터 얻은 지혜를 이야기하지만, 보다 기능적인 나무의 특성과 인간의 도리에 집중한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달인이 되고 장인이 되어 일가를 이루게 되면 나름의 철학을 갖게 된다. 오늘 아침, 선한 사람은 그 쌓은 선한 것에서 선한 것을 내고 악한 사람은 그 쌓은 악에서 악한 것을 낸다. 나무는 그 실과로 나무를 안다3고 한 구절을 읽었다. 난 어떤 열매를 맺는 어떤 나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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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notes

  1. 기후가 어느 정도 이상 건조되거나 한랭해지거나 하여 수목이 생육할 수 없게 되는 한계로 위도상 또는 고도상으로 정해진다. 고위도, 고산, 건조 등, 나무의 생육에 적당하지 않은 환경조건에 의하여 울폐된 산림이 성립할 수 없게 되는 한계이다. 일반적으로 고위도, 고산의 한계를 가리킨다. 교목한계는 단목 또는 패치상 산림의 상한으로 산림한계의 위 또는 고위도에 있다. 산악의 경우에는 환경경도가 급격하기 때문에 산림한계와 교목한계는 대개 일치하지만 고위도 저지의 수평분포에서는 폭 넓은 이행부가 생겨 이 부분을 산림툰드라(forest tundra)라고 한다. 산림한계와 교목한계를 명확히 구분할 수 없는 경우, 고산의 산림상한역을 막연히 가리킬 때에는 수목한계선이라는 단어가 자주 쓰인다. 산림청
  2. 연륜연대학(年輪年代學)은 나무의 나이테를 통해 과거의 기후 변화와 자연 환경에 관해 연구하는 학문이다. wiki
  3. 마태복음 12:33~35
  • 김핑구야 날자

    자신의 나이만큼 빠른 속도로 죽음을 향해 간다고 보면 되더라고요

    • https://www.fruitfulife.net/ 열매맺는나무

      앗, 그럼 아기는 시속 1킬로미터, 중년은 4,50킬로미터, 어르신들은 7,80킬로미터인 셈인가요?
      그야말로 돌진이로군요. 죽음을 향한 돌진이라니 교통사고가 생각나 아찔합니다. ㅎㅎ
      전 그저 인생학교의 졸업이라고 생각하렵니다. ^^

  • Si Eon Nam

    열매맺는나무님의 나무에 관한 책… 너무 잘 어울리는 주제네요. 책의 두께도 마음에 드는군요 ^^

    • https://www.fruitfulife.net/ 열매맺는나무

      ㅎㅎ 잘 어울리죠? ^^
      책의 두께도 말씀하신대로 딱 적당했습니다.
      가문비나무의 노래는 한 주제를 일주일 동안 나눠 읽게 해 놓아 매일 잠깐씩 부담없이 읽을 수 있더군요.

  • 김선희

    누구나 결대로 살고 싶어하지만 살다보면 옹이를 만난다.는 말이 참 좋네요.
    옹이가 있어 더 깊어지는 삶이겠지요.

    오늘은 댓글 달기 성공!하고 나갑니다♥

    • https://www.fruitfulife.net/ 열매맺는나무

      앗. 선희님! 반갑습니다. ^0^
      댓글 달기 성공 경축합니다. ㅎㅎ
      앞으로 자주 뵈어요. ^^

  • http://www.thewordcracker.com/ Word

    좋은 책을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간이 될 때 꼭 한 번 읽어봐야겠네요.

    • https://www.fruitfulife.net/ 열매맺는나무

      워드님, 반갑습니다. ^^
      두 책 모두 조금씩 아껴 읽으니 더욱 좋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