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규림일기 & 이런저런 추억

뉴욕규림일기

뉴욕규림일기

토요일 오후. 수첩을 뒤지다 작년에 적은 메모를 발견했다. 뉴욕규림일기 읽다 적어둔 것. 메모 왼쪽에 보이는 그림은 책에 등장하는 작가 캐릭터다.

자잘한 젖소 무늬(내 눈엔 젖소 무늬로 보이는데 원래는 marble이란다. 미국 사람들 눈에는 대리석이 이렇게 보이나 보다)의 컴포지션 노트에 펜텔 사인펜으로 쭉쭉 그리고 쓴 거라 친구 노트를 들여다보는 흥미진진한 느낌이 좋았다. (노트와 펜, 여행지에서 기록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는 ‘독립출판인 김규림 <도쿄규림일기>‘ 라는 인터뷰 형식의 글에 사진과 함께 잘 나와 있다.)

뉴욕규림일기 표지

무계획이 계획일까. 여행 떠나기 전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고 가는 나와는 너무 다른 작가의 여행은 정말 신선했다. 나도 그러고 싶을 정도로. 여행을 좀 더 자주 다니면 그렇게 될까. 내 계획벽은 어쩌다 한번 가는 여행, 본전을 뽑고 싶어하는 아줌마 근성에서 나온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비슷한 것은 종이에 기록을 남기고 싶어 했다는 것. 찍어둔 사진도, 에버노트나 캘린더에 남긴 기록도 기계를 켜고 들여다보지 않으면 없는 거나 다름없다. 좀 더 가까이에서 쉽게 들여다보고 추억할 수 있는, 그리고 손에 잡을 수 있는 기록 매체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런 점에서 무척 공감되었다.

또 하나의 공감은 문구를 좋아한다는 것. 나도 옷이나 장신구에 대한 관심은 그리 없는데, 유독 문구에는 끌리는 편이라 뉴욕규림일기라는 책이 더 재미있었다. 아래 사진은 혹시 뉴욕에 가면(언제?) 들릴까 하고 뽑아놓은 문구점+책방+박물관 목록.

책에서 뽑은 문구점 리스트

이 책의 특징은 사진이 없다는 점. 글과 그림, 붙여놓은 영수증과 티켓 등이 전부다. 그러니 온전히 작가의 주관아래 놓여있는 셈. 여행하는 동안 그때그때 남긴 기록이라 시간순서로 기록되어있다. 책에 나오는 장소들을 검색해가며 읽는 재미도 좋다. 그렇게 ‘아, 이런 데였어~’감탄하며 읽다보면 함께 여행하는 것도 같고, 친구가 다녀와서 해주는 이야기를 내가 그 자리에 가서 확인하는 것 같기도 하다.

작가는 뉴욕을 전철로, 두 발로, 자전거로, 또 때로는 킥보드로 누빈다. 계획대로 움직이지 않아도 그래서 성공했다, 더 기분 좋다고 느끼기도 한다. 남들이 잘 가는 명소대신 자기가 가고싶은 곳을 간다.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작은 것에 감탄한다. 더 오래 머물고 싶은 곳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패키지 여행에서는 누릴 수 없는 호사다.

세운상가 도시상회

작년 언젠가 읽어야지 맘 먹고있던 ‘뉴욕규림일기’ 를 여름 여행을 마치고 와서 9월, 10월에야 읽게 되었다. 그러다 10월. 세운상가 도시상회에서 김규림 작가를 만났다. 작가님은 정말 싹싹하고 유쾌한 분이었다.

뉴욕그림일기 도시상회

생각 같아서는 함께 사진 찍자고 하고 싶었지만, 어쩐지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 “사진 찍어도 돼요?”라고 묻고 멀리서 한 컷 작가님과 부스를 담았다. 아줌마라면 좀 더 뻔뻔해도 되는 거 아닌가?

이날 도시상회 테마는 ‘레트로’인 듯 했다. 서울우유 유리병, 판촉에 쓰였을 법한 유리컵, 라이터, 성냥…. 여기저기 부스에서 전부 오래된 물건들을 팔고 있었다. 집에서 청소할 때마다 내버렸던 오래된 물건들이 여기선 귀한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을 보니 기분이 묘했다. ​

호랑이 카페

비가 오락가락하던 그날. 출출해진 우리는 3층에 있는 호랑이 카페를 들렀다. 반미 샌드위치를 먹고 싶었지만, 없어진 메뉴였는지 팔지 않았고. 대신 아이스 카페라떼와 딸기 샌드위치를 먹었다. 메뉴에는 후르츠 산도. 어쩐지 일본식 느낌이 들었다. ‘샌드’를 일본식으로 읽으면 산도가 되던가.

뉴욕규림일기 호랑이
뉴욕규림일기 호랑이 라떼

오늘은 막내 생일이라 점심때 대게를 먹었는데, 그날 먹은 이 시원한 라떼가 몹시 당긴다.

광장시장 빈대떡

뉴욕규림일기 광장시장 빈대떡

세운상가는 원래 조명, 전자기기로 유명했다. 요즘도 많이 남아있는데, 그중 한 집에 들러 마루에서 쓸 삼파장 램프를 사 왔다. 큰 마트나 집 근처 수퍼에 비교해 무척 쌌다고 기억한다.

돌아오는 길에는 걸어서 광장시장에 들렀다. 순희네 빈대떡에 들러 몇 조각 포장해왔다. 평소 시장에서 파는 빈대떡을 맛있다고 느낀 적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이곳과 서대문 영천시장에서 파는 빈대떡은 괜찮았다. 복작대는 곳에서 먹는 재미도 있지만, 이렇게 포장해와서 먹는 것도 느긋하고 좋았다.


  • 책을 읽으면서 했던 메모를 다시 읽다 맥북 앨범을 뒤졌다. 사진 몇 장을 충동적으로 트위터에 올렸다. 그렇게 몇 자 적다 보니 이렇게 블로그까지 올리게 되었다.
  • 보통 내 생각을 적어놓은 것들이 포스팅으로 이어지긴 했는데, 일상 메모도 글이 되니 재미있다. 가끔 수첩이나 사진첩을 들춰봐야겠다.
  • 여행기록 에서 유럽 여행 다니며 적었던 빨간 공책이 없어져서 속상하다고 적었는데, 얼마 전에 찾았다. 틈나는 대로 여행 다녀온 느낌도 올릴 수 있게 되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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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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