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쓰게 된다 – 소설가 김중혁의 창작의 비밀

무엇이든 쓰게 된다
땡스북스에서 찍어온 스탬프

즐겨 찾는 동네서점 땡스북스

두 달 전, 땡스북스에 들렀다. 홍대 근처에 있는 이 동네 서점은 참 책을 잘 골라놓는다. 선별 기준이 무엇인지 내 취향의 책들을 잘 뽑아놓는다. 이리저리 헤맬 필요 없으니 내게는 대형서점보다 낫다. 문을 열고 쑥 들어가서 왼쪽 구석진 곳이 내가 특히 즐겨 뒤지는 곳이다. 무엇이든 쓰게 된다는 여기서 찾은 책이다.

그날 여기서 두 권의 책을 골랐다. 또 다른 한 권은 ‘사적인 글쓰기’였다. 원래는 사적인 글쓰기가 더 재미있어 보여 기대가 컸다. 그런데 실제로 읽기 시작해보니 웬걸. ‘무엇이든 쓰게 된다’가 훨씬 취향에 맞는 책이었다. 공감이 가는 몇몇 구절을 소개해본다.

무엇이든 쓰게 된다

무엇이든 쓰게 된다

음악

소설을 쓰고있을 때 음악은 좋은 통로가 되어준다. 어젯밤에 듣던 음악을 다시 들으면, 어젯밤에 있었던 소설속 세계로 곧장 뛰어들 수 있다. /41쪽

작가 김중혁은 소설마다 맞는 배경음악을 고른다고 한다. 뭘 하든지 거기 어울리는 음악은 따로 있는 법이다. 난 보통 연주음악을 즐겨 듣는 편이다. 멀티가 안 되는 나는 음악을 들으면서 다른 일을 못한다. 집안일은 그래도 종종 음악을 틀어놓고 할 때가 있다. 배경음악으로 삼기 좋은 튀지 않는 음악이 좋다. 첼로로 연주한 찬양이나 보사노바 재즈를 즐겨 듣고 있다.

밤에 자기 전에 마지막으로 했던 것은 눈을 뜨자마자 생각하게 된다. 하루의 마지막을 말씀으로 마무리하면 다음날 아침도 말씀으로 시작하기 쉽다.

글을 쓴다는 것은 시작과 끝을 경험하는 것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시작과 끝을 경험하는 일이다. /82쪽

모든 글이 다 그렇다. ‘이렇게 이렇게 써야지’ 하고 주제와 뼈대를 잡아놓고 쓴다. 보고서도 블로그 글도 그렇고 일기도 그렇다. 그중에서도 소설이란 시작과 끝의 경험이 더욱 도드라지는 작업일 것이다. 자기가 창조한 인물들의 운명이 작가 손에 달려있기에.

솔직하고 정직한 글은 무조건 좋은가

글을 쓴다는 것은 ‘최초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정리된 마음’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포털의 댓글들이 금방 재미없어지는 이유는 거기에 어떤 정리와 공감도 없기 때문이다. /86쪽

진짜로 솔직한 날것의 감정은 삭이고 드러내지 않는 편이 덜 부담스러울 수 있다. 숙성되지 않은 감정은 서툴고 거칠어 날내가 나기 쉽다. 정리된 마음에는 논리와 배려가 있다.

인터넷 뉴스 기사를 볼 때 그 아래 달린 댓글도 재미있게 읽는 편이다. 그중에는 촌철살인의 댓글도 가끔 눈에 띈다. 하지만 금방 질린다. 한참 읽다보면 일정 패턴이 있다. 뻔하기 때문이다.

문장이 아니라 문단이 중요하다

어디서 문단을 나눌지는 글을 쓰는 사람의 호흡에 달려있다. /92쪽
문단을 어디서 나누는가는 작가의 호흡이지 편집의 리듬이다. /93쪽
나는 문장이 아니라 문단이야말로 글쓰기의 기본 단위라고 – 거기서부터 의미의 일관성이 시작되고 낱말들이 비로소 단순한 낱말의 수준을 넘어서게 된다고 – 주장하고 싶다. 글이 생명을 갖기 시작하는 순간이 있다면 문단의 단계가 바로 그것이다. 문단이라는 것은 대단히 놀랍고 융통성이 많은 도구이다. 때로는 낱말 하나로 끝날 수도 있고, 또 때로는 몇 페이지에 걸쳐 길게 이어질 수도 있다. 글을 잘 쓰려면 문단을 잘 이용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그러려면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장단을 익혀야 하기 때문이다. /93쪽 (스티븐 킹 ‘유혹하는 글쓰기’, 김진준 옮김,김영사, 2002, p.164)

블로그 글처럼 화면으로 읽어야 하는 글은 문단이 너무 길면 읽는 사람이 너무 피곤하다. 이른바 가독성이 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소설에서는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영화에서 롱 테이크 기법을 쓰는 것처럼 느껴질 것 같다. 짧고 간결한 문장과 문단은 CF나 뮤직 비디오처럼 느껴지겠지. 매체는 다르지만 둘 다 ‘호흡’처럼 느껴지는 것이 무척 흥미롭다.

글쓰기의 충고

글을 쓰기 위해서는 가까운 곳에 있는 것들을 잘 기억해야 한다. 부모님, 어린 시절, 어린 시절에 살던 동네 친구들, 좋아하는 물건들, 잃어버린 물건들, 길렀던 강아지, 그 모든 기억들을 보기 좋게 포장한 다음 창고에 넣어두어야 한다. 인류는 기억 저장을 위해 문자 언어를 개발했지만, 언어에 의존하다보니 자연적 기억력은 점점 감퇴하게 됐다. 문자로 기록하지 않으면 세세한 내용은 기억하기 힘들게 됐다. 즐겁든 고통스럽든 일단은 적어야 한다. /130쪽

조지 오웰은 “당시에는 지긋지긋했지만 이제 그 기억은 내 마음이 뜯어먹기 좋아하는 좋은 풀밭이 되었다.” 고 했다. 그는 미얀마가 버마였던 시절, 그곳에서 경찰생활을 했다. 귀국 후 속죄하는 마음으로 극빈자 생활을 했고, 그 경험을 살려 스파이크를 비롯한 여러 이야기를 썼다. 나는 왜 쓰는가라는 책에 담겨있다.

글쓰기는 위험하다

무엇보다도 글쓰기의 가장 큰 위험은 ‘자기합리화’이다. /136쪽
우리는 글을 통해 우리가 더 좋은 사람인 척할 수 있다. 더 현명하거나 더 세련된 사람인 척할 수 있다.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나 그럴 수 있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더 나은 사람인체하는 것은 아주 다른 일이다. 글쓰기는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모른다. 글쓰기는 혼자 해서 좋은 것이지만, 혼자 하기 때문에 위험한 일이다. 지금 수많은 블로그에서, SNS에서, 책에서, 글쓰기는 자기 합리화의 좋은 도구가 되어가는 것 같다. 우리는 글쓰기를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어쩌면 글쓰기 속에서만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글쓰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1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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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맺는나무

'마음으로 믿어 의에 이르고 입으로 시인하여 구원에 이르느니라(로마서 10:10)' 고백의 기쁨을 함께 누리고자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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