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막에서 사용한 거룩한 관유와 거룩한 향

요즘 식구들과 출애굽기를 읽고 있습니다. 어제는 30장을 읽었는데요, 분향단과 성막에서 사용한 거룩한 관유와 거룩한 향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한자말로 번역되어 그런지 알 수 없는 이름들이 태반이었습니다. 궁금한 마음에 이것이 과연 무엇일지 찾아보았습니다.

성경을 읽다보니, ‘거룩’이라는 말은 보통 다른 것과 구별할 때 쓰이더군요. 향기름과 향에 이 거룩하다는 말이 붙은 것 역시 사람에게는 사용하지 말고 오직 하나님께만 사용하라는 의미였습니다.

거룩한 관유

너는 상등 향품을 취하되 액체 몰약 오백 세겔과 그 반수의 향기로운 육계 이백 오십 세겔과 향기로운 창포 이백 오십 세겔과 계피 오백 세겔을 성소의 세겔대로 하고 감람 기름 한 힌을 취하여 그것으로 거룩한 관유를 만들되 향을 제조하는 법대로 향기름을 만들찌니 그것이 거룩한 관유가 될찌라. (출애굽기 30:23~25)

몰약 Myrrh 沒藥

몰약은 그래도 조금은 친근한 오일입니다. 적어도 이름은 들어봤으니까요.

집에 들어가 아기와 그 모친 마리아의 함께 있는 것을 보고 엎드려 아기께 경배하고 보배함을 열어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리니라.

(마태복음 2:11)

이 구절 생각나시지요? 그렇습니다. 저도 여기서 몰약이란 말을 처음 들었습니다. 예수님이 이 땅에 오셨을 때 동방방사가 드렸던 세 가지 예물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Commiphora myrrha/wiki

맛은 쓰고 향은 좋다고 합니다. myrrh라는 말이 쓰다는 의미의 아람어에서 나왔다고 하는군요1.

몰약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만 쓰였던 것은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사용되었고, 동의보감에도 그 기록이 남아있습니다2.

요즘 항염, 항균, 항바이러스, 통증완화, 면역 효과로 다시 각광받고 있습니다. 의약품 뿐 아니라 귀한 향수를 만드는데 쓰이기도 합니다.

몰약은 마치 송진처럼 껍질에 난 상처를 보호하기 위해 나무 스스로 흘리는 수액입니다. 공기에 노출되면 이 액체가 불규칙한 형태로 굳는데, 이것을 ‘눈물‘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육계와 계피

육계를 위키백과에서 찾아보면 ‘육계(肉桂)는 육계나무 껍질로, 계피의 일종’ 이라고 나와있습니다. 육계나무는 녹나무 속의 상록수라고 나오죠.

한편, 계피(桂皮)는 ‘녹나무속(Cinnamomum) 중 몇 종의 나무껍질에서 나오는 향신료이다. 조미료나 향신료, 생약 등으로 사용한다’ 라고 되어있구요.

이렇게 되면 뭐가 뭔지 도통 모르게 됩니다. 둘 다 녹나무속의 상록수 껍질로 쓰임도 같은데, 왜 둘을 구분해서 기록해 놓았을까요?

영어성경을 읽어봅시다. KJV성경을 보니 육계는 시나몬 cinnamon으로, 계피는 카시아cassia로 적혀있습니다.

껍질이 두꺼운 계피(Cassia Cinnamon)과 얇은 육계(Celon Cinnamon)/ @Cinnamon Vogue/Flickr

육계=시나몬

시나몬은 실론에서 나는 실론계피나무의 껍질을 말합니다. 스리랑카 원산으로 계피보다 달고 풍부한 향이 납니다. 우리가 서양요리에서 시나몬이라고 하는 것이 바로 이 육계입니다. 애플 파이나 잼을 만들 때 잘 넣고, 또는 카푸치노 위에 살짝 뿌리곤 하죠.

중세시대 부터 냉장고가 발명되기 전까지 그리스, 터키 지역에서는 육류를 장기간 보관할 때 사용했었다고 합니다. 시나몬에 있는 박테리아 증식 억제효과를 이용한 것이죠.

계피=카시아=중국 시나몬

아주 어렸을 때였죠 좀 어른스럽게 보일까 하는 마음에 식혜 대신 수정과를 마셨는데, 너무 매워서 고통스러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안에 있는 말캉한 곶감이고 뭐고 다 필요 없을 정도였죠. 수정과의 그런 매운 맛을 내는 것이 바로 계피입니다.

한의학에서는 감기나 생리통, 항균작용을 위해 사용한다고 합니다.

창포 Calamus 菖蒲

창포와 붓꽃 @Swallowtail Garden Seeds /Flickr

단오가 되면 우리 선조들도 창포 물에 머리를 감는 풍습이 있었죠. 그런데, 창포라고 하면 흔히 떠올리는 붓꽃은 사실 창포가 아닙니다. 창포 Calamus는 아래쪽에 있는 붓꽃보다 차라리 부들과 비슷해 보입니다.

명나라의 의서 本草綱目(본초강목)에도 ‘창포는 부들의 종류로 창성하기 때문에 창포라 부른다’3고 되어있다고 합니다.

맛은 알싸한 쓴맛이고 향은 나무나 가죽, 크림 냄새가 난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아크텐더라는 조향사는 구두수선집 냄새4같다고 했다는 일화도 있습니다.

특유의 향으로는 해충을 퇴치하고 뿌리는 설사, 기관지염, 소화불량에 씁니다.

감람

19세기 올리브 일러스트/ wiki

성경에 나오는 감람은 올리브(Olea europaea)를 말합니다. 원래 감람수橄欖樹는 Canarium album라는 학명을 가진 전혀 다른 나무지만, 한자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올리브와 비슷한 열매를 가진 감람나무로 번역되었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입니다.

올리브 기름은 요리 뿐 아니라 어두움을 밝히는 등불로, 피부 건조를 막는 화장품으로, 아픈데 먹고 바르는 약으로 쓰이는등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이었습니다. 요즘도 요리는 물론 마사지, 모발 관리 등 여러 방면에 쓰입니다. 썬탠 오일이 없던 어린시절, 바닷가에 놀러가면 꼭 발라주시던 엄마의 올리브 오일이 생각납니다.

거룩한 향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이르시되, 너는 소합향나감향풍자향의 향품을 취하고 그 향품을 유향에 섞되, 각기 동일한 중수로 하고, 그것으로 향을 만들되 향 만드는 법대로 만들고, 그것에 소금을 쳐서 성결하게 하고 (출애굽기 30:34~35)

소합향 蘇合香

때죽나무꽃/pixabay

소합향나무 수지를 원료로 만드는 소합향은 원래 이름이 그리스어로는 stacte, 히브리어로는 nataph라고 하는데, 이는 방울져 떨어진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storax 또는 styrax라고 하는 때죽나무속의 소합향나무 상처에서 나오는 수지를 모아 만드는데, 바닐라 비슷한 달콤한 냄새가 납니다5

옛날, 소합국(지금의 이란)을 통해 중국으로 들어온 향이라 소합향이라 불렀다는 기록이 있습니다6.

나감향 螺龕香 Onycha

나감향이나 onycha는 사전에도 잘 나오지 않는 말입니다. 바다 달팽이의 숨문뚜껑(Operculum)을 태워 만들었다는 말도 있고, 랍다늄이라는 라크로스과 식물에서 얻는다는 설도 있습니다7. 위키피디아역시 이 고대 유물이 확실하게 무엇인지 정의할 수 없다고 하고 있습니다. 짐작도 할 수 없는 향이라니… 안타깝습니다.

풍자향 楓子香 Galbanum

성막에서 사용한 거룩한 관유와 거룩한 향6
풍자향을 추출하는 Ferula gummosa/wiki

북부 이란 산등성이에서 많이 자라는 갈바눔 풀줄기에서 얻습니다. 풀줄기를 상처내면 나오는 고무 처럼 진득한 수액에서 향을 채취하죠. 맛은 쓰고 향은 독특한 사향 냄새가 난다고 합니다.

이 풍자향은 오늘날에도 향수의 원료로 쓰이고 있습니다. 까르띠에의 머스트, 발망의 방 베르, 샤넬No.19 등이 있죠.

유향 乳香 Frankincense

성막에서 사용한 거룩한 관유와 거룩한 향7
Boswelia Sacra나무 꽃 / Wiki

마지막은 유향입니다. 올리바넘, 또는 보스웰리아 사크라라는 나무 수지에서 추출물입니다. 유향乳香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아마도 이 수액이 동물을 젖처럼 흰색이어서라고 생각됩니다.

나무나 흙, 향신료, 과일 냄새 같은 달콤하면서도 신선한 냄새로 진정, 이완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예로부터 불안, 분노, 스트레스를 풀고 평안을 유지하는데 이용되었고, 요즘은 건강한 세포 재생과 노화방지 뿐 아니라 항암물질로도 각광받고 있다고 합니다.

어렸을때는 어쩐일인지 유황硫黃과 헷갈렸습니다만, 전혀 다르죠. 냄새부터 큰 차이가 있습니다. 온천 냄새, 달걀 썩는 냄새 같은 유황냄새와 유향을 실제로 경험했다면 결코 착각할 수 없었을텐데 말이죠. 역시 글로 경험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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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notes

  1. 몰약, 위키백과
  2. 성질은 평(平)하며(따뜻하다[溫]고도 한다) 맛은 쓰고[苦](맵다[辛]고도 한다) 독이 없다. 결(結)과 어혈[宿血]을 헤치고 통증을 멈춘다. 타박상, 뼈와 힘줄이 상하거나 부러져서 어혈이 지고 아픈 것, 쇠붙이에 다친 것, 매맞아 생긴 상처, 여러 가지 악창과 치루를 낫게 한다. 또한 종독(腫毒)을 삭이고 갑자기 하혈하는 것을 멎게 하며 눈에 예장이 생기면서 어지럽고 아프고 그 둘레가 피지는 것을 낫게 한다.동의보감, 한닥터
  3. 식물이름, 어디서 왔을까. 창포
  4. 술 취한 식물학자: 위대한 술을 탄생시킨 식물들의 이야기, 에이미 스튜어트, 문학동네
  5. Styrax
  6. 한의학 이야기, 소합향, 문화콘텐츠닷컴
  7. 성경의 소합향, 나감향, 풍자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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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맺는나무

'마음으로 믿어 의에 이르고 입으로 시인하여 구원에 이르느니라(로마서 10:10)' 고백의 기쁨을 함께 누리고자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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