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을 다룬 책 두 권 – 우리집 테라스에 펭귄이 산다 & 엠퍼러와 함께

우리집 테라스에 펭귄이 산다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하나 빌려왔다. 전에 책방에 갔을 때 발견했던 책이었다. 우리집 테라스에 펭귄이 산다니, 얼마나 매력적인 제목인가. 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사진과 같은 표지는 아니다. 앞장에는 검정색 표지에 은박으로 ‘the Penguin Lessons’라는 제목이 찍혀있다. 겉에만 보고는 읽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을 정도로 무미건조하고 엄숙해 보이는 표지다. 하지만 책 등에 찍힌 마젤란 펭귄은 어찌나 귀여운 모습인지… 책을 읽다보면 유머러스한 모습으로 빤히 독자를 마주하는 펭귄을 보게된다. 이 글을 쓴 톰 미첼(Tom Michell)은 교사이자 화가라는데, 어쩌면 이런 그림 역시 작가가 그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펭귄을 다룬 책 두 권 - 우리집 테라스에 펭귄이 산다 & 엠퍼러와 함께

작가 톰은 1970년대 격변의 시기를 겪던 아르헨티나에 기숙학교 교사로 자원한다. 머나먼 남미에서 새롭고 신기한 것들을 경험하고 자유를 만끽하기 위해서였다. 휴가 마지막날, 기름으로 오염된 해안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펭귄. 집으로 데려와 씻기고 후안 살바도르라고 이름짓고 돌봐주게 된다.

짐승을 키운다는 것은 돈과 시간, 정성이 드는 일이다. 하지만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키우는 사람 역시 성장한다. 우리가 개나 고양이를 키울 때도 그렇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펭귄 후안 살바도르 역시 그렇다. 톰은 책임감이 자랐고, 기숙학교 학생들과 직원들은 말 없이 들어주는 후안과 우정과 위로를 나눴다. 디에고처럼 자신감 없이 풀죽은 아이에게는 수영 한번으로 치료제가 되기도 했다.

대개 동물의 수명은 인간보다 짧기에, 우리는 가족처럼 친밀하게 지내던 동물이 곁을 떠나고 난 뒤 허전함과 죄책감을 느끼곤 한다. 더 오래살 수 있었는데 괜히 나 때문에 더 일찍 죽은 것은 아닐까? 작가도 마찬가지 고민을 한다. 그냥 그 바닷가에 놔두는 편이 좋지 않았을까?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다시 찾은 아르헨티나의 문도 마리나라는 곳에서 외톨이로 지내는 마카로니 펭귄을 만나고 해답을 얻는다.

창고에서 발견한 묵은 필림을 복원해 건진 DVD중 마지막 2분 17초는 톰에게 축복 가득한 귀중한 시간이었다. 개를 길러봐서일까? 오랫동안 그리던 친구를 발견해 화면앞으로 뛰쳐나가는 그 설렘을 나도 한마음으로 느낄 수 있었다.

비록 귀중한 축억들을 다시 보는 기쁨은 있었지만, 할 수만 있다면 그 모든 기쁨을 다 주고서라도 후안의 모습이 담긴 단 한 장면과 바꾸고 싶었다.
그때였다.
“저기 봐!”
나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화면 앞으로 바짝 다가서며 소리쳤다.
“저기 있어! 저기 있다고! 맙소사, 내 오래된 친구야! 드디어, 드디어 다시 만났구나!”
수영장에 후안이 있었다. 내가 기억하는 그 모습 그대로였다. 그리고 아름답고도, 귀중하고 축복 가득한 2분 17초 동안 후안 살바도와 나는 다시 만났다…..(중략)….. 나는 몇 년 동안이고 기억 속에서 후안을 그리고 또 그렸다. 하지만 지금은 그동안 내 아이들의 잠자리에서 무수히 들려줬던 바로 그 후안 살바도가 정말 생생하게 보였다. 쾌활하게 머리를 흔드는 모습, 날개를 파닥이고 엉덩이를 흔드는 모습, 수영장 물속에서 마치 모터 달린 배처럼 추진하며 수영하는 모습 등 내 지루한 말솜씨로는 절대 표현하지 못할 그의 모습이 그 모습 그대로 영원히 남아 있었다. 후안 살바도는 그곳에서 오랜 세월 인내하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책에는 톰이 오토바이와 기차를 타고 여행하는 풍경이 많이 나온다. 남미의 광활한 팜파스와 목장, 가우초와의 생활, 파타고니아를 거쳐 최남단 티에라델푸에고에서 다시 칠레로… 사람들은 부르스 채트윈의 파타고니아에 열광하지만, 사실 그 책은 읽다 말았다. 나에게는 맞지 않았다. 별 감동도 의미도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이 ‘우리집 테라스…’책에 더 공감할 수 있었다. 사진을 보면 찍는 사람의 마음이 그 대상에 투영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황량한 눈으로 보는 파타고니아와 펭귄과 교감을 나눌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의 눈으로 본 파타고니아의 차이는 무척 컸다.

 

엠퍼러와 함께

 

‘우리집 테라스에 펭귄이 산다’를 읽으면서 떠올랐던 또 하나의 책이 있다. 바로 엠퍼러와 함께라는 만화책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에 나오는 펭귄은 황제펭귄이다. 키 120센티미터 몸무게 35킬로그램이 넘는 이런 펭귄이 발견되는 곳은 우습게도 주인공 카호네 냉장고다. 먹이가 되는 물고기 역시 냉장고를 통해 끊임없이 공급된다. 이런 설정 덕에 ‘황제 펭귄 도시생활 일상 다이어리’라는 부제가 달렸지만, 그 장르는 내가 보기에 ‘극사실일상판타지’다.

앞 몇 장만 컬러로 되어있고 나머지는 모두 단색 처리된 다른 책과는 달리, 전부 컬러로 되어있다. 실제일것만 같은 천연덕스러운 상상력 구현은 일상과 스스럼 없이 매치되어 내 옆에 이런 말도 안되는 펭귄이 있는 것 같아 정말 즐겁다. 자극적이거나 굴곡 없는 일상과 어처구니 없는 발상이 어우러져 보고 나서도 헛헛해지지 않는 책이다.

 

마젤란펭귄

 

관련글

– 마루의 사실

저장저장

0 이 글이 마음에 드셨나요? 왼쪽 회색 하트를 눌러 빨갛게 만들어주세요. 로그인 필요 없어요. ^^
  • https://webmini.kr/ 이카루스

    제목이 너무 좋은데요..
    제목을 보고서도 손이 이 책으로 이끄는 것 같아요..!!

    • https://www.fruitfulife.net/ 열매맺는나무

      네. 맞아요.
      저도 서점에서 처음 본 순간 딱 꽂혀서 살까 하다 그자리에서 도서관 자료검색을 했더니 떡~하니 있더군요.
      꾹 참고 도서관 가서 빌려다 봤습니다. ㅎㅎ
      책이란 것이 내 것으로 하는 즐거움도 물론 있지만 부피가 감당이 안되더라구요. ^^

  • http://lalawin.com lalawin

    책제목이 독특해서, 무슨 내용일까 궁금했었어요….
    마케팅 책 종류 아닐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두툼한 책이고 여행기와 성장기가 담긴 훈훈한 책인가 봐요…

    • https://www.fruitfulife.net/ 열매맺는나무

      네, 유쾌하고 훈훈한, 감동도 있는 그런 책이었어요.
      술술 읽히는 점도 좋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