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자차

유자차

유자차

브로콜리 너마저

브로콜리 너마저의 노래 가운데 유자차 가 있다.

좋았던 날들의 기억을 설탕에 켜켜이 묻었다가 힘든 날 꺼내 보자는 가사. 정작 힘들 땐 찻잔 바닥에 남은 차가운 껍질에 뜨거운 눈물을 부어 다시 마신다. 그리고는 봄날로 가자고 한다.

에피톤 프로젝트나 브로콜리 너마저 처럼 감정 과잉 없이 보통스럽게 노래하는 것을 좋아한다. 절제된 표현에서 느끼는 감동이 잔잔하지만 깊게 울린다.

처음엔 이 차를 다 마시고 봄날로 가자는 것이 마음에 들어왔다. 그다음, 처음부터 다시 가사를 음미했다. 남은 유자 껍질에 다시 뜨거운 물을 붓는 줄 알았다. 세 번째서야 ‘눈물’을 붓는 것임을 알았다. 다음에 들어온 가사는 ‘좋았던 날들의 기억을 설탕에 켜켜이 묻어’ 였다.

사랑을 담아 만드는 차

유자차는 사랑을 담아 만드는 차다. 뽀독뽀독 소리 나도록 유자를 물에 닦고 또 마른 천으로 물기를 닦는다. 얇게 저미듯 썰어 소독한 유리병에 담는다. 한 켜씩 유자와 설탕을 넣기를 반복한다. 뚜껑을 꼭 닫아 부엌 한쪽, 볕이 잘 들지 않고 서늘한 곳에 둔다. 며칠 있지 않아 유자에서 나온 물로 설탕이 녹아내린다. 완성된 유자차는 마치 오렌지 마말레이드 같다.

우리 집 부엌에도 유자차가 있다. 작년 겨울, 몹시 바람 불고 추워질 무렵 구역장님으로부터 선물 받은 유자차다. 커다란 꿀통에 가득 담겨있었는데 이제 거의 다 먹었다. 남은 유자차를 작은 유리병에 옮겨 담았다. 소중하게. 겨울방학 동안 만나지 못했지만, 겨우내 유자차를 마실 때마다 생각났다.

구역장님 가족은 이번 방학 동안 집을 짓는 봉사를 하러 라오스로 가실 거라고 했다. 가까운 이웃을 사랑하다 이젠 그 범위와 대상을 더 넓히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방학은 쉬는 것뿐 아니라 흩어져 베푸는 시간이기도 한 것 같다. 물 끓는 소리를 들으며 유자차가 담긴 병을 어루만져 본다. 다시 만날 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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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맺는나무

'마음으로 믿어 의에 이르고 입으로 시인하여 구원에 이르느니라(로마서 10:10)' 고백의 기쁨을 함께 누리고자 글을 씁니다.

2 Responses

  1. 이카루스 댓글:

    유자차에 이런 뜻이 담겨져 있네요..
    잘 알고 기억해 두어야 하겠습니다..^^ 저는 유자차는 감기 걸렸을 때 먹은 기억이 나네요..

반갑습니다. 댓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