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여서 좋은 직업

혼자여서 좋은 직업

어제 교보문고에서 ‘혼자여서 좋은 직업’ 을 가져와 읽기 시작해서 오후 동안 다 읽어버렸다. 읽기 쉽게 잘 써서 술술 잘 넘어갔다. 혼자여서 좋은 직업은 블로그 이웃이었던 정순욱 님의 인스타그램에서 처음 봤는데, 제목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혼자여서 좋은 직업이 뭘까.

혼자여서 좋은 직업

혼자여서 좋은 직업은 마음산책에서 낸 직업 산문 시리즈 가운데 세 번째 책이다. 음악가 요조의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 소설가 천운영의 쓰고 달콤한 직업 에 이어 번역가 권남희 님이 쓴 산문집이다. 30년 경력의 일본문학 번역가로 무라카미 하루키, 히가시노 게이고 등의 작품을 번역한 분이다. 아마 그중에는 내가 읽은 책도 있겠지.

어릴 적의 꿈

많은 사람들이 학교 다닐 때면 글 쓰는 작가가 되고 싶고, 또 번역가가 되고 싶어한다. 나도 예외는 아니어서 9살 때 첫 작품을 썼다. 짧은 입원 기간 동안 ‘검은 마인’이라는 책을 읽고 원고지에 파란 사인펜으로 썼던 추리물이었다. 중학교에 가서 영어를 배우기 시작하면서는 번역가도 되고 싶었다. 김찬삼의 세계여행기를 읽고는 여행작가를 꿈꾸기도 했다. 꿈은 여러 번 바뀌었지만 그러고 보면 글쓰기에서 벗어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책을 내지는 않더라도 이렇게 누구나 글을 발행할 수 있는 블로그가 있는 시대에 산다는 것은 얼마나 행운인지.

두 언어로 살아가는 번역가의 삶

두 언어로 살아가는 번역가의 삶. 이것은 혼자여서 좋은 직업의 부제다. 정말 번역가의 일상을 (엿)볼 수 있었다. 일상을 보여주긴 하지만, 다가 아니니 엿보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첫 장을 펼치면 ‘돈을 많이 벌긴 어렵지만, 경력이 책이 되어 쌓이는 좋은 직업이랍니다’라는 말이 나온다. 자기 직업에 대한 사랑과 뿌듯함이 느껴진다.

다음 장을 넘기면 프롤로그가 나온다. 제목은 ‘할머니가 되어서도 번역하고 싶다’. 이렇게 되면 이건 천직이다. 배우가 무대에서 연기하다 쓰러지고 싶다는 거나 마찬가지 아닌가. 그리고 부럽다. 여러 일을 했지만 그렇게 오래까지 하고 싶은 일이 있었나 싶다. 하지만 내겐 2003년부터 시작한 블로그가 있다. 나도 할머니가 되어서도 계속 하고 싶은 게 있다 생각하니 기쁘다.

차례

  1. 오늘은 열심히 일하려고 했는데
  2. 목욕탕집 딸이었던 여자
  3. 저자가 되고 보니
  4. 수고했어, 너도 나도

다음은 책을 읽으면서 메모했던 내용을 옮겨 정리한 것이다. 책 내용을 요약한 것은 아니다.

연애중독? 29세의 크리스마스? – 81쪽

영화 싱글즈의 원작은 둘 다 맞다. 29세의 크리스마스가 연애중독이란 제목을 달고 번역되어 나왔고, 영화가 나온 다음에 29세의 크리스마스로 제목이 바뀌어 다시 나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작가는 야모모토 후미오. 어딘지 익숙한 이름이다 하고 이 블로그에서 검색해 보니, 바로 4년 전에 읽었던 플라나리아 를 쓴 분이었다. 번역은 권남희 님이 아닌 양윤옥이라는 분이 했다.

이런 점이 바로 블로그를 하면 좋은 점이다. 다른 장점도 많지만, 뭔가 아카이브 역할을 톡톡이 해낸다. 공책에 정성껏 육필로 적는 것도 좋지만, 블로그에 기록해 두면 저장도 되고 필요할 때 찾기도 쉽다. 공책에 인덱싱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자식에는 약했던 센 언니 사노 요코 – 84쪽

‘사는 게 뭐라고’, ‘죽는 게 뭐라고’를 쓴 사노 요코는 센 언니 스타일이었는데, 아들 앞에서는 그저 보들보들해지는 엄마였다고 한다. 한번은 아기에게 젖을 먹이면서 ‘이 아이가 여든이 되었을 때 얼마나 고독할까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런 말을 읽다 보니, 시어머니가 생각난다.

시어머니는 내가 딸을 낳고 누워있을 때, 이런 말씀을 하셨다. ‘딸 아를 낳고, 이 아이도 커서 남의 집에 시집가 살림 살아주고 자식 나아 길러주고 하겠지 하면 눈물이 나더라.’ 아무리 시어머니 안 계신 집으로 가셨어도 어떻게 시집살이가 없었을까. 사 남매 키워 시집장가 보내기까지 또 얼마나 힘든 일들이 많았을까. 그 말씀 들으면서 나도 감정이 이입되었더랬다. 우리 엄마도 그러셨겠지, 그리고 내 아이들도 그러겠지. 오래전 읽었던 세상의 모든 딸들 이 생각난다.

이 밖에도 딸 청하가 취직해 배민 앱에 자기 카드를 입력해두고 엄마 맛난 거 뭐든 사 먹고 힘내라고 했다는 이야기, 딸과 여행지에서의 추억, 블로그에 낙서처럼 적었던 많은 글들, 번역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하는 조언 등등 많은 이야기들이 나온다. 번역이란 정말 혼자여서 좋은 직업인 것 같다. 동시에 혼자 있기 좋아하는 이들에게 맞는 직업이기도 하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들이 그렇듯 아주 혼자일 수는 없다. 따로 또 같이. 이것이 맞는 것 같다.

혼자여서 좋은 직업:두 언어로 살아가는 번역가의 삶, 마음산책, 권남희

함께 읽으면 좋은 글

혼자여서 좋은 직업
혼자여서 좋은 직업

반갑습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d 블로거가 이것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