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첫눈을 즐기는 방법도 바뀐다

나이가 들면 첫눈을 즐기는 방법도 바뀐다

나이가 들면 첫눈을 즐기는 방법도 바뀐다. 무슨 당연한 소리냐 하겠지만, 내가 그 주인공이 되어 겪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다.

지난 주말, 첫눈이 왔다. 엄청난 눈보라였다. 베란다 밖은 아침부터 장관이었다. 눈이 위에서 아래로 내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눈송이들이 땅에서부터 솟아나듯 힘차게 솟구치고 있었다. 뽀글뽀글 올라오는 어항 속 공기 방울이 생각났다. 날이 따뜻해 땅에 닿는 대로 녹아버렸다. 하지만 나중에는 그 양이 워낙 엄청나다 보니 녹는 속도를 이겨버렸는지 그대로 쌓이고 있었다.

포근한 날씨에 온 세상이 하얗게 덮여가는 모습은 문을 열어놓은 채 감상하기 좋았다. 커피를 끓이고 음악을 틀었다. 베란다에 나란히 앉아 눈 내리는 풍경을 바라봤다.

거의 20년이 되었나. 엄청난 눈이 내렸던 그 밤. 그때는 둘이 나가 뛰어다니며 눈싸움을 즐겼는데, 이번 첫눈 내린 날엔 음악을 들으며 베란다에서 커피를 마셨다.
세월이 흐르니 눈을 즐기는 방법도 바뀐다. 창을 열고 나란히 앉아 음악을 듣는다. 무릎에 나눠 덮은 담요로 느끼는 동지애. 손에 느껴지는 커피의 온기. 아이들은 DJ가 되어 음악을 선곡하고, 깔깔거리는 소리는 포근함이 되어 창밖 눈보라를 이긴다.


지난 주말에는 인터넷이 되지 않았다. 전화도 되지 않았다. 바깥세상과 연결되는 것이라고는 텔레비전과 라디오뿐이었다. 7, 80년대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눈이 이 정도 왔다고 통신두절이 된다니 의아했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고 충정로에 있는 KT 화재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보안과 관리가 철저했을 곳에 화재라니. 요즘들어 화재사건은 왜 이렇게 빈번한지. 풍등에 이어 이번엔 담뱃불일까 하는  화재원인에 대한 생각, 뉴스에서 다뤘던 이석기 내란음모-선동사건이며 사이버 테러를 다뤘던 영화 다이 하드 4.0 까지 갖가지 생각들이 순간순간 스치고 지나갔다.

그런 일과는 별개로, 인터넷 없이 보낸 시간은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바깥 동향을 살피기 위해서는 일단 직접 나가야 했다. 온 가족이 동태를 살핀다는 핑계로 밖에 나가 노브랜드며 다이소, 아트박스 등을 누비며 마음에 드는 것들을  사 왔다. 돌아오는 길은 생각보다 쌀쌀해 ‘커피보다 오뎅’이라는 국대 떡볶이에 들러 오뎅과 순대를 먹기도 했다. 돌아와서는 마루에 모여 책도 읽고 사온 마스킹 테이프, 스티커 등으로 다이어리를 꾸미기도 했다.

일하지 않는 주말이라 그랬겠지만 아쉽지 않았다. 인터넷 없이 이렇게 보내는 시간을 자주 갖자고 하는 걸 보면, 아이들도 무척 마음에 들었나 보다.  뭐든 현금으로 내야 했기에 현금이 없었다면 불편했을 것 같긴 했다.

열매맺는나무

'마음으로 믿어 의에 이르고 입으로 시인하여 구원에 이르느니라(로마서 10:10)' 고백의 기쁨을 함께 누리고자 글을 씁니다.

6 Responses

  1. 이카루스 댓글:

    나이가 들면 음식도 달라지고 취미도 차츰 여유롭게 보이는 듯 해요..
    젊었을 때는 쫓기는 듯한 것도 어느 듯 여유워지구요 저도 느낍니다..ㅋㅋ

    • 아무래도 그렇지요?
      여유로워지는 것 까지는 좋은데, 비활동적으로 바뀌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핸드폰에 캐쉬워크라는 걸 설치했어요. 걷는데 동기부여 될까 하구요. ^^

      • 이카루스 댓글:

        혹, 워드프레스 테마에 대해 고민 하신다면 https://ko.wordpress.org/themes/hueman/ 도 괜찮은 것 같아요..^^
        나무님께서 좋아하시는 그런 스타일이로 업데이트가 되어 있는 것 같아요..!!
        무료이지만 업데이트도 잘되고 어떤 유료테마보다 좋은 것 같습니다..

        • 테마 추천 감사합니다.
          원래는 내년 봄에나 바꿔볼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적용한 다른 사이트를 몇군데 방문해보니 속도가 빠르더군요.
          바로 적용했습니다.

          • Word 댓글:

            개인 블로그의 경우 Hueman 같은 무료 테마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다만 같은 테마를 사용하는 사이트의 레이아웃이 비슷할 수 있다는 점이 조금 그렇지만… CSS 등을 약간 알면 레이아웃을 적절히 입맛에 맞게 바꾸어 사용하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 맞습니다. CSS를 좀 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책을 봐도 잘 모르겠더군요. ㅜ

반갑습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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