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기 25장 바알브올 사건과 비느하스

민수기 25장에는 무섭고 슬픈 이야기가 나온다. 하나님께선 발락의 요청으로 이스라엘 백성을 저주하려던 발람의 입을 통해 세 번이나 축복하셨고, 이스라엘이 그때마다 승리를 거두게 하셨다. 그러나 이제 승리에 도취된 그들은 하나님을 떠나 바알에게 절하고 그곳 여자들과 음행을 벌이게 된다.

민수기 25장 바알브올 사건과 비느하스

  • 이스라엘이 싯딤에 머물러 있더니 그 백성이 모압 여자들과 음행 하기를 시작하니라
  • 그 여자들이 그 신들에게 제사할 때에 백성을 청하매 백성이 먹고 그들의 신들에게 절하므로
  • 이스라엘이 바알브올에게 부속된지라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에게 진노하시니라
  •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이르시되 백성의 두령들을 잡아 태양을 향하여 여호와 앞에 목매어 달라 그리하면 여호와의 진노가 이스라엘에게서 떠나리라
  • 모세가 이스라엘 사사들에게 이르되 너희는 각기 관할하는 자 중에 바알브올에게 부속한 사람들을 죽이라 하니라 (민수기 25:1~5)

1. 모압 여자들과 음행한 백성들

민수기 22장 1절을 보면, 백성들이 요단강 건너 여리고 맞은편에 있는 모압 평지에 진을 치는 장면이 나온다. 이곳이 바로 싯딤이다.

이곳은 여러모로 특별한 곳인데, 다음과 같은 일이 있었다.

  1.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여행 중 마지막으로 진을 친 곳이다.
  2. 모세가 마지막 설교를 하고 율법을 다시 한번 전했던 곳이다(신명기).
  3. 여호수아가 가나안 땅 정복에 앞서 두 명의 정탐꾼을 보냈던 곳이다(여호수아 2:1).

미세먼지가 오랫동안 심하면 사람들은 괴롭다. 그런데 모두 한 가지 증세로 괴로운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눈이나 호흡기가, 또 어떤 사람은 피부가 이상증세를 보인다. 원인은 한 가지라도 저마다 약한 곳이 다르기에 다른 괴로움을 겪는 것이다.

우는 사자처럼 두루 다니며 삼킬 자를 찾는 마귀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이 어떤 약점을 갖고 있는지 파악해 공격한다. 에덴동산에서는 ‘하나님처럼 되기’라는 이슈를 들고 나왔고, 여기서는 우상숭배에 앞서 육체적인 쾌락으로 백성들을 공격했다.

그것은 ‘그 백성이 모압 여자들과 음행하기를 시작했다’는 말에 잘 나타나 있다. 관계를 갖고 나면 남녀는 급속히 친밀해지기 마련이다. 예로부터 계략을 꾸미는 자들이 미인계를 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두 번째 단계는 초대다. 자기 바운더리로 그 대상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2. 바알브올에게 절한 백성들

민수기 25장 바알브올 사건과 비느하스
Idolatry with Baal-peor/wikimedia

바알브올(Baal of Peor)이란 ‘브올 지방에서 섬기는 바알’이란 뜻으로 모압과 미디안 사람들이 섬기던 우상을 가리킨다. 가나안 사람들은 여러 신을 섬겼는데, 그중 바알은 주신主神으로 다산과 풍요를 상징했다. 바알을 위한 제사에는 풍성한 생산을 기원하는 뜻으로 난잡한 혼음(groupsex), 인신 제사 등의 음탕하고 끔찍한 행위가 곁들여졌다. 특히 바알 숭배자와 바알신전 여인들 사이에 행해지는 음행은 바알 제사의 절정이며 또한 바알 숭배자들의 의무였다(호크마 주석).

우상과 음행은 가나안에서 비롯되어 점차 넓은 지역으로 퍼져나갔다. 그리스의 아프로디테 신전에는 천 명이 넘는 고급 창녀들이 상주했다1

2절을 보면, 모압 여자들은 이런 제사 자리에 이스라엘 백성을 초청했다. 그러자 이스라엘 백성은 그걸 받아들였다. 바알을 섬기는 자리에 서서 함께 제사를 지내고 음식과 술을 나눠 먹고 절까지 했다.

타락은 육체에서 끝나지 않는다. 항상 몸의 음행과 영의 음행은 함께 이뤄진다. 타락은 전인적으로 이뤄진다. 하나님의 전인구원과 어쩜 이리 대비되는지.

그런데, 이번 미인계에서 우상숭배로 이어지는 타락은 저절로 된 것이 아니었다. 발람의 머리에서 나오고, 모압과 미디안 사람들에 의해 주도면밀하게 실행된 계책의 결과였다(민수기 31:16, 요한계시록 2:14).

3. 진노하신 하나님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을 배반하고 바알브올을 따르게 되자,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에게 진노하셨다. 이때 진노는 염병으로 나타났던 것 같다(8절). 하나님께서는 모세에게 백성의 두령(지도자)들을 잡아 태양을 향해 여호와 앞에 목매달라고 하셨다. ‘태양을 향해’라는 말은 대낮에, 공개적으로라는 뜻이다. 태양신 바알을 섬기던 자들의 최후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게 하셨다.

모세는 사사(재판관)들에게 각자 관할하는 사람 가운데 바알브올에게 절하고 섬긴 사람들을 처형하도록 했다.

  • 이스라엘 자손의 온 회중이 회막 문에서 울 때에 이스라엘 자손 한 사람이 모세와 온 회중의 목전에 미디안의 한 여인을 데리고 그 형제에게로 온지라
  • 제사장 아론의 손자 엘르아살의 아들 비느하스가 보고 회중의 가운데서 일어나 손에 창을 들고
  • 그 이스라엘 남자를 따라 그의 막에 들어가서 이스라엘 남자와 그 여인의 배를 꿰뚫어서 두 사람을 죽이니 염병이 이스라엘 자손에게서 그쳤더라
  • 그 염병으로 죽은 자가 이만 사천 명이었더라
  •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일러 가라사대
  • 제사장 아론의 손자 엘르아살의 아들 비느하스가 나의 질투심으로 질투하여 이스라엘 자손 중에서 나의 노를 돌이켜서 나의 질투심으로 그들을 진멸하지 않게 하였도다
  • 그러므로 말하라 내가 그에게 나의 평화의 언약을 주리니
  • 그와 그 후손에게 영원한 제사장 직분의 언약이라 그가 그 하나님을 위하여 질투하여 이스라엘 자손을 속죄하였음이니라
  • 죽임을 당한 이스라엘 남자 곧 미디안 여인과 함께 죽임을 당한 자의 이름은 시므리니 살루의 아들이요 시므온인의 종족 중 한 족장이며
  • 죽임을 당한 미디안 여인의 이름은 고스비니 수르의 딸이라 수르는 미디안 백성 한 종족의 두령이었더라 (민수기 25:6~15)

4. 염병과 비느하스

하나님께서 이렇게 진노하시고 백성들은 슬퍼하며 통곡하고 있는 그때에도 정신 차리지 못한 사람이 있었다. 온 백성이 한 미디안 여인을 데리고 자기 천막으로 들어가는 사람을 목격했다. 하나님과 동포가 보이지도 않았던 건지, 보고도 모른 체 무시했던 건지 대담하게도 보란 듯이 행동했다.

그때 제사장 아론의 손자 엘르아살의 아들 비느하스가 분연히 일어나 창을 들고 뒤따라가 일격에 그 둘을 한꺼번에 꿰뚫어 죽였다. 이로 미루어 그들은 현행범이었던 걸로 보인다.

민수기 25장 바알브올 사건과 비느하스
The-zeal-of-phinehas-15th-c – Public domain medieval manuscript

비느하스의 이 행동은 살인이 아니라 처형이었다. 그 즉시 염병이 이스라엘 자손에게서 그쳤고, 하나님께서 비느하스에게 평화의 언약을 주신 걸로 알 수 있다.

하나님께서는 스스로 ‘질투’한다고 하신다. ‘하나님 여호와는 질투하는 하나님(출애굽기 20:5)’이라고도 하신다. 사랑은 투기하지 않는다(고린도전서 13:4)고 했는데, 어째서 질투하신다는 걸까.

하나님과 인간은 수준이 다르다. 흔히 까마귀가 어찌 봉황의 뜻을 알겠느냐고 한다. 하나님과 인간의 수준차가 이런 새 따위에 비하겠는가. 그런 인간이 이해하려면 하나님께서는 그 수준을 사람에 맞춰 이해시킬 수밖에 없다. 이런 것을 우리는 ‘신인동형론적 표현’이라고 한다.

비느하스에게 죽임을 당한 남녀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남자의 이름은 시므리였는데, 시므온 지파 사람 살루의 아들로 한 집안의 족장이었다. 여자의 이름은 고스비로, 미디안 일족의 우두머리인 수르라는 사람의 딸이었다.

  •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일러 가라사대
  • 미디안인들을 박해하며 그들을 치라
  • 이는 그들이 궤계로 너희를 박해하되 브올의 일과 미디안 족장의 딸 곧 브올의 일로 염병이 일어난 날에 죽임을 당한 그들의 자매 고스비의 사건으로 너희를 유혹하였음이니라 (민수기 25:16~18)

5. 미디안의 멸망

미디안 사람은 원래 아브라함과 그두라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미디안의 후손이다(창세기 25:2,4). 그들은 모압과 에돔 땅에 흩어져 살았는데, 이번에도 모압 왕 발락과 힘을 합쳐 이스라엘 백성을 괴롭혔다.

그들은 발람의 저주, 바알브올과 고스비 사건처럼 못된 일을 꾸며 이스라엘 백성을 죄에 빠지게 했다. 하나님께서는 모세로 하여금 그들을 징벌하게 하셨다.

모세는 하나님께서 명하신 대로 미디안을 쳐 미디안의 다섯 왕(에위, 레겜, 수르, 후르, 레바)과 발람을 죽였다(민수기 31:8).

맺는말

하나님께서는 백성의 두령을 잡아 처형할 것을 명하셨다. 바알브올 사건 때 죄를 지은 것은 일반 백성이 아닌 두령들이었기 때문이다. 모세와 온 회중이 보는 앞에서 미디안 여자를 데리고 자기 장막으로 들어가 뻔뻔스러운 짓을 저지른 것도 시므온 지파의 족장 시므리였다.

지도자는 본이 되어야 한다. 집사나 감독이 되려면 가정과 직장에서 성실한 모범적인 인물이어야 한다(디모데전서 3장). 이런 부정하고 못된 일에 앞장서선 안 된다.

온전한 부부 사이의 성은 아름답고 신비하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맺어주신 부부의 테두리를 벗어난 성은 인간을 타락으로 이끄는 음란함으로 전락해 버릴 뿐이다. 인간은 성에 약하다. 죄된 본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장에도 볼 수 있듯이 음란은 가장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 죄악이다.

다른 모든 죄는 몸 밖에 짓지만, 음행은 성령의 전인 자기 몸에 짓는 죄다(고린도전서 6:15~20). 또한 타락은 육과 영이 따로 가지 않는다. 육의 타락은 영의 타락을 늘 동반한다. 기를 쓰고 피해야 한다. 오늘날 거꾸로 가는 세태는 얼마나 어리석은가.

또한 비느하스처럼 하나님의 편에 서는 공의적 인물이 필요하다. 물론 현대에 와서 당시 비느하스처럼 직접 창으로 찌르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다만 믿는 자라면 빛과 소금의 역할을 제대로 함으로써 믿는 자의 본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하나님의 기쁨이 되고 세상의 칭찬까지 받는 사람이 될 수 있다(로마서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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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notes

  1. 신전은 창녀의 본고장, 한국경제, 2006.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