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소위가 선치 못하도다. 오늘날은 아름다운 소식이 있는 날이어늘 우리가 잠잠하고 있도다.
만일 밝은 아침까지 기다리면 벌이 우리에게 미칠찌니 이제 떠나 왕궁에 가서 고하자
(열왕기하 7:9)
우리가 잠잠하고 있도다 (열왕기하 7:9)
요즘 ON&ON 공동체 성경읽기 에서 열왕기를 읽고 있다. 어제 열왕기 7장을 읽는데, 위의 말씀이 마음에 다가왔다.
1. 엘리사의 예언과 네 명의 나병환자
아람 왕 벤하닷이 사마리아를 에워쌌다. 사마리아 성엔 먹을 것이 떨어졌고, 심지어는 아들을 삶아먹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때 엘리사는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했다. ‘여호와의 말씀을 들을찌어다. 여호와께서 가라사대, 내일 이맘때에 사마리아 성문에서 고운 가루 한 스아에 한 세겔을 하고, 보리 두 스아에 한 세겔을 하리라 하셨느니라’는 내용이었다.
당시 나귀 머리 하나에 은 80세겔, 합분태 1/4 갑에 은 5세겔(열왕기하 6:25)였던 상황에서 엘리사의 말은 믿기 어려웠을 것이다. 한 장관은 ‘여호와께서 하늘에 창을 내신들 어찌 이런 일이 있으리요’라고 입찬소리를 하기까지 했다.
하나님의 말씀은 더디지 않고 반드시 이뤄진다(에스겔 12:25). 그날, 아람 군대는 모든 것을 그대로 두고 겁에 질려 도망가버렸다. 큰 군대가 말과 병거를 이끌고 오는 환청을 듣고, 이스라엘이 헷과 애굽 연합군을 이끌고 들이닥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사마리아 성문 어귀에 네 명의 나병 환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라며 아람 군대에 항복하러 길을 떠났다. 그들이 발견한 것은 아무도 없는 아람 군대의 진이었다.
신나게 먹고 마시며, 금은과 의복을 챙기던 그들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좋은 소식을 전하지 않고 이래서야 되겠는가. 날이 밝을 때까지 기다리고만 있으면 천벌을 받을 것이다. 어서 왕궁으로 가서 이 소식을 전하자.
한밤중에 그 소식을 들은 왕이 보낸 정탐꾼이 사실을 고하자, 성중 백성들은 물밀듯 몰려나가 아람 진지를 약탈했다. 갑자기 식량 사정이 좋아졌다. 엘리사가 전한 하나님 말씀은 그대로 이뤄졌다.
2. 우리가 잠잠하고 있도다
어두운 시대다. 사회, 경제적인 면을 봐도 그렇지만, 신앙의 눈으로 봐도 밝지 않다. 온 백성이 굶주렸던 당시 사마리아에 비할 순 없지만 말이다.
‘아름다운 소식’을 먼저 누린 사마리아의 나병 환자들은 날이 밝을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칠흑 같은 밤길을 달렸다. 그들이 소식을 전하지 않았더라면, 사마리아 사람들은 굶주려 죽었을 것이다. 그들의 수고로 백성들은 살아날 수 있었다.
우리도 먼저 기쁜 소식을 들은 사람들이다. 그런데 잠잠하다. 노방 전도하는 사람들을 보면, 21세기에 저런 방법이 먹힐 거라 생각하나 싶고, 싫은 소리 듣기 싫어 전도도 하기 싫어한다. 때론 직장에서나 학교에서나 되도록 신자임을 드러내지 않으려 하기도 한다.
물론 누구나 그런 일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토기장이가 용도에 맞게 그릇을 만들듯, 하나님께서는 우리 각자를 쓰임에 맞게 지으셨다. 각자 선 자리에서 하나님을 예배하고 살아가는 생활 현장에서 하나님과 동행할 때, 우리는 하나님을 증거하게 된다.
삶으로 증거하고, 삶으로 외치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