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행전 14장 8절부터 18절에는 루스드라에 갔던 바나바와 바울이 그곳 사람들에게 쓰스와 허메로 오해받았던 일화가 소개된다. 쓰스와 허메는 무엇인지, 왜 그런 오해를 받았는지 알아본다.
무리가 바울의 행한 일을 보고 루가오니아 방언으로 소리질러 가로되, ‘신들이 사람의 형상으로 우리 가운데 내려 오셨다’ 하여
바나바는 쓰스라 하고 바울은 그 중에 말하는 자이므로 허메라 하더라. (사도행전 14:11-12)
1. 쓰스와 허메
쓰스와 허메라고 하면 대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영어 성경을 보면 보다 분명히 알 수 있다.
- NIV : Barnabas they called Zeus, and Paul they called Hermes because he was the chief speaker.
- KJV : And they called Barnabas, Jupiter; and Paul, Mercurius, because he was the chief speaker.
가. 그리스 로마 신화
루스드라 사람들은 바나바와 바울을 각각 제우스와 헤르메스의 현신이라 여겼음을 알 수 있다. 한글로는 제우스를 어떻게 쓰스로 읽을 수 있나 싶지만, Zeus로 쓰고 보니 그럴 수 있을 것도 같다. 실제 영어 발음도 얼핏 들으면 비슷하다. Hermes는 ‘허미’라고 발음하니 더욱 그렇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바나바와 바울은 돌로 치려는 사람들을 피해 이고니온을 떠나 루가오니아에 있는 성 루스드라로 가서 복음을 전했다. 그곳에서 그들은 태어나서부터 한 번도 걸어본 적이 없는 앉은뱅이를 고쳤다. 고침받을 만한 믿음이 있다는 것을 보고는 ‘네 발로 바로 일어서라’고 소리치자 앉은뱅이가 벌떡 일어나 걷기 시작했다.
말 한마디로 고치는 것을 본 사람들은 루가오니아 말로 ‘이들이야말로 사람의 모습을 하고 온 신이다’하고 소리치며 바나바를 제우스, 바울을 헤르메스라고 불렀던 것이다.

NIV성경은 헬라어 원전 그대로 그리스 이름인 Zeus, Hermes로, KJV성경은 Jupiter, Mercurius로 번역했다. 굳이 주피터나 머큐리우스 같은 로마 신화의 이름으로 바꾼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17세기 초 제임스 1세 당시 영국에선 그리스 신화보다는 로마 신화가 더 친숙했던 것일까?
나. 왜 바나바를 제우스, 바울을 헤르메스라고 했을까?
앉은뱅이에게 일어서라고 명령한 사람은 바울인데, 왜 루스드라 사람들은 바나바를 제우스라 하고 바울을 헤르메스라고 했던 것일까? 그것은 그들의 외모와 신화상의 역할 때문이었다.
바나바는 키가 크고 인물이 훤해 사람들이 가히 제우스라 생각할만했고, 바울은 외모가 바나바만 못했던 데다 병이 있어 혈색도 좋지 않았다고 한다. 묵직한 바나바 앞에서 말씀을 전하는 바울의 모습은 웅변의 신이자 제우스의 전령 역할을 하는 헤르메스에 더 어울렸기 때문이었다.

2. 루스드라 Lystra
루스드라 사람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황소를 몇 마리나 잡고 꽃으로 관을 만들어 가져와 성문에서 군중들과 함께 바나바와 바울에게 제사를 지내려고 하기까지 했다. 물론 바나바와 바울은 기겁을 해 군중을 뜯어말리며 앉은뱅이를 고친 것은 자기들이 아니라 하나님이심을 밝혔다.
여러분이여, 어찌하여 이러한 일을 하느냐. 우리도 너희와 같은 성정을 가진 사람이라. 너희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은 이 헛된 일을 버리고 천지와 바다와 그 가운데 만유를 지으시고 살아계신 하나님께로 돌아오라 함이라. (사도행전 14:15)
그들이 이런 반응을 보인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당시 루스드라에는 제우스와 헤르메스에 관해 다음과 전설이 내려오고 있었다고 한다. 제우스와 헤르메스가 나그네 행색으로 루스드라에 내려갔는데, 냉담하기 짝이 없었던 주민들은 나그네로 모습인 그들을 재워주기는커녕 밥 한술 내주지 않았다. 오직 노부부 바우키스와 빌레몬 두 사람이 그들을 재우고 밥을 먹여주었다. 몹시 화가 난 제우스와 헤르메스는 홍수를 내려 루스드라를 멸하고 노부부 두 사람만 살려 제사장으로 삼았다는 내용이었다.
루스드라 사람들은 바울과 바나바가 일으킨 기적을 보고 그 전설을 떠올렸고, 이번만큼은 제대로 대접해 화를 면하자 조치했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나님께서 그들을 통해 병 고치는 역사를 일으키신 것은 병에서 해방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병 고침 자체보다 그 일을 통해 하나님의 은혜와 구원을 깨닫기 바라시기 때문이다. 그런 하나님의 복음을 전하는 자리였건만, 사람들은 하나님을 바라보는 대신 병을 고친 사람만 보고 오히려 자기들의 우상에 대입해버렸다. 졸지에 우상숭배의 대상이 되어버린 바울과 바나바는 기가 막혔을 것이다.
일은 일단락 되는 듯 했으나, 다른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안디옥과 이고니온에서 부터 그들을 쫓아온 사람들은 불과 며칠 후 루스드라 시민들을 선동해 폭동을 일으켰다. 돌로 쳐서 쓰러뜨린 바울을 성 밖으로 내다 버렸다. 하지만 죽은 줄로만 알았던 바울은 자리에서 일어나 마음 졸이며 자기를 둘러싼 사람들 사이를 지나 성으로 들어갔다.
오늘날이라고 다를까. 전도와 선교의 현장에서 이런 일은 비일비재할 것이다. 하지만 그때 바울과 함께하셨던 하나님께서는 오늘도 하나님을 위해 십자가를 지고 애쓰는 사람들과 함께하신다. 힘을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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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징에서 하고 있는 합스부르크600년 에 바울과 바나바를 대접하는 노부부 그림이 있었는데 이 상황을 그린 것이었군요. 노부부의 이름은 바우키스와 빌레몬 이었구요.ㅎ 쓰스와 허메가 제우스와 에르메스 였다니.. 그리고 외모로 ..예나 지금이나.. 말이죠..성경을 읽다보면 모르는게 하도 많아 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는데 이렇게 자세하게 알려주셔서 넘 감사합니다~🥰👍
제우스와 헤르메스-노부부 이야기에 바나바와 바울을 덧씌워 그렸나보군요. 조상부터 토착 다신교에 익숙해진 사고는 기독교를 믿게되어도 바뀌기 쉽지 않은가 봅니다. 바울은 반가워하지 않겠지만 어떤 그림인지 궁금해집니다. 정보 감사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