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기 20장 므리바 샘물 & 미리암과 아론의 죽음

민수기 20장 므리바 샘물 & 미리암과 아론의 죽음 / 민수기 20장에는 굵직한 사건이 연달아 나온다. 미리암의 죽음과 므리바 사건, 에돔의 거부, 그리고 아론의 죽음 등이다.

민수기 20장 므리바 샘물 & 미리암과 아론의 죽음

  • 정월에 이스라엘 자손 곧 온 회중이 신 광야에 이르러서 백성이 가데스에 거하더니 미리암이 거기서 죽으매 거기 장사하니라 (민수기 20:1)

1. 미리암의 죽음

생략된 38년

여기서 ‘정월’이라는 것은 출애굽한 지 40년이 되던 해 1월(아빕월)을 가리킨다. 민수기 33장에는 출애굽 여정이 기록되어 있는데, 36~38절에 보면 가데스를 출발해 호르산에 진을 친 출애굽 40년 5월 1일에 아론이 죽었다고 나온다. 민수기 20장 28절에도 아론의 죽음이 기록되어 있다. 이로 미루어 20장 1절의 정월이 출애굽한지 40년 1월임을 알 수 있다.

모세는 민수기에서 중간에 있는 38년의 세월은 생략하고 초기 2년과 마지막 40년의 일을 기록으로 남겼다. 성경에 기록된 그 많은 불평과 반항이 40년간의 기록이 아니라, 실은 3년의 기록이었다니. 그 12배가 넘는 38년은 그에 못지않은 힘든 시기였을 것이다.

미리암의 죽음

미리암은 모세와 아론의 누이였다. 갈대 상자에 넣은 모세가 안전한지 지켜보다 애굽의 공주에게 달려가 친엄마를 유모로 소개하는 담대함이 있었다.

구스 여자를 빌미로 모세를 비방한 적도 있지만(민수기 12장), 홍해를 통과해 탈출에 성공하자 하나님의 권능과 돌보심을 찬양했던 선지자이기도 했다(출애굽기 15장.

  • 회중이 물이 없으므로 모여서 모세와 아론을 공박하니라
  • 백성이 모세와 다투어 말하여 가로되 우리 형제들이 여호와 앞에서 죽을 때에 우리도 죽었더면 좋을뻔 하였도다
  • 너희가 어찌하여 여호와의 총회를 이 광야로 인도하여 올려서 우리와 우리 짐승으로 다 여기서 죽게 하느냐
  • 너희가 어찌하여 우리를 애굽에서 나오게 하여 이 악한 곳으로 인도하였느냐 이곳에는 파종할 곳이 없고 무화과도 없고 포도도 없고 석류도 없고 마실 물도 없도다
  • 모세와 아론이 총회 앞을 떠나 회막 문에 이르러 엎드리매 여호와의 영광이 그들에게 나타나며
  •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일러 가라사대
  • 지팡이를 가지고 네 형 아론과 함께 회중을 모으고 그들의 목전에서 너희는 반석에게 명하여 물을 내라 하라 네가 그 반석으로 물을 내게 하여 회중과 그들의 짐승에게 마시울찌니라
  • 모세가 그 명대로 여호와의 앞에서 지팡이를 취하니라
  • 모세와 아론이 총회를 그 반석 앞에 모으고 모세가 그들에게 이르되 패역한 너희여 들으라 우리가 너희를 위하여 이 반석에서 물을 내랴 하고
  • 그 손을 들어 그 지팡이로 반석을 두번 치매 물이 많이 솟아나오므로 회중과 그들의 짐승이 마시니라
  • 여호와께서 모세와 아론에게 이르시되 너희가 나를 믿지 아니하고 이스라엘 자손의 목전에 나의 거룩함을 나타내지 아니한고로 너희는 이 총회를 내가 그들에게 준 땅으로 인도하여 들이지 못하리라 하시니라
  • 이스라엘 자손이 여호와와 다투었으므로 이를 므리바 물이라 하니라 여호와께서 그들 중에서 그 거룩함을 나타내셨더라 (민수기 20:2~13)
민수기 20장 므리바 샘물 & 미리암과 아론의 죽음

2. 므리바 사건

미리암을 장사지내고 난 다음, 물이 떨어지자, 사람들은 모세와 아론에게 달려와 항의했다. 레파토리는 늘 똑같았다. ‘애굽이 더 살기 좋았다. 거기 내버려 두지 왜 끌고 나와 광야에서 죽게 하느냐.’는 것이었다. 아마도 기록이 생략된 38년간도 같은 패턴을 보이지 않았을까.

모세는 하나님 말씀대로 온 회중 앞에서 지팡이를 들었다. 그리고눈 반석을 쳐 물을 내게 했다. 물이 콸콸 솟구쳐 온 무리와 가축들이 그 물을 마셨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놀라운 말씀을 하신다. ‘너희가 나를 믿지 않고 이스라엘 자손에 하나님의 거룩함을 나타내지 않았으니, 모세와 아론은 가나안 땅으로 들어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혹자는 반석을 한 번만 쳐야 했는데 두 번 쳤기 때문이라고 한다. 반석은 예수 그리스도를 의미하기에 두 번 깨질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실 하나님께서는 반석을 치라고 하신 적이 없다. 그저 ‘반석에게 명하여 물을 내라 하라’ 고 하셨다.

내 생각에 진짜 문제는 ‘우리가 너희를 위하여 이 반석에서 물을 내랴’ 했던 점이다. 물을 낸 것이 누구인가. 모세인가? 아론인가? 아니다.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이다. 그런데 모세는 하나님을 뒤로 물리고 자신을 앞세워 자기가 권능을 가지고 큰 일을 하는 것처럼 백성을 향해 그동안 쌓인 분노를 터트렸다.

혈기를 부리며 하나님 대신 자기를 드러냈다. 이 일로 모세와 아론은 평생을 두고 사모했을 그 땅에 백성들과 함께 들어갈 수 없게 되었다.

이곳은 하나님께 이스라엘 백성이 불평한 까닭에 ‘불평하다, 다투다’라는 의미의 ‘므리바’란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 모세가 가데스에서 에돔 왕에게 사자를 보내며 이르되 당신의 형제 이스라엘의 말에 우리의 당한 모든 고난을 당신도 아시거니와
  • 우리 열조가 애굽으로 내려갔으므로 우리가 애굽에 오래 거하였더니 애굽인이 우리 열조와 우리를 학대하였으므로
  • 우리가 여호와께 부르짖었더니 우리 소리를 들으시고 천사를 보내사 우리를 애굽에서 인도하여 내셨나이다 이제 우리가 당신의 변방 모퉁이 한 성읍 가데스에 있사오니
  • 청컨대 우리로 당신의 땅을 통과하게 하소서 우리가 밭으로나 포도원으로나 통과하지 아니하고 우물 물도 공히 마시지 아니하고 우리가 왕의 대로로만 통과하고 당신의 지경에서 나가기까지 좌편으로나 우편으로나 치우치지 아니하리이다 한다 하라 하였더니
  • 에돔 왕이 대답하되 너는 우리 가운데로 통과하지 못하리라 내가 나가서 칼로 너를 맞을까 염려하라
  • 이스라엘 자손이 이르되 우리가 대로로 통과하겠고 우리나 우리 짐승이 당신의 물을 마시면 그 값을 줄 것이라 우리가 도보로 통과할뿐인즉 아무 일도 없으리이다 하나
  • 그는 가로되 너는 지나가지 못하리라 하고 에돔 왕이 많은 백성을 거느리고 나와서 강한 손으로 막으니
  • 에돔 왕이 이같이 이스라엘의 그 경내로 통과함을 용납지 아니하므로 이스라엘이 그들에게서 돌이키니라 (민수기 20:14~21)

3. 이스라엘의 통과를 거절한 에돔

에돔은 이스라엘 남쪽 사해 주변 세일산 근처에 살던 족속으로 에서의 후손이다. 에돔은 에서의 별명으로, 원래 ‘붉다’는 뜻의 에도메에서 나온 말이다. 에서의 별명이 에돔이 된 것은 그가 날 때부터 온몸이 붉은 데다(창세기 25:25) 야곱이 준 붉은 팥죽을 먹었기 때문이다(창세기 25:30).

게다가 그들이 살던 에돔 땅은 온통 붉은 사암으로 이뤄진 세일산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니, 이래저래 에돔이란 이름이 붙을만 했다. 이곳은 우리도 잘 아는 페트라 유적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모세는 에돔 땅을 지나가기 위해 미리 가데스에서부터 에돔 왕에게 사자를 보냈다. 도중에 마실 물값도 치르고 오로지 왕의 대로1로만 지나가겠다는 정중하고 간곡한 요청이었다.

거슬러 올라가면 두 민족의 조상 에서와 야곱은 쌍둥이 형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돔 왕은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광야 길을 가는 나그네 처지가 된 형제를 돌보기는커녕 박대했다. 이제 전혀 관계없는 다른 민족이나 다를 바 없는 사이가 되었다.

20절에 ‘강한 손’으로 막았다는 것은 군사를 동원해 강한 무력(a strong force)로 이스라엘의 진입을 막았다는 뜻이다.

  • 이스라엘 자손 곧 온 회중이 가데스에서 진행하여 호르산에 이르렀더니
  • 여호와께서 에돔 땅 변경 호르산에서 모세와 아론에게 말씀하시니라 가라사대
  • 아론은 그 열조에게로 돌아가고 내가 이스라엘 자손에게 준 땅에는 들어가지 못하리니 이는 너희가 므리바 물에서 내 말을 거역한 연고니라
  • 너는 아론과 그 아들 엘르아살을 데리고 호르산에 올라
  • 아론의 옷을 벗겨 그 아들 엘르아살에게 입히라 아론은 거기서 죽어 그 열조에게로 돌아가리라
  • 모세가 여호와의 명을 좇아 그들과 함께 회중의 목전에서 호르산에 오르니라
  • 모세가 아론의 옷을 벗겨 그 아들 엘르아살에게 입히매 아론이 그 산꼭대기에서 죽으니라 모세와 엘르아살이 산에서 내려오니
  • 온 회중 곧 이스라엘 온 족속이 아론의 죽은 것을 보고 위하여 삼십일을 애곡하였더라 (민수기 20:22~29)

4. 아론의 죽음

이스라엘 백성은 에돔의 무력 저지에 맞서지 않고 물러나 우회하는 것을 택했다. 그들은 형제 민족인 에돔을 건드리지 않았고, 그들의 땅도 탐내지 않았다. 이것은 세일 산을 에서에게 기업으로 주신 하나님의 명령이었다2.

또한 그들은 불필요한 충돌을 피해 전력 손실을 입지 않은 채 가나안 일곱 족속을 맞이할 수 있었다3.

이스라엘 자손들이 가데스를 출발해 호르산에 이르렀을 때였다. 하나님께서는 아론이 약속의 땅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거기서 열조에게 돌아갈 것을 말씀하셨다. 므리바에서 하나님 말씀을 그대로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열조(烈祖)’란 선조, 조상(fathers)들을 의미한다. 열조에게 돌아간다는 것은 죽음을 의미한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우리처럼 개개인을 따로따로 땅에 매장하는 것이 아니라, 바위를 깎아 만든 가족무덤에 시신을 안치했다. 또 1년이 지나고 뼈에서 살이 떨어져 나가면 뼈를 추려 석골함에 담아 다른 조상들의 것과 함께 안치하는 두 번째 장례(오슬리지엄 Ossilegium)을 치른다4. 이것을 생각하면 어째서 유대인들이 죽는 것을 조상들에게 돌아간다고 했는지 이해하기 쉬워진다.

죽은 조상들에게로 돌아간다는 것은 죽은 조상들이 없어지지 않고 어딘가에 있다고 생각했음을 뜻한다. 그곳은 어디인가. 바로 하나님 품이다. 전도서에 보면 ‘흙은 여전히 땅으로 돌아가고 신(神 the spirit)은 그 주신 하나님께로 돌아간다(전도서 12:7)’는 구절이 나온다. 비록 흙으로 지으신 육체는 흙으로 돌아가지만, 하나님으로부터 온 영은 하나님께로 돌아간다는 의미다.

28절에 모세가 아론의 옷(제사장 옷)을 엘르아살에게 입혔다는 것은 엘르아살을 다음 제사장으로 삼는 상징적인 행동이었다. 아론은 하나님 말씀(24~26절)에 따라 호르산 꼭대기에 올라가 그곳에서 사망했다. 그때 아론의 나이는 123세, 출애굽 제 40년 5월 1일의 일이었다(민수기 33:38, 39). 모세는 120살에 느보산에 올라가 죽었는데, 그때까지 그 눈이 흐리지 않고 기력이 쇠하지 않았다고 기록되어 있다(신명기 34:7). 그들은 죽기 직전까지 백성을 이끌어 광야를 행진하고 산 정상에 오를 정도로 노쇠와는 무관한 삶을 살았다. 우리가 모두 바라마지않는 일일 것이다.

맺는말

민수기 20장은 가나안 정탐고라 무리의 반역이 있었던 출애굽 제 2년에서 38년을 건너뛰고 제40년에 일어난 일을 기록하고 있다. 이제 그들은 오랜 광야 생활을 거쳐 가데스바네아로 돌아왔다. 다시 가나안 입성의 출발점에 서게 되었다.

그해 1월 미리암이 죽어 장사지냈다. 모세는 기도에 응답받고 반석에서 물을 냈으나, 혈기를 부려 순종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로 인해 모세와 아론은 가나안 땅에 들어갈 수 없게 되었다.

가데스바네아에서 가나안 땅은 지척이었으나, 에돔은 이스라엘 백성이 에돔땅을 통과하는 것을 거부해 멀리 돌아가야 했다. 에서의 후손인 그들은 이스라엘과 형제 민족이었으나, 그들에게는 사랑이 없었다. 나그네에 대한 긍휼함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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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notes

  1. 왕의 대로(the king’s high way)는 해변길, 족장의 길, 계곡 길과 함께 주요 4개 도로중 하나다.
  2. 신명기 2:4~5 너는 도 백성에게 명하여 이르기를 너희는 세일에 거하는 너희 동족 에서의 자손의 지경으로 지날찐대 그들이 너희를 두려워하리니 너희는 깊이 스스로 삼가고 그들과 다투지 말라. 그들의 땅은 한 발자국도 너희에게 주지 아니하리니, 이는 내가 세일산을 에서에게 기업으로 주었음이로라.
  3. 신명기 7:1~2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를 인도하사 네가 가서 얻을 땅으로 들이시고 네 앞에서 여러 민족 헷 족속과 기르가스 족속과 아모리 족속과 가나안 족속과 브리스 족속과 히위 족속과 여부스 족속 곧 너보다 많고 힘이 있는 일곱 족속을 쫓아내실 때에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그들을 네게 붙여 너로 치게 하시리니 그 때에 너는 그들을 진멸할 것이라
  4. 유대인의 장례 오슬리지엄, 2023. 9. 8.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