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처럼 살기

나그네처럼 살기

나그네처럼 살기
@rawpixel.com /CC By 4.0

집을 내놓기로 마음먹었다. 이제 아이들도 다 크고, 직장도 거리낄 것 없게 되었으니, 복잡한 시내를 떠나 좀 더 자연 친화적인 곳으로 옮기기로 했다. 20년도 넘게 살던 집을 떠나자니 그것도 큰 일이다. 이사를 하려면 이사할 집을 구해야 하고, 그 전에 먼저 살던 집을 팔아야 한다.

그런데 집을 팔려고 내놓기 전에 할 일이 또 한두가지가 아니다. 집을 보러 온 사람이 좋은 인상을 받게 해야 한다. 사실 집이 어디 한두 푼인가. 살면서 하는 쇼핑 중에 가장 큰 건이 아닌가. 정말 ‘이 집에서 살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해야 하니 보통 일이 아니다.

집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건 물론이다. 더 나아가 집을 모델하우스처럼 만들어야 한다. 짐을 정리해야 한다. 여기서 짐 정리란 정리해서 어느 구석에 쌓아놓는 것이 아니다. 쓰지 않는 것들을 모아 아예 집에서 치워버리는 걸 뜻한다. 한 마디로 버.리.기.다. ‘우리 집이 이렇게 넓어요’라고 자랑스럽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 묵은 짐을 한꺼번에 치우기란 무척 어렵다. 한 달은 걸린 것 같다. 이렇게 집을 치우면서 든 생각은 세상을 나그네처럼 살아야 하는구나! 하는 것이었다.

사실 우리는 모두 나그네다. 본향을 향해 가는 나그네. 여기가 좋사오니, 하고 이 땅에 머무르려 하다가는 큰일이다. 언제든지 ‘오라!’하는 명령이 떨어지면 뒤돌아보지 않고 미련 없이 본향을 향해 출발해야 하는 나그네다. 세상이 아무리 좋다 한들 천국에 비할 수 있는가.

나그네는 어떻게 사는가. 너무 좋은 것도, 너무 많은 것도 가질 필요 없다. 다 짐이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두 벌 옷도 가지지 말라고 하셨다. 평범한 우리는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꼭 필요한 것만 있으면 된다.

넘치지도 말고 모자라지도 않게. 검소하지만 궁핍하지는 않게. 그러나 세상에 미련을 두지 않을 만큼만. 세세히 생각하면 어렵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냥 나그네 된 마음으로 나그네처럼 살기. 그렇게 살기로 마음먹는다.

엔데메오 – 본향을 그리며